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될 때까지 꼭 살아있어요”

“통일될 때까지 꼭 건강하게 살아서 다시 만나요”

8일 오전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에서 실시된 제3차 이산가족 화상상봉에 참석한 이무순(76.대구 수성구 만촌동)씨는 55년만에 만난 남편의 얼굴을 보고 그 동안의 한(恨)을 씻으려는 듯 상봉시간 2시간 내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오전 8시 북쪽의 남편 박재덕(81.평양시)씨와 박씨가 북쪽에서 재혼해 얻은 아들(50).딸(46)이 화면에 나타나자 이씨와 시동생 박재현(72) 등 남측 참석 가족 5명은 말을 잊은 채 흐느꼈다.

북쪽의 박씨는 남쪽에서 낳았던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55년만에 만나는 아내의 슬픔을 덜어주려고 노력하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그 동안 아내의 생활에 대해 물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50년 박씨는 3살난 아들(51년 사망)과 아내를 대구에 남겨둔 채 소식이 끊어졌다.

이후 혼자 남은 아내 이씨는 하나밖에 없던 아들마저 이듬해 풍진으로 먼저 보내고, 친정 근처로 옮겨가 탄광 노동자 생활 등을 하고, 시부모를 봉양하며 말로 하기 힘든 50여년을 수절하며 버텨왔다.

너무나 그리운 마음에 이씨는 남편이 북쪽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다른 이산가족들과 달리 제사도 모시지 않았다.

북쪽의 남편 박씨는 아내의 이야기를 들은 뒤 북에서 새로 결혼해 4남2녀의 자녀를 뒀다며, 함께 나온 장남과 딸 및 다른 가족과 그들의 생활에 대해 사진을 일일이 보여주며 설명했다.

또 남편 박씨는 “자식으로 마지막 효도라도 해야 한다”며 부모와 조부모 등의 사망일자를 일일이 받아 적었고, “올해부터는 내가 북쪽에서도 제사를 지내겠다”고 약속했고, 아내를 잘 돌봐달라며 동생과 조카들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이를 들은 남쪽의 동생도 북쪽의 형이 새로 얻은 조카들을 족보에 올려야 한다며 조카들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일일이 확인.기록했다.

2시간의 상봉시간을 꽉 채운 이들 이산가족들은 “통일이 될 때까지 건강하게 살아서 꼭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아가자”며 흐느끼며 약속한 뒤 짧은 만남을 아쉬움 속에서 뒤로 했다.

특히 상봉시간 1시간여를 앞두고 상봉장소에 도착한 이씨의 가족들은 상봉시간이 끝난 뒤 북쪽의 가족들이 화면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자리를 지켜 상봉장 밖에 있던 다른 가족과 적십자사 관계자 등의 가슴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

2시간 내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던 이무순씨는 상봉이 끝난 뒤 “짧은 만남이었지만 생사도 모르던 남편을 화면으로나마 볼 수 있어 한없이 기쁘며, 그 동안의 한과 슬픔이 조금은 풀렸다”며 “하루 빨리 통일이 돼 다시 만났으면 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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