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장 `돌출발언’ 논란

국책 연구기관장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북한 핵시설 불능화 역행 조짐으로 한반도 정세가 중요한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민감한 대북발언을 내놔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통일연구원 서재진 원장은 23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통일연구소의 통일정책포럼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와 관련, “팔로우업(계속 관찰)하고 있다”며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건강이상설이 발표되면서 통일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김정일 이후의 북한은 개혁개방의 가능성이 훨씬 높고 남북관계도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남북대화에 대해서는 “(북한 정권은) 지극히 비정상적이고 잘못된 정권”이어서 “아무리 대화해봐야 소용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록 정부 부처 당국자의 발언은 아니지만 대통령직 인수위 외교안보분야 자문위원을 지낸데 이어 국책 연구기관을 이끌고 있는 서 원장이기에 학자의 사견 정도로 넘길 수 없다는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무엇보다 서 원장의 발언은 북한을 대화의 무대로 이끌려는 정부의 최근 행보에 비춰 `엇박자’라는 지적이 많다.

최근 정부는 북한을 향해 대화 재개 필요성을 연신 강조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 의사를 명확히 하고, 민간 단체들의 대규모 방북을 허용하는 등 유화적인 대북 행보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민주평통 지역회의 개회사(대독)에서 6.15, 10.4 선언을 포함한 기존 남북간 합의의 정신을 존중하는 바탕 아래 전면적 대화를 하자고 제안까지 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 유관기관장인 서 원장이 공식 석상에서 “대화해봐야 소용없다”고 말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현재 남북관계가 민감한 시기인 만큼 정부나 공공 기관에 몸담은 인사들이 정책 추진 방향을 언급할 때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며 “최근 서재진 원장의 경우도 의도에 관계없이 현재 시기와 그의 직책에 비춰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 원장의 이번 발언을 계기로 정부가 공식적으로 표방하는 대북정책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할 수 있는 `돌출발언’이 정부 당국자나 정부 유관기관의 책임있는 인사로부터 나와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실 조율되지 않은 정부발(發) `돌출발언’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9일 이후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이 증폭되는 과정에서 통일부는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을 감안, “확인된 것이 없다” “말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등의 신중한 태도를 보인 반면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언론에 “양치질을 할 정도”라는 등 정보 사항에 바탕한 것으로 보이는 구체적 설명을 해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가면 새 정부 출범 후 남북간의 `탐색 기류’속에 우리 정부가 대북 대화 제의를 본격 검토하던 시점에 ‘핵 피격시 선제타격’이라든가 ‘개성공단’과 관련한 정부 당국자들의 민감한 발언들이 잇달아 나오기도 했다.

그로 인해 북한이 3월27일 개성 남북경협사무소 남측 당국자 추방을 계기로 대남 반발 기조를 행동에 옮기기 시작하면서 정부는 대화 제의의 타이밍을 잡을 수 없었다는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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