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北 자재전용 ‘묵인’ 논란

백두산 관광 인프라를 위해 정부가 북한에 지원한 자재가 전용됐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과거 `묻지마식 대북지원’의 단면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특히 대북지원의 집행.감독 기관인 통일부는 북측이 지원받은 자재를 다른 용도에 쓰려 한다는 정황을 포착하고도 이를 막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실망감을 더하고 있다.

감사원은 25일 통일부가 부실 공사나 무단 전용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장치없이 약 49억원의 남북협력기금(이하 기금)을 투입, 2005년 8~9월 백두산 인근 삼지연 공항 도로포장에 필요한 피치 8천t 등을 북에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장 확인 결과, 우리의 지원을 받아 북측이 진행한 공사가 아스팔트 함량부족, 다짐 불량 등 부실 공사였던 것으로 드러나자 통일부는 다시 약 44억원의 기금을 들여 2006년 1~3월 피치 8천t을 제공했다.

감사원은 2차로 지원된 피치 8천t과 부자재 중 당초 북이 삼지연 공항 활주로 덧씌우기 공사에 사용하기로 했던 피치 3천497t과 20억여원 상당의 부자재는 전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기금 집행을 주도한 통일부는 북한의 지원물자 무단전용을 막기 위한 모니터링 관련 조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모든 것을 북한의 선의에 맡겼다는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또 공사 진척도에 맞춰 단계적으로 지원하지 않고 한꺼번에 준 것도 결과적으로 전용을 방조한 셈이 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북한 내각 참사가 2006년 2월9일 개성기업인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이번에 추가 지원되는 물자(2차 지원) 가운데 남포항으로 운송되는 물량은 평양에 있는 순안공항 포장용으로 사용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음을 통일부도 알고 있었으나 즉각 대응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통일부 안팎에서는 과거 남북관계가 좋던 시절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는데 천착한 나머지 지원품의 사용처 등에 대한 감시 장치 등을 마련하지 않고 지원한 것이 이런 사태를 야기했다고 지적한다.

통일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모니터링 요구에 비협조적으로 나옴에 따라 충분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기 어려웠다고 항변하지만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남북협력기금을 안일하게 집행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한 정부 소식통은 “과거 정부에서 일단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을 먼저 줌으로써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접근법을 취했기에 지원에 앞서 너무 세세하게 따질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한 통일부 관계자는 “이제 남북관계도 과거와 다른 방향으로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 대북 지원이 이뤄질 경우 우리가 현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우리 기준에 맞는 시공이 될 수 있도록 협의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