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외교부 ‘대북지원 방식’ 입장차?

미국 정부가 세계식량기구(WFP)등을 통해 50만t 규모의 대북식량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통일부는 아직까지 국제기구 등을 통한 식량지원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기자들과 만나 “WFP등을 통한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은 실무적 차원에서 현재까지 검토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른 당국자도 이날 “국제기구에서 우리 측에 지원요청이 있을 경우 예년 수준에서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며 “작년 6월말 WFP를 통해 콩 등 곡물 3만2천t 가량 지원했다. 순수 인도적 차원서 국제기구, 민간단체를 통한 간접지원 할 생각이 있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지원은 정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WFP 통해 쌀 지원을 할 가능성은 낮다”며 “보통 WFP를 통해 주곡은 잘 지원하지 않는다. 또 쌀은 차관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국제기구를 통하기 어려운 점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통일부의 이 같은 입장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1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적극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하기 위해 미국 및 국제기구와 협의 중”이라고 말한 것과 분명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일각에서 여러 가지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문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아직 방침이 정해진 것은 없다. 협의 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WFP의 인도적 지원이 있을 경우에 대해선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만 답해 즉답을 피했다.

문 대변인은 “인도적 대북지원은 북측의 요청이 있을 경우 지원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다만, “북한이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므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통일부와 외교부가 대북지원 방식과 관련해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정부가 “북한의 요청이 있을 경우 검토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북측과 아무런 협의 없이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에 나설 경우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여론을 감안한 눈치 보기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김 대변인은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은)북한이 지원요청이 있을 경우 검토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북한의) 상식적인 사람이 상식적 수준의 요청이 있을 경우 검토할 수 있다”고 그동안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인도적 지원까지 ‘통미봉남(通美奉南)’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김 대변인은 “당국간 대화는 안 되고 있지만 교류∙협력∙왕래 등의 소통은 과거보다 훨씬 잘 되고 있다”며 “실질적 통미봉남이 아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01~2004년까지는 WFP를 통해 옥수수 10만t을 지원해 왔고, 2007년에는 2천만 달러 상당의 옥수수, 콩 등을 지원했다. 이 경우에도 WFP 등의 공식 요청이 있을 경우 검토,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