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청소년 대상 ‘北 체제선전’ 영화 너무 많다

통일부 북한자료센터에서 상영하고 있는 북한 영화들이 대부분 체제 선전과 김정일 우상화에 치우쳐 관람자들에게 북한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자료센터는 ‘북한 실상에 대한 이해와 남북한의 이질화 극복’이라는 취지로 지난 1990년 3월부터 북한영화를 상영해오고 있다. 영화를 관람하는 대상도 초∙중∙고교생이 대다수. 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올 4월까지 총 692,329명이 영화를 관람했으며, 5월에도 6000여 명이 예정된 상태라고 한다.

또한, 센터는 단체∙개인 등의 신청을 받아 무료출장 상영까지 나가고 있다. 2000년부터는 북한 영화에 대한 국민들의 호응이 높아지고, 정부의 ‘북한자료 공개 및 공급확대’ 정책으로 인천, 광주, 창원, 부산, 제주 등 5개 지방 북한관에서 정기 상영하고 있다.

센터에서 상영되는 북한 관련 영화는 대부분 북한의 체제를 노골적으로 미화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한 상영되는 영화에 대해 아무런 사전 설명이 없어 마치 북한의 실상인 것처럼 인식할 수도 있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북한의 실상을 왜곡되게 받아들일 가능성도 커 보인다.

북한자료센터는 지난 해 1월 <문익환 목사 추모기념사업회> 출장 상영과 2월 정기상영에「심장에 남는 사람」을 내보냈다. 1989년 제작된 이 영화는 주인공이 김정일이 직접 참여한 당원교육을 받고 타이어 공장의 초급당비서로 배치돼 ‘조선노동당 결정이 생명보다 귀정하다’며 당 결정을 주도해 생산성을 높인다는 내용이다.

“학생들 즐겁게 보지는 않는다”

대표적 정치선전용 영화로 지적되는 「심장에 남는 사람」은 “당 결정은 목숨으로 담보돼야 하네” “당이 준 사명을 목숨 바쳐 지켜나가자” “당 결정은 생명이라 했는데 누가 목숨을 걸고 있나?” 등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조선노동당의 결정을 위해 생명을 바쳐야 한다는 일관된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또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김정일)께서 가르쳐 주신대로 당 사업을 해 볼 생각이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군중의 심장에 문을 두드리는 당 일꾼이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등 주인공이 긴장상황에 처할 때마다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위기를 모면하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 영화평론지 ‘조선영화’에 따르면 “이 영화는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를 만나 뵙고 가르침을 받은 주인공이 형식주의적 사업방법을 없애고 군중 자신의 것으로 되는 당 결정을 채택하기 위해 적극 투쟁하는 모습을 생동한 화폭으로 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북한 노동자의 일상을 다룬 네덜란드 다큐멘터리 ‘조선에서 생활의 하루’(Noord-Korea Een Dag uit het Leven)를 상영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 영화에 대해 “미국의 고립압살책동에도 불구하고 신심에 넘쳐 낙천적으로 살며 일하는 노동자 가정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줘 축전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거나 즐겁게 보지는 않는다”고 한다. 다만 “‘북한 영화가 이렇구나’는 것을 경험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청소년이 가장 흥미를 가지며 보는 영화는 「도시처녀 시집와요」「노래속에 꽃피는 가정」이라는 것. 그는 “영화 속 음악이 경쾌하거나, 영화의 내용이 가정적이거나 남녀간의 사랑을 다루는 것이 인기 있다”고 말했다.

북한을 바로 볼 수 있는 영화가 상영돼야

북한에서는 영화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 “인민대중을 사상적으로 무장하여 혁명적으로 교양하고 자주적 실현을 위한 투쟁에로 조직 동원하는 계급혁명의 사상적 무기”라고 규정했다. 영화가 계급투쟁과 주민교양의 유력한 수단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90년대 초반 대학가에서는 ‘북한 바로 알기’라는 취지로 북한 영화를 상영을 시도했었다. 그러나 정부의 불허 방침에 따라 영화는 상영을 시도하는 학생측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이 극력하게 대립되는 상황까지 연출했다. .

당시 대부분의 학생들은 영화 상영을 가로 막는 정부의 태도에 상당한 불만을 가졌다. 지금 돌이켜보면 금기에 도전하는 학생들의 태도는 높이 살만하지만, 수백만의 인민을 굶겨죽이고 때려 죽인 독재를 미화하는 영화였다면 차라리 보지 않았던 것이 다행스럽기까지 하다.

청소년들에게 북한 영화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이 북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북한의 실상에 눈을 감고 북한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갖기 쉽상이다.

북한에서 제작된 영화에 대한 호기심과 체제에 대한 이해 차원이라면 영화에 대한 등급제를 적용해 청소년들에 대한 유해성을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 또한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를 다룬 차인표 주연의 알바트로스나 납북자 관련 기록영상도 상영해 볼 만하다.

남북한의 이질화 극복을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사실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영화가 상영되기 위해서는 북한 실상에 대한 이해와 영화에 대한 충분한 사전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조선노동당과 김정일에 대한 광신적 태도를 보여주는 내용을 가지고 향후 남북한의 이질감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센터 관계자의 사고를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혹여, 참여정부가 북한과 화해협력 정책을 추진하는 당위성을 홍보하기 위해 어린 학생들에게 북한을 미화하는 영화를 무비판적으로 상영한 것이라면, 이는 햇볕정책이 낳은 또 하나의 코미디로 기록될 것이다.

정재성 기자 jjs@dailynk.com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