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하 부의장)은 21일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았다. 임명 당일부터 이틀 간 민주평통 운영위원, 협의회장 합동회의를 열었다. 다음날 오전 일정까지 마친 뒤 숨 고를 새도 없이 민주평통 본부로 돌아와 데일리NK와 마주 앉았다. 취임 후 첫 공식 인터뷰여서인지 의욕과 신중함이 교차했다.
그의 책상 위에는 이번 합동회의에서 한 모두 발언에 대한 기사들이 복사돼 올라와 있었다. 신임 부의장에 대해 언론들의 관심이 많다고 운을 떼자 “헌법기관의 책임자가 헌법을 인용한 발언을 한 것까지 문제 삼는 것에 아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부의장은 이틀 전 합동의회의에서 ‘우리민족의 남겨진 마지막 소명은 한반도를 자유민주주의로 통일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자 한 인터넷 매체에서는 김 부의장이 흡수통일적인 시각을 드러냈다면서 비판적 기사를 게재했다. 우리 헌법 4조는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정책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헌법기관 책임자로서 헌법을 지키겠다고 한 발언이 비판의 대상이 된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김 부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자리에서 “북한에 대한 메시지보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각이 먼저 통일돼야 한다”면서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이 천안함 폭침이 미국과 한국이 조작해서 만든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대한민국에서 그것을 믿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시점에서는 통일이나 안보문제에서 국론통일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 부의장도 이 같은 대통령의 인식과 궤를 같이했다. 그는 민주평통의 역점 사업으로 통일교육을 강조했다. 그는 “그 동안 독일 통일의 문제점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주류를 형성했지만, 지금은 달라지고 있다”면서 “당장 독일 내에서도 ‘통일이 가져온 긍정성이 더 크다’는 여론이 다수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평통을 ‘한민족글로벌 통일네트워크 기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부의장은 “통일 비용 때문에 통일재앙론 같은 잘못된 담론이 퍼져 있는데 이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남한이 북한을 먹여 살리는 구조가 아니라 남북한이 서로 상생해 폭발적 시너지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부의장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가장 현실적인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 대북정책의 핵심은 ‘굴종적인 남북관계를 제자리로 돌리고 민족의 재앙인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화의 통로를 언제든 열어 놓되,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와 공조해 대북 압박정책을 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수순”이라고 말했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유화정책을 펴다가 핵무기를 북한의 손에 쥐어주고 말았다”며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 부의장은 “바로 지금이 북한 민주화의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말했다./김봉섭 기자 |
그는 “바로 지금이 북한 민주화의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말했다. 또한 반관반민 기구인 민주평통이 북한민주화운동을 전개하기에 가장 적합한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북한민주화’가 화두로 등장하자 김 부의장의 목소리에 좀 더 힘이 실렸다.
그는 “좀 더 적극적으로 북한의 억압체제를 흔들 방도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화 해법이 탈북자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에 눈을 뜨게 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며 여기에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중대사안을 NGO에게만 떠넘기지 말고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부의장은 민간단체 활동을 하면서도 북한인권법 통과를 위한 각종 모임과 토론회, 기도회 등을 주도해왔다. 그는 7년이 넘게 북한인권법을 방치하고 있는 정치권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북한인권법이 통과되지 않는 현실이 정말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면서 “훗날 북한이 민주화 됐을 때, 그것을 촉진하려고 한 북한인권법안에 반대한 정치권을 역사는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도 세계민주화라는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다음 약속을 위해 전화기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