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성급한(?) 대북지원 `논란’

북핵 6자회담 `2.13합의’로 북한 핵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열린 것을 계기로 6자회담과 남북대화가 본격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이지만 일각에서는 대북 지원을 놓고 통일부가 너무 앞서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정(李在禎) 통일부 장관이 20일 작년 북한 미사일발사와 핵실험 이후 유보돼 온 각종 대북 인도적 지원을 조만간 재개할 뜻을 내비침에 따라 남북관계가 북핵상황의 진전여부, 즉 북핵폐기 이행여부도 감안하지 않고 빨리 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에서다.

이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작년 10월 북한 핵실험 이후 중단된 수해복구 물자에 대해 “핵실험 문제가 일단 해결의 길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다시 시행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7월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유보된 대북 쌀.비료 지원 문제도 양이 문제일 뿐 오는 27일 평양에서 시작되는 제20차 남북 장관급회담을 계기로 지원이 재개될 것이라는 점은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6자회담에서 `2.13합의’가 이뤄지면서 북핵문제에 돌파구가 마련되면서 남북관계도 인도적지원을 매개로 급물살을 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북핵문제와 사실상 연동돼 왔으며 남북대화도 북핵문제의 진전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최근 “남북대화 문제는 서울과 워싱턴, 베이징, 평양 간 조율 과정에서 동시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며 6자회담 참가국 간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남북대화가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도 이날 “남북관계와 북핵문제는 병행관계”라며 “병행은 나란히 가는 것보다 서로 간에 지원 하는 역할을 한다. 서로 동력을 제공해 상호 유기적 관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2.13합의’에 따른 초기 이행조치에 아직 착수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남북대화를 통한 인도적 지원을 서두르는 게 `남북관계와 북핵문제가 서로 동력을 제공해 유기적 관계를 갖는 것’의 범주에 들어가느냐에 대해서는 다른 시각도 없지 않다.

실제 외교부 안팎에서는 대북 인도적 지원은 북한의 초기조치 이행 여부를 비롯한 6자회담의 진전 과정을 염두에 두고 결정돼야 한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송민순(宋旻淳)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원론적 수준이기는 하지만 6자회담과 대북 인도적 지원의 연계 여부와 관련, “남북간 경제협력 및 지원도 핵문제 상황을 염두에 두겠다”며 6자회담 합의 이행 정도에 따라 대북 지원을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다.

통일부가 `2.13합의’에 의한 대북 중유 제공과 남북채널에 따른 대북 인도적 지원은 별개라고 일찌감치 선을 그은 것도 대북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그러나 “`2.13합의’에 따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각국의 움직임이 숨가쁘게 진행될텐데 남북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이 소외됐던 1994년 제네바협상 당시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면서 “인도적 지원은 남북관계의 한 부분으로 남북대화가 북핵문제 진전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