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레프코위츠 거듭된 설전 배경은

통일부와 제이 레프코위츠 미 대북인권특사 간 설전이 2라운드로 이어지면서 공방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설전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아직까지는 한미 정부 간 마찰이라기 보다는 통일부와 레프코위츠 특사 사이의 공방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레프코위츠 특사가 이른바 ‘네오콘’으로 분류되는 점을 감안하면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통일부와 미국 내 강경파인 네오콘 간의 공방이라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1라운드는 3월 30일 한 토론회에서 나온 레프코위츠 특사의 이른바 ‘2달러’ 발언 때문에, 2라운드는 4월 28일 그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 때문에 불거졌다.

그의 토론회 발언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의 임금 문제를 인권 문제에 결부시킨 반면 기고문은 개성공단은 물론 인도적 대북지원까지 문제삼아 논점을 넓혔다.

그 때마다 정부에서 반격에 나선 것은 통일부였고 레프코위츠 특사의 발언 수위 에 맞춰 대응의 강도는 더 세졌다.

1라운드에서는 이관세 정책홍보실장이 ‘사실 왜곡’을 지적하고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끝났지만 이번에는 “반인도주의적, 반인권적 태도”라는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공식 논평과 “내정간섭적 발언”이라는 정부 당국자의 강한 반응까지 나온 것이다.

이렇듯 통일부가 공격의 ‘선봉’에 서 있고 대응 강도까지 높인 배경은 뭘까.

여기에는 개성공단이 대북정책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레프코위츠 특사의 발언이 미 행정부 내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각각 감안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개성공단은 금강산관광, 철도.도로연결과 함께 3대 경협사업으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현재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의 ‘근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군사적 긴장이 가장 심했던 지역에 군이 빠지고 조성됐다는 지리적 위치 뿐 아니라 북측에게 시장경제의 나침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른바 경제-평화의 선순환 구조를 창출하는 모델로 정부는 인식하고 있다.

물론 개성공단 노동자의 임금을 겨냥한 레프코위츠 특사의 발언이 북한 사회에 대한 몰이해와 지역별로 임금이 다를 수 밖에 없는 최저임금결정 구조에 대한 인식 부족에 따른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판단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레프코위츠 특사의 ‘튀는 목소리’가 미 행정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함께 나오고 있다.

실제 부시 행정부는 명시적으로는 한국의 대북 정책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17일 경주에서 나온 한미 정상의 공동선언에도 “부시 대통령은 남북간 화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였으며, 이러한 화해의 진전에 따라 계속 긴밀하게 협력하고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작년 12월 당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워싱턴을 찾았을 때도 데이비드 샘슨 상무부 부장관은 “개성공단 사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평가한다”면서 “미국은 개성공단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그런 형태의 북측과의 상호 소통은 상당히 좋은 것으로 본다”고 평가한 바 있다.

따라서 개성공단이나 대북 인도적 지원까지 문제 삼은 레프코위츠 특사의 발언은 미 정부의 공식 입장과도 박자가 맞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 국무부도 외교 채널을 통해 우리측에 레프코위츠 특사가 조율되지 않은 발언을 해 곤혹스럽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미국 워싱턴 정가와 행정부를 취재 대상 겸 정보 수요처로 하는 전자우편 정보지인 ‘넬슨 리포트’의 지적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서울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넬슨 리포트는 최근 레프코위츠 특사가 개성공단의노동조건을 문제삼은 것에 대해 “미국 행정부 안팎의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전략적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문제 제기라는데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부는 레프코위츠 특사가 부시 대통령의 국내정책 부보좌관 출신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그의 발언 배경과 진의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국내 미국 전문가들은 이런 공방이 한반도를 둘러싼 ‘미묘한 정세변화’ 속에 나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발(發) ‘미묘한 정세 변화’는 대북 접근법이 단기가 아닌 중장기 전략으로 바뀔 조짐과, 그 전략이 고려할 부분에 북핵 뿐 아니라 인권, 위폐, 마약 등 대북 현안이 모두 포함될 조짐, 그리고 북한의 개혁 의지를 함께 감안할 가능성 등이 맞물리거나 뒤섞여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레프코위츠 특사의 목소리도 이른 흐름 가운데 하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의 튀는 발언이 네오콘을 대변해 대북 정책을 ‘강성’으로 몰고가기 위한 여론몰이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면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노력 중인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한반도 안보의 최대 현안인 북핵 해결에도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

통일부가 지난 달 30일 그의 WSJ 기고문에 대해 “인권을 얘기하면서 사실상 북한 주민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외면한 일”이라며 날 선 비판을 내놓은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특히 정부 당국자가 같은 날 비공개 브리핑에서 레프코위츠 특사를 “미국 내 강경파의 대표적 인물”이라고 지칭한 뒤 “최근 개성공단에 미국 관계자들이 방문해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자 그에 초조감을 느끼고 그런 분위기에 제동을 걸고자 나선 것”이라고 주장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비춰 미국 내에서 대북정책 방향을 놓고 강경파와 대화파 사이에 논리 싸움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네오콘측 논리의 급부상을 경계하기 위해 우리측의 강한 반작용이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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