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대’ 北 인권대회 홍보사절단(?)

고마운 일이다. 한총련과 통일연대가 오는 22~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제3차 북한인권국제대회’를 홍보해주는 ‘자원봉사단’을 파견해 주겠다고 한다. 대표단의 숫자도 자그마치 90명이다. 국내 북한인권 NGO는 10여명의 대표단을 파견할 뿐인데 한총련 ∙ 통일연대의 홍보사절단이 90명이라니, 이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서 황송할 따름이다.

반가운 일이다. 그렇잖아도 이번 국제대회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지난 대회보다 미흡해 안타깝던 차에 이렇게 동네방네 시끌벅적 소문을 내주고 있으니, 고맙고도 반갑다. 특히나 이들이 유럽에 가서 활동을 시작하면 최소한 벨기에 신문에는 대문짝만하게 국제대회 관련기사가 실릴 테니 그대들의 왕성한 활동을 기대한다. 이번 국제대회에 참석하는 국내 북한인권NGO 대표들은 이국 땅에서 벽안의 외국인들만 만나기에 적적할 텐데 90명의 동포들이 몸소 찾아와 ‘말동무’가 되어 준다니 이 역시 반가운 일이다.

놀라운 일이다. 한총련과 통일연대의 ‘자원봉사단’ 동지들은 전액 자비(自費)로 유럽에 가시겠단다. 이른바 ‘양극화’ 문제가 절체절명의 국가적 해결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이 때에 ‘자원봉사 하러’ 항공료만 1백만 원이 훌쩍 넘는 유럽 나라까지 가신다니, 혹시 이분들이 모두 재벌가 자녀분들은 아닌지 모르겠다. 집권여당의 관계자들이 들으면 눈살을 찌푸릴 일이다.

이 자원봉사단의 이름하여 ‘한반도 평화원정대’이다. 의미 있는 이름이다. 지난해 미국과 한국에서 열렸고, 이번에 유럽에서 열리는 ‘북한인권국제대회’ 역시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대회이다.

총포를 쏘아야만 전쟁 아니다

북한이 어떠한가. 한국전쟁 당시 북측의 희생자는 군인 약 61만 명, 민간인 약 268만 명으로, 합쳐서 약 340만 명에 이른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식량난 – 북한 정권이 ‘고난의 행군’으로 미화하는 – 으로 인해 사망한 북한 주민은 3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전쟁을 한번 더 치른 것과 같은 희생이다.

어디 90년대 중반 뿐인가. 북한 정권의 성립 이래 숱한 사람이 독재의 총칼 아래 맞고 고문당하고 고통받고 죽었다. 전쟁이란 총포를 쏘아야지만 전쟁인 것이 아니다. 총포를 쏘아 100여명이 희생된 역사는 ‘전쟁’이고, 독재자가 정치를 잘못해 수십, 수백만 명을 굶기고 죽인 역사는 ‘평화’란 말인가.

따라서 이번 북한인권국제대회는 본질적으로 평화를 지키자는 대회이다. 한총련과 통일연대가 이번 국제대회를 돕는 자원봉사단의 이름을 ‘한반도 평화원정대’라고 한 것은 그래서 잘 한 일이다. ‘한반도 평화원정대’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규탄집회를 갖고, 시가행진과 사진전 등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옳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북한인권문제에 더욱 집중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주문해야 한다. 그리고 시가행진을 하면서 유럽 시민들에게 북한인권문제의 절박성을 알려야 한다. 북한의 참혹한 실상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며 인간애에 호소해야 한다. 한총련과 통일연대가 그런 행사를 잘 조직할 것이라 믿는다. 필요하다면 자료와 사진을 보내주고 싶다.

지난해 ‘북한인권국제대회’ 기간 중에 열린 ‘대학생국제회의’에도 한총련은 ‘축하사절단’을 보내왔다. 그로 인해 행사분위기에 훨씬 활력이 돌았다. 필자는 그런 한총련이 늘 고맙고 반갑고 기특하게 여겨진다. 한번 열심히 해보시라. 북한인권운동에 속칭 ‘태클’을 건답시고 하는 그대들의 행동이 오히려 북한인권운동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래, 끝까지 해보시라. 그 어떤 주장으로 포장하든 독재자를 옹호하는 그대들의 썩어버린 영혼을 세계의 양심 있는 사람들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그대들의 출현은 오히려 세계인들에게 명(明)과 암(暗)의 차이를 분명히 드러내 보일 것이다. 이번에 유럽에서 그것을 처연하게 느끼고 돌아오게 될 것이다.

입맛에 안 맞는 음식을 며칠 동안 먹어야 할 그대들을 위해 라면 한 박스나 보내면서 삼가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다. 아참, 뜻대로 일이 되지 않는다고 홍콩에서처럼 바다에 뛰어드는 일은 하지 말기 바란다. 거긴 춥다.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