통일장관·국정원장 인사청문회 野 눈치보기 일색

대북 문제를 총괄해서 다루게 될 통일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9, 10일 이틀간 각각 국회에서 열렸다.

상임위별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도덕성 공세로 인해 혼전을 빚기도 했지만, 주로 해당 업무에 대한 각 후보자의 이해 정도와 자질 문제에 대한 추궁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국제외교를 전공한 학자 출신으로 남북관계에 ‘비전문가’라는 점이 도마에 올랐고, 원세훈 국정원장도 관료 출신으로 정보분야에 있어서는 문외한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7~8시간 동안 한 자리에 앉아 여야 의원들의 집중적인 공세를 받은 두 후보자는 의혹 해명을 요구하는 여야 의원들의 날선 질문에는 진땀을 흘렸고, 정책적인 면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 그쳤다.

각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기 위해 며칠 간 자료를 조사하고 질문을 준비했던 의원들이 도리어 맥이 빠질 정도였다.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은 현인택 후보자를 향해 “두리뭉실한 대답으로 넘어가니까 소신 없는 학자라는 말을 듣지 않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현 후보자는 특히 ‘비핵·개방·3000’ 구상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경색된 것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의 집요한 질문 공세에 “‘비핵·개방·3000’은 보수 강경책이 아니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혔다. 또한 “여기서의 개방은 체제 개방을 얘기하는 것이고, 북한에 개방을 강요할 생각도 없다”면서 대북 강경론자 이미지를 벗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비핵·개방·3000’은 북한이 비핵화를 달성하고 개방에 나선다면 10년 내에 북한 주민들의 국민소득을 3천불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고 북한의 폐쇄주의적 경제정책을 개방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 이 정책의 핵심이다.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과는 차별화된 이명박 정부만의 색깔이 담겨있다.

북한의 체제 개방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발언은 남북대화의 당사자로 나설 현 후보자의 입장을 볼 때 이해가 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비핵·개방·3000’ 구상 입안자로서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하지 못한 것은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청문회 현장에서는 그동안 현 후보자가 발표했던 논문 등을 통해 볼 수 있었던 대북 문제에 대한 ‘소신’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첫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북한과 남한 내 친북단체의 반발로 낙마한 남주홍 교수의 경우를 의식한 것이었을까? 야당의원들의 눈치를 보느라 본인의 대북관마저 명쾌하게 밝히지 못하는 모습에서 통일 정책을 선두에서 이끌 수장의 면모는 찾기 어려웠다.

이 외에도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내정자는 10일 인사청문회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지속적인 추진 필요성을 언급하며 “대북특사 파견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인택 후보자도 이와 관련 “대북 특사 파견은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는 방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과거 국정원을 통한 남북간 접촉이 모두 불투명한 과정을 통해 이뤄짐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남북관계의 왜곡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었다는 점은 둘째 치더라도, 현재 시점에서 ‘대북특사’ 파견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도 적지 않다.

두 후보자 모두 남북관계 경색 해소를 위해 당장 우리 정부가 무슨 행동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야당의 압박에 ‘대북특사’ 카드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이는 누가봐도 이미지 제고용에 불과하다. 지금 상황에서 대북특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두 사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당장의 곤란을 벗어나기 위해 비현실적 제안이라도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야당과 좌파단체들의 집요하고도 무자비한 공세를 어떻게 이겨 나갈지 우려스럽다.

지난 1년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개성관광 중단, 미사일 발사 움직임 등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북한에 대한 안보적, 심리적 불안감이 점점 높아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차를 맞아 새롭게 닻을 올리게 된 통일부와 국정원이 이러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과연 어떻게 덜어줄 수 있을까? 이번 인사청문회는 그 답을 보여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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