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40주년, 그 빛과 그림자

‘존폐의 기로’에 섰던 통일부가 40주년을 맞았다. 통일부는 1969년 3월1일에 ‘국토통일원’으로 출발해 1990년 ‘통일원’을 거쳐 1998년 현재의 ‘통일부’로 확대·개편됐다.

당시 ‘국토통일원’은 1960년 4·19 이후 주로 민간에서 제기됐던 다양한 통일 논의를 정부차원에서 수렴, 체계적이고 제도화된 통일정책을 수립·추진하기 위해 범국민적 합의를 거쳐 출범했다. 정부 각 기관에 분산돼 있는 통일관련 업무와 기능도 일원화했다.

남북간 체제 경쟁이 한창이었던 시기인 1960~1970년대 통일부는 남쪽 체제의 우월성을 홍보하고 북한 문제에 대한 자료조사, 연구, 관리 등의 활동에 치중했고, 1980년대에는 당시 안기부로부터 ‘남북대화사무국’을 인수, 대화업무를 주관하면서 대북정책의 주요 부서로 자리 잡았다.

1990년대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인도지원국 신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한편으론 대북지원과 민간교류를 중심으로 남북교류 협력이 추진되고, 한편으론 탈북자들에 대한 지원도 법제화돼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이 한층 강화됐다.

통일부가 남북관련 업무의 중추적 역할을 맡게 되면서 조직과 기능, 역할이 확대·강화됐지만 그 폐해도 적지 않았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햇볕정책’에 따른 대북지원 드라이브를 펴면서 ‘묻지마 퍼주기’의 주무부처라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임동원·정동영 등 정권 실세들이 장관을 역임해 막강 파워를 행사해 정부 부처 내에서도 ‘독불장군’을 자임하기도 했다.

이 같은 폐해가 누적되고 ‘햇볕 세력’이 권좌에서 밀려나면서 통일부도 위기를 맞았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통일부는 존폐의 기로에 섰다. 과거 정권에서 남북관계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과도한 대북 드라이브를 걸어온 것이 정부내에서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통일부가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기능과 역할은 대폭 축소됐다. 당시 통일부 기자들은 “죽다 살아났다”고 표현했다. 대북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내외의 목소리가 ‘인적쇄신’으로 이어지고 북한의 대화 단절에 따른 남북관계 경색의 여파였다.

하지만 통일부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여전하다. 정권출범 초기 장관 내정자는 ‘햇볕주의자’들의 스토커식 비난에 낙마했고, 통일교육원장으로 유력했던 인물 역시 같은 절차를 밟았다. 현 현인택 장관도 야당으로부터 ‘비핵개방3000구상’ 입안자라는 점에서 대북강경주의자 취급을 받았다.

지난달 12일 현인택 통일부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통일부는 능력과 효율성을 겸비한 조직으로 일신해야 할 것”이라며 통일부의 환골탈태(換骨奪胎) 필요성을 시사했다.

분단국의 특수성에 따라 통일이 최대 화두일 수밖에 없는 한 통일부의 기능과 역할은 앞으로가 더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현 장관은 앞서 취임사에서 ▲대통령의 국정철학 구현 ▲‘원칙과 기본’ 유지, 유연한 자세 ▲북한의 비핵화 ▲조건 없는 대화 추진 ▲인도적 대북지원 ▲국민적 합의 등을 향후 통일정책 추진 원칙으로 밝혔다.

이 같은 원칙을 지켜가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북한의 남북 전면대결 태세 선언, 미사일 위협 등 남북관계의 긴장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자 야당은 남북대결의 원인을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구상 탓으로 돌렸다.

통일부가 현 시점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다면 군사적 위협을 통해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과거 ‘햇볕정책’으로 회귀를 노리는 북한의 의도에 넘어가는 것이 될 것이다. 통일부는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북한의 비핵화와 개방을 일관되게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

대북협상에서는 원칙과 유연함을 동시에 유지하면서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대응해야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내실있게 준비해갈 필요도 있다.

국민들이 통일부에 바라는 것은 거창한 남북협력이 아니다. 대화 자체가 지상과제인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북한 눈치를 살피면서까지 대북지원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 북한의 비핵화와 개혁개방을 유도하려는 목표가 분명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인도적 지원 역시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특히 북한인권 문제는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굳건한 공조를 통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북한 인권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에 민간NGO를 활용하는 접근도 필요하다.

2일 현 장관은 통일부 창설 40주년 기념사를 통해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발전적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통일부는 앞으로 전문성과 업무능력을 더욱 더 키워 나가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국민의 뜻에 따르며, 국민이 가지고 있는 지혜와 힘을 모으고, 국제사회의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전략적 감각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선 “통일부 직원들의 확고한 역사인식과 투철한 사명감이 필요하다”고도 당부했다.

통일부가 40년의 역사를 발판 삼아 새로운 남북관계의 틀을 만들어 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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