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윤리’는 누가 만들어야 하는가

“통일은 대박이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대통령 직속으로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 체계적이고 건설적인 통일의 방향을 모색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필자는 북한주민이었던 탈북자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오랫동안 고대해왔던 바이다.
 
남한 정부가 통준위를 발족시켜 통일에 대비한다는 소식이 북한에 전해지면 북한 주민들은 정말로 기뻐할 것이다. 북한이 주장해왔던 선전선동으로서의 통일, 정치적 수단으로서의 추상적 통일이 아닌 실체가 있는 통일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남한에서 통일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가 고조되는 지금 모든 사람이 알고 있지만 진정하게 모르는 것이 있다. 바로 통일윤리다. 통일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것이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통일국가의 이념과 체제이지 윤리는 아니다.

통일에 대해서 많은 연구와 정책들이 나왔지만 통일윤리에 대한 연구나 논문들은 얼마 없다. 반공교육에서 통일교육으로 전환한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통일교육은 기본적으로 안보와 북한의 이해 차원에서 진행되어 왔지 통일윤리에 대한 교육은 거의 없었다.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이 정치적 수단이 되고 북한인권법이 통과되지 못하며, ‘내란음모 판결’을 받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 종북세력들이 당당한 것도 통일윤리가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일윤리가 없었기 때문에 ‘김정일 팬클럽'(2000년 6·15정상회담 당시)이 생겨났고 김일성과 김정일 사망 당시 조문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었다. 심지어는 “김일성 주석은 이순신, 세종대왕과 같은 위인”(황석영)이라 칭송했고 “김정일은 통 큰 지도자”(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라고 추앙하는가 하면 고모부를 잔인하게 처형한 “김정은은 늠름하다”(박지원 의원)라고 하는 것 등이다.


김일성 사망 이후 북한에서 아사한 사람만 350만 명이 넘으며 지금도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 김정일·김정은 정권의 탄압으로 희생된 사람만도 수만에서 수십만을 넘을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북한정권의 독재통치하에서 살 수 없어 탈북해 남한에 온 탈북자들을 범죄자, 배신자 취급을 하고 ‘북한민주화 활동’을 매국행위로까지 매도하는 것은 통일윤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통일 한국 북한지역 시장을 블루오션이라며 북한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북한주민의 인권은 외면하는 것도 통일윤리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정권의 눈치만 살피면서 북한주민의 인권은 외면하는 기업들이 북한에 진출하면 북한의 자원을 약탈하고 노동력을 착취할 것은 뻔하다. 남북한의 통일에서 체제와 이념, 제도도 중요하지만 그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다. 사람의 통일이 앞서야 다른 모든 통일이 바르게 될 수 있는데 이것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통일윤리인 것이다.


남북한은 이념과 체제가 다르게 70여 년을 분단되어 왔고 이 과정에서 50년 넘게 격렬한 대립을 해왔다. 남한의 통일교육이 안보교육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사람의 통일이 어떤 윤리관에 기초해야 하는지에 대한 절대다수 국민의 합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국어사전에 규정한 윤리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라고 규정하고 있다. 어디엔가 통일윤리에 대한 정의가 있겠지만 통일윤리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나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이석기 같은 극단적 종북세력이 국회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북한주민을 대하는 남한 국민과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윤리의식, 더 정확하게 말해 ‘남한국민’과 ‘북한인민’이 하나가 되는 통일에서 지켜지고 행해져야 할 윤리가 명명백백하게 정립되어야 한다. 국민적 합의를 이룬 통일윤리가 정립되면 북한정권과 지지세력의 눈치를 보는 민주당이 북한인권법을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 통일윤리가 정립되면 통일에 대한 국민의 의사와 의지를 자연스럽게 하나로 모을 수 있다.


통일윤리가 정립되지 않고, 통일윤리가 절대다수의 국민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대박통일은 없다. 대박통일의 필수적인 전제는 바로 사람의 통일, 국민과 인민의 통일에서 어떤 윤리를 지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인간의 윤리를 지켜야 하는 것처럼 통일이 바른 통일이 되려면 통일윤리를 지켜야 한다.


그렇다면 통일윤리는 누가 만들어야 하는가?(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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