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운명’에 대북전문가·단체들 “걱정”

북한문제 전문가와 대북지원.통일운동 단체들 사이에서 통일부의 ‘운명’을 놓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새 정부 조직개편 방향에 관한 논의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음에도 간헐적으로 통일부 통폐합설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대북.통일분야 참모역할을 한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28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인수위에 여러 개의 조직개편안이 제출됐는데, 대부분 통일부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이라고 전하고 통일부의 “대응이 안이하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간 대화는 속도보다 이행 여부가 중요한데, 통일부가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아랑곳하지 않고 회담만 하러 다니고 있어 상당히 걱정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 교수는 지난 27일 한반도평화연구원 주최 세미나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남 교수에 따르면 현재 인수위에 제출된 안들엔 통일부를 외교통상부에 통폐합하거나 남북교류처로 격하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통일부를 존치하되 슬림화하는 안도 들어있다.

김연철 고려대 아시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통일부의 통폐합 방안에 대해 “말이 안된다”고 일축하고 “남북관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북한을 ‘외교의 대상’으로 보느냐, 남북기본합의서에 규정된 ‘특수관계’로 보느냐라는 것인데 최소한 이 원칙을 파기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관계와 외교관계는 엄연히 다르다”며 “인수위에서 통일문제가 심도있게 다뤄지지 않거나 부처가 통폐합돼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를 상대했던 경험이 없는 외교부가 대북관계에 나설 경우 남북회담 등에서 바로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연구소의 백학순 수석연구위원도 “한국이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주도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통일정책이 소홀히 다뤄질 경우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에 종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남한이 남북관계보다 국제관계에 포커스를 맞추려 한다면 북측이 오해할 여지도 있다”며 “북핵문제가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 반대로 남북관계 동력이 북핵문제에 영향을 주는 상호 긴밀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남북관계와 통일문제를 다룰 인수위의 외교통일안보 분과의 핵심 면면이 외교와 안보전문가로만 구성돼 있는 것에도 주목했다.

그는 “외교.안보분야 인사로만 인수위가 구성된 연장선에서 통일부 폐지론도 나오는 것 같다”며 “남북관계가 기로에 서 있는 현 시점에서 안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에 올랐기 때문에 대북.통일쪽은 신경을 덜 써도 된다고 판단했을 수 있으나, 북핵문제나 북미관계가 얽혀있는 현 시기가 매우 중요한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외교통일안보 분과는 간사인 박 진 의원과 현인택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핵심이다. 이 가운데 박 의원과 현 교수는 외교분야 전문가, 홍 교수는 안보분야 전문가로 분류돼, 분과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대북.통일분야 전문가는 빠져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당선 후 구성한 인수위의 통일외교안보 분과에는 서동만 상지대 교수, 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서주석 국방연구소 연구위원 등 북한 전문가들이 포진했었다.

분과 이름 자체에서도 이 당선자 인수위는 외교통일안보로, 노 대통령 인수위 때의 통일외교안보와구별된다.

민간 통일운동을 주도하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관계자는 “민족통일이라는 최대과제를 낮춰보는 게 아니기를 바란다”며 “경제와 사회.문화 등 다방면에서 남북협력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통일부는 ‘민족통일’이 일정 수준에 다다를 때까지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합의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부처가 흔들린다면 내년 상반기부터 남북관계는 물론 북핵 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 등 대내외 관계가 꼬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관계자도 “남북관계에서 외교적 기능이 우선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북정책을 통합.조정하는 기능이 필요한 만큼 통일부를 그대로 둔 채 적절한 기능 분할 속에서 통합의견을 마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관계자는 “남북총리회담에 따라 각 부처가 대북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당국간 회담이 필요하고, 부처간 이견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통일부의 존치 필요성을 주장했다.

국내외 40여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북한인권단체연합회 이경환 기획실장은 “통일부는 필요하다”고 못 박고 “북한인권 개선 차원에서도 대북 교섭을 전담하는 통일부라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납북자가족모임의 최성용 대표는 “납북자 문제는 통일부가 여태까지 7∼8년 도맡아 왔는데 앞으로 많은 고민을 해 봐야 할 것”이라고 유보적 입장을 보였고,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도 통일부의 존폐에 특별히 찬반입장을 밝히지 않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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