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남북회담.조사일정 놓고 딜레마

`회의를 하자니 내용이 없을 것 같고, 안하자니 모멘텀 상실이 우려되고..’

새 정부 출범에 앞서 2007 남북정상회담 합의 이행과 관련된 각종 남북회담 및 조사를 앞두고 있는 통일부의 딜레마다.

2월말 이전에 열기로 북측과 합의한 회의 및 현지조사에는 자원개발협력분과위 회의, 베이징 올림픽 응원단 파견 관련 실무 접촉, 보건의료협력 실태조사, 개성공단 진입도로 현장조사(이상 1월 중 개최), 철도협력분과위 회의(1.22~23일)가 포함된다.

또 해주 특구 및 해주항 현지조사(1.31 경), 도로협력분과위 회의(2.12~13), 기상협력 실무접촉(이하 2월 중 개최), 환경보호.산림분야 실무접촉, 개성공단협력분과위 회의도 예정돼 있다.

통일부는 정상회담 합의 이행의 세부 계획을 담은 11월 남북 총리회담 합의문이 아직까지 국회 비준동의를 받지 못했지만 비준 동의 전이라도 재정 지출이 수반되지 않는 회의나 조사 등은 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받아 둔 상태다.

여기에 더해 이미 예정돼 있는 각종 회의 및 현장조사가 본격적인 재정 투입에 앞선 사전 조치 성격이 강한 만큼 예정대로 진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통일부의 입장이다.

변수는 인수위 측이 현 정부 임기 중 남북간에 합의된 각종 회의나 현장조사 일정을 강행하는 데 제동을 걸고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을 감안한 통일부는 이미 잡아 놓은 일정이라도 인수위 측의 지침을 받아 개최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 때문에 통일부로서는 만약 인수위가 향후 일정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입장이 난처해 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북측이 신년사설에서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강조하고 나선 터에 먼저 나서서 북측에 일정 연기 등을 요구하려면 적지 않은 체면손상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그렇다고 예정대로 회의 및 조사를 진행하는 것도 통일부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약속한 회의 및 조사는 진행하는 것이 정권 교체기 남북관계의 모멘텀 유지에 도움이 되겠지만 실질적인 합의 이행 권한이 다음 정부에 있음을 아는 북한이 `떠나는 정부’와 의미있는 협의를 하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선 이후 열린 조선.해운 협력 분과위 회의(12.25~28),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위원회 제1차 회의(12.28~29) 등에서 북측은 당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하거나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는 식으로 회담에 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부는 두 회담에서 다음 회의와 현지 조사 일정을 잡는데 만족해야 했다.

한 통일부 관계자는 4일 “합의한 회의.조사 일정은 예정대로 소화하는 것이 맞다고 보지만 결국 인수위의 입장이 크게 반영될 것 같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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