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금강산 투자자들 청사출입 불허 명분 없다

11일 오전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민원실에 통일부 출입 기자들이 몰렸다. 금강산기업협의회 대표들의 약식 기자회견 때문이다. 당초 통일부 기자실에서 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었지만, 통일부가 청사출입을 불허해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로 인해 기자단과 통일부간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기자단은 전날 오후부터 “금강산관광의 한 당사자인 협의회 인사들의 얘기는 기자들로서 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통일부에 이들의 출입 허가를 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이를 끝내 거부했다. 통일부는 민간인이 함부로 정부 청사에 들어올 수 없고, 이들 출입과 관련 기자단과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기자단은 여러 경로를 통해 통일부에 항의하면서, 불허 철회를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같은 답변만 되풀이됐다. 기자단은 협의회 측과의 간담회 일정을 전날 오후 기자들에게 모바일 문자서비스로 공지하려고 했으나 통일부 대변인실에선 이조차 협조하지 않았다.  


협의회 측에선 통일부가 사전에 간담회 내용을 알려달라고 요청한 것을 거부해 청사출입이 무산된 것 같다고 했다. 아무래도 정부 대책에 서운한 입장을 밝힐 협의회 입장에선 통일부의 이런 요청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사실상 간담회 내용을 사전에 검열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은 사실 통일부가 특별히 민감해야할 내용도 없었다. 협의회 측은 단지 자신들의 처한 현실을 진지하게 들어줄 상대가 필요해 통일부 출입기자들을 찾았고, 기자들도 금강산 관광중단 4주년을 맞아 당사자인 이들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이뤄진 것뿐이다.


이날 협의회 대표들은 금강산 지구를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해 기업이 회생할 수 있는 대책을 정부에 요청했다. 이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벼랑에 서 있다”며 투자액 실태조사 후 보상과 기업 생존차원의 운영자금, 생계비 지원을 요구했다.


현대아산 협력업체들의 모임인 금강산기업인협의회는 금강산에 투자한 중소 영세업체 33개로 구성돼 있다. 이들 협력업체는 4년간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시설투자비 1330억여 원, 매출손실 2080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주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수준이며 통일부 장·차관도 최근 이들을 직접 만나 들었던 내용이다. 통일부의 출입 불허가 더욱 납득되지 않는 이유다.


일각에선 금강산 투자기업에 대한 피해 보상 여론이 확산되는 데 대한 부담이 작동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그러나 협의회측이 통일부의 사전 통보를 거부해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기자단과 협의회 측이 통일부를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한 불만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기자회견 이후에도 사전에 협의가 되지 않은 취재원의 기자실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겠다며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응해 기자단이 통일부 관련 취재 보이콧 등을 결정하자, 차관이 직접 기자실을 방문해 “사전에 협의가 안돼 ‘관행’처럼 불허한 것”이라며 유감의 뜻을 전달했지만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지 4년째다. 이 기간 남북 당국의 대화의 문도 닫혔다. 답답한 남북관계의 돌파구 마련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 북측이 우리 기업들의 금강산 내 자산을 일방 사용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우리 측 투자기업의 피해는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이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할 통일부의 비협조적인 고자세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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