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도 ‘北인권DB’…민간단체 ’10년작업’ 도루묵?

국가인권위원회의 ‘북한인권 실태조사’ 방침에 이어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도 ‘북한인권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봉조 통일연구원 원장은 28일 ‘데일리엔케이’와의 전화통화에서 “통일연구원이 매년 발간해온 ‘북한인권백서’의 DB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며 “예산을 편성해 (DB작업을)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인권 DB’는 북한내 인권유린 실태를 성별, 연령, 지역, 고문 유형 등 여러 항목별로 체계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 원장은 “과거에도 DB 작업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예산이 수반되는 문제라 쉽지 않았고, 정부의 인권문제 접근 방식도 달라 어려웠다”면서 “새 정부가 들어섰기 때문에 북한 인권문제 개선에 효과적인 방법을 연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DB작업의 실무책임자 격인 통일연구원 이금순 북한인권연구센터 소장도 “1996년부터 발간해온 ‘북한인권백서’를 DB화 하고, 탈북자와의 인터뷰를 늘여 좀더 자세한 실태조사를 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인권위나 국책연구기관들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권력 눈치를 보며 북한인권 문제를 제대로 제기하지 못했던 점에 비춰보면, 이같은 작업은 비록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북한인권정보센터'(소장 윤여상) 등 어려운 재정상황에서도 오래 전부터 북한인권DB화 작업을 해온 민간단체가 있어서, 뒤늦게 국가기관이 뛰어드는 것이 ‘사업 중복’ 및 ‘예산 집행의 비효율성’ 시비를 낳고 있다.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에서 민간에 넘길 것은 과감히 넘겨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가기관의 ‘DB작업’이 장기적으로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립하기 위한 전초작업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윤여상 소장은 “통일연구원이 이명박 정부에 ‘코드’를 맞추고 조직을 불리기 위해 ‘북한인권 DB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난 10년간 어렵게 해온 민간의 성과를 가로채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5년 전부터 정부지원 없이 ‘북한인권 통합 DB 작업’을 해왔다. 현재 3천여 명의 탈북자를 조사한 ‘북한인권 DB’를 구축하고 있다. 또 DB의 관리와 운영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2007년 부설기관으로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립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과거 서독이 동독지역내 인권유린 실태를 DB화한 ‘잘츠기터 중앙기록보존소’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현재 DB를 위한 1차 인적 자료는 국내외 탈북자들이다. 서독은 1961년부터 통일 시기까지 30년간 ‘동독 인권침해 중앙기록보존소’를 운영해왔다.

윤소장은 현재의 DB를 계속 확대하여 김정일 정권의 인권유린 예방에서부터 통일후 북한정권의 인권유린과 관련한 ‘과거사 청산’까지 활용한다는 장기적 목표에서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와 관련, 통일연구원 이금순 소장은 “기록보존소는 아직 논의 단계가 아니라 연구원들의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만약 추진할 경우 북한인권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일연구원의 서재진 북한연구실장, 김수암 연구위원 등은 최근 세미나에서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준비를 언급한 바 있다.

한편 통일부도 지난 26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북한인권 관련 연구자료를 체계화 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국가인권위원회, 통일연구원 등에서 북한인권기록보존소와 관련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의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앞으로 민과 관이 연계할 것인지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북한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공식적인 정부 조직으로 운영할 경우 북한정권의 반발은 물론, 정치권의 반발까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북한인권문제는 그동안 해온 바와 같이 민간이 주도적으로 제기하고 정부는 측면 지원하는 형식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25일 국가인권위원회가 7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인권 실태조사를 공개 발표하자, 독립 국가기구인 인권위가 또 새로운 ‘코드 맞추기’에 나섰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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