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김정일 부역행위’를 그만두어야 한다

처칠은 나치와 타협하자는 유화주의자들을 “나중에 자신을 먹어주기를 바라며 악어를 키우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처칠이 살아있다면 김정일과 타협하자는 남한의 유화주의자들을 향해 ‘악어를 키우는 사람들’ 정도가 아니라 ‘악어가 되어버린 사람들’이라고 호통을 칠 것이 분명하다.

남한의 통일부가 북한인권NGO들에게 대북비난 유인물을 북으로 날려보내지 말라고 촉구했다.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은 “북측이 작년 8월부터 우리측이 6.4 합의서를 위반하고 있다며 강력히 항의했다”면서 “일부 민간단체들의 이 같은(유인물 살포) 행위는 남북 간 합의를 위반하는 것이며 남북의 화해와 신뢰구축을 위해 노력해온 정부의 노력에도 배치되는 것으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뒤, 직접 해당 단체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활동 중단을 요구했다.

남북회담 본부장의 발언은 이렇게 바로 잡아야 한다.

“통일부의 이같은 행위는 헌법정신을 위반하는 것이며 북한의 민주주의와 인권실현을 위해 노력해온 북한 내외부 양심세력의 노력에 배치되는 것으로 대단히 유감스럽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영토로 규정하고 있으며, 뒤이어 제4조에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되어있다. 대한민국 국민이 내 나라 영토에 거주하는 동포들에게 자유민주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평화적 행동을 중단하라니, 대체 어느 나라 통일부인가.

헌법 제6조에는 “헌법에 의하여 체결 ∙ 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하여 조약과 국제법의 효력이 자국민에게도 해당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통일부에서 말하는 ‘6.4 합의서는 조약도 국제법도 아니다. 물론 정부의 시책에 국민이 가급적 호응해주어야 옳겠지만, 옳지 않은 시책에 저항할 권리도 분명히 있다. 그에 대해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며 부당하게 자유를 침해하여서는 안 된다. 헌법 제21조에 명시된 “모든 국민은 언론 ∙ 출판의 자유와 집회 ∙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는 조항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북한인권NGO들이 북한을 향해 날려보낸 유인물에는 폭력을 선동하거나 반인권적 행위를 부추기는 내용이 없다. 오로지, 폭력으로 주민을 공포 통치하며 잔혹한 인권유린을 일삼는 북한 정권의 죄상을 있는 그대로 밝힌 것뿐이다. 그 가운데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통일부에서 지적해달라. 허위 사실을 유포한 범죄 행위에 해당하니까. 그런 내용이 없음에도 ‘배포 중단’을 촉구했다면, 그것이 오히려 폭력과 반인권에 부역(附逆)한 행위가 아니겠는가.

통일부의 이러한 행위에 가장 실망이 클 사람들은 북한 체제에 반감을 갖고 있는 북한 내부의 잠재적 민주화 세력이다. 내부의 민주 역량이 지극히 취약한 상태에서 외부 정세의 흐름은 중요한 변혁 요인 가운데 하나다. 일제 말, 외부 단파 라디오를 통해 가느다랗게 들려오는 일본군의 패배 소식에 독립 의지를 가진 조선인들은 마음 속으로 만세를 부르며 해방의 날이 멀지 않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때 만약 연합군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라디오에 등장해 뜬금없이 국내외 독립운동조직을 향해 “대일 비난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면 그 배신감이 얼마나 컸겠나.

결국 통일부는 북한의 민주화 역량을 짓뭉개며 인민을 먹어 삼키는 ‘악어’의 동류가 되어버렸다. 악어를 순화시킨다더니 스스로 악어가 되어버린 것이다. 대독 유화정책을 체임벌린도 이런 식의 부역은 안 했다. 한편으로 씁쓸하고, 또 한편으로 우리는 햇볕정책의 추한 종말을 지켜보고 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