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나서지 말자’…’靜中動’ 행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대북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지속해 눈길을 끌고 있다.

통일부는 미사일 발사 사태 초기만 해도 이종석(李鍾奭) 장관이 나서 쌀과 비료의 대북 지원 유보를 천명하는 한편 일부 반대를 무릅쓰고 논란 끝에 남북 장관급회담을 개최하는 등 북한 미사일 사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주도적으로 움직였다.

이 와중에 이 장관은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가장 위협하고자 한 나라가 미국이라면 실패로 따지면 논리적으로 미국이 제일 많이 실패한 것”이라는 등의 발언으로 한미 공조 균열 논란의 한 가운데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통일부는 자기 목소리 내는 것을 극히 자제하는 듯한 분위기다.

이를 가장 두드러지게 느낄 수 있는 사안이 대북 수해 지원이다.

통일부는 대북 수해 지원 여부에 대해 줄곧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유지하더니 민간단체의 수해 지원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정치권에서도 인도적 수해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뒤에야 ‘지원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과거같으면 주도적으로 지원 여부를 결정했을 통일부가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현재 통일부의 입장이 난처함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통일부는 대북 화해 기조를 유지한다는 원칙아래 개최한 장관급회담이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보수세력의 비판에 직면해야 했고 쌀과 비료의 지원 유보에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행사 중단 선언으로 대응해 오면서 진보세력으로부터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

더욱이 북한도 이산가족 상봉 행사 중단을 비롯해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당국 인원 철수, 당국자의 정몽헌회장 3주기 추모식 참석 금지 등의 조치를 통해 통일부에 대한 불만을 가감없이 표출하고 있다.

결국 통일부로서는 보수.진보 양 진영의 의견을 두루 감안해야 하는 데다가 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견지하면서도 한반도에 추가로 긴장이 조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북한에도 신중히 접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정책 결정까지 고민을 거듭할 수 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이런 내부적 상황 논리에 더해 외부적 요인도 통일부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미국과 북한이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북핵 및 미사일 문제에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데다 북한 내부에서 군부의 입김이 거센 지금 상황에서 섣불리 나섰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으로, 통일부가 이런 내.외부 요인을 감안해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근 “지금의 경색국면은 감내해야 하며 풀릴 때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서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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