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조직개편보다 인적쇄신 시급하다

▲ 7일 서울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통일부 양창석 사회문화교류본부장(왼쪽부터), 고경빈 정책홍보본부장, 조용남 혁신재정기획본부장, 김중태 남북경제협력본부장 등 간부들이 인수위원들을 소개받으며 굳은 표정으로 박수치고 있다.ⓒ연합

어제(7일) 있었던 통일부의 인수위 업무보고를 지켜본 소감을 격세지감(隔世之感)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통일부는 이날 업무보고를 시작하면서 “지난 5년 북한에 끌려 다닌다는 인상이 많았고, 평화와 안보의 진전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특히 그 동안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개혁 개방이 안돼 대북정책의 효과가 미흡했다”고 반성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대북지원을 늦추지 않았던 ‘위풍당당’ 통일부의 모습은 이날 온데 간데 없었다. 스스로 햇볕 전도사를 자청하던 통일부 관료들의 기세는 꺾일 대로 꺾여 있었다. ‘무원칙 한 대북지원’이라는 대내외의 비판을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라는 그럴듯한 논리로 일관되게 묵살해왔던 자신들의 모습도 반성했다.

이날 보고를 한 통일부 관료 중에는 CNN에서 북한 인권 관련 프로그램이 방송된 날 아침 “별 내용 없었다”며 안도의 표정을 짓던 사람도 있다. 또한 햇볕전도사를 자청하며 북한인권 단체 대표들을 만난 사석에서도 ‘햇볕정책’ 홍보에 열을 올렸던 사람도 있다.

분배 투명성 확보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궁색한 변명만 일삼던 사람도 있다. 이들은 이날 납북자-국군포로 해결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통일부는 당초 인수위에서 부처 통폐합 1순위 후보로 몰렸다. 최근에는 통일부를 생존시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이날 보고에서도 통일부 간부들은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내세워 살아남기 위한 명분을 쌓느라 애썼다.

이러한 부처 간부들의 절실한 이해관계를 떠나서도 통일부가 정책 기능과 남북관계 관리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통일부 내부 인적 쇄신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햇볕 전도사들이 점령하고 있는 통일부가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 대북정책을 제대로 추진할지에 대해서는 지극히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북한에 일단 무조건 지원해야 남북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북한이 회담에서 갖가지 억지 주장을 내놔도 ‘일리가 있다’고 받아 들이는, 북한에 무리한 요구를 하면 남북관계가 파탄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들어 가기는 어렵다고 본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시구가 있다. 이 구절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잉게보르크 바하만(Ingeborg Bachmann)의 동명 시집 제목에서 나온다. 하늘을 날았으니 추락했고, 날개가 있으니 다시 날 수 있다는 말로 읽힌다.

전임 정권에서 국정 전반을 주도하던 통일부의 추락은 충분히 예상됐다. 통일부가 다시 날기 위해서는 새로운 날개가 필요할 것이다. 북한 김정일 정권을 꼭꼭 숨겨주고 뒤를 봐주던 날개를 떼어내고 북한 정권의 개혁개방을 이끌 수 있는 실용주의 날개를 달아야 할 때다. 그 작업이 인적 쇄신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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