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 `비핵·개방·3천’ 수정 제시

북한이 비핵화와 개방을 이루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3천달러로 만들어 준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대북정책 구상인 ‘비핵.개방.3000’이 통일연구원(원장 서재진)에 의해 상당히 크게 수정 제시돼 주목된다.

통일연구원은 23일 연구원이 새로 만든 ‘남북협력포럼’의 출범을 기념하는 학술회의에 제출한 ‘새로운 남북협력의 모색’이라는 발제문에서 남북협력의 새로운 추진방향으로 ‘비핵.평화, 개방.개혁, 통합.통일’ 3쌍을 제시했다.

‘비핵.개방.3000’의 세 항목가운데 비핵과 개방은 각각 평화, 개혁과 짝을 이뤄 제시되고 ‘3000’은 사라진 대신 통합.통일이 새로 등장했으며, 특히 세 항목의 상호관계가 비핵.개방의 조건을 충족하면 3000달러를 만들어준다는 조건부식이 아니라 서로 병렬적이다.

연구원은 학술회의에 앞서 배포한 발제문에서 정부가 이러한 `신남북협력’의 목표를 추진해야 할 이유로 초기 ‘비핵.개방.3000’구상의 한계를 극복할 필요성을 들었다.

다른 연구기관 연구자들과 공동연구한 결과인 이 발제문은 “기존 비핵.개방.3000 구상은 목표와 실행 계획간 연결에 전략적으로 문제가 있고 선거 구호성 이미지가 고착됐다”고 말해 그동안 이 구상에 제기돼온 비판의 일부를 수용했다.

발제문은 ‘신남북협력’의 비핵.평화 목표에 대해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말해 대북 비핵화 요구에 상응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목표도 부각시켰다.

발제문은 개혁.개방에 대해선 “북한 경제.사회적 위기 극복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통합.통일은 “남북통합을 통한 실질적인 통일 기반 구축”이라고 각각 제시했다.

이 연구를 총괄한 통일연구원의 김규륜 남북협력연구실장은 ‘3000’ 대신 통합.통일을 새로 제시한 것과 관련, “3천 대목은 개혁.개방에 녹아든 것”이라고 말하고 “지난 10년간 교류협력의 경험을 살리되 분단상태의 지속이 아니라 어느 때 갑자기 닥칠지 모를 통일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 교류협력 및 평화번영 정책의 일부 수용을 시사했다.

김 실장은 특히 “미국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 최근 미 국방부 보고서의 북한 핵무기 보유 인정에서 보듯 북미 사이에 서로 주고 받는 판이 커질 공산이 있다”며 “우리도 기왕에 평화비용을 치른다면 판을 크게 해 남북간 통일을 지향하는 식으로 교류협력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비핵.개방.3000’ 구상이 실제 정책으로서 구체적인 실행전략이 부족하다는 점과 함께 오바마 미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 가능성 등을 감안해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수정 기류가 표면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비핵.개방.3000’ 구상 작성에 참여했었던 서재진 원장은 지난 19일 대북정책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지속되면서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구상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떨어지고 있다”며 “비핵화.개방하면 3천달러 수준으로 발전시켜 준다는 매우 경직된 조건부의 선거 당시 공약 수준에서 벗어나 지금은 훨씬 구체화되고 유연화돼 있다”고 강조했었다.

발제문은 최근 남북관계 경색에 따른 대북정책 비판과 관련, “이명박 정부의 ‘대북 경협 4원칙’에 ‘국민적 합의’가 포함돼야 한다”며 “(보수 정부하에서) `신 남남갈등’ 해소를 위한 대화를 확대해야 한다”고 정부에 주문했다.

발제문은 또 “새 외교통일 체제가 부처 중심의 피동적인 상황관리 체제라는 지적이 있다”며 “외교부 중심의 통일외교정책은 남북관계의 가치를 저평가하고 특수성을 경시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발제문은 “남북대화를 재개함으로써 대북 개입 역량을 강화하고 적극적 대북정책으로 남한의 주도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대량 아사의 방지를 위한 대북 신속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조건 없는 대북지원으로 북한 주민의 당면한 고통을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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