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되면 김일성대에 사회복지학과 만들고 싶어”

통일 한반도. 누구나 꿈꾸는 미래일 텐데요. 통일을 위해 각자의 분야에서 연구하고 또 일하고 있는 전문가들과 이야기 나눠보는 ‘통일대담’ 시간입니다. 한국 사회 내 탈북자의 숫자가 3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들 탈북자들의 한국 정착과정은 그 자체로 작은 통일이라고 부를 수 있을 텐데요. 다만 일부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따라 탈북자 개인들의 적응을 위한 노력과 더불어 이들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갖는 한국사회의 시각교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14일 오늘 통일대담에서는 한국사회 각 분야에서 성공한 탈북자들의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김선아 공릉사회복지관 부장님 자리에 나와계십니다.

1. 탈북자들의 한국 사회정착을 돕는 일을 해 오신지 15년 가까이 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인가요? 

사실 너무 재미없는 얘기가 될 수 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아주 우연한 계기였습니다. 15년 전은 남한에 탈북자들이 많이 살고 있지 않았던 시절이었는데 제가 일하고 있는 서울시 노원구 지역에는 유난히 탈북자분들이 많이 살았습니다. 우리 지역에서 사투리를 쓰시는 분들을 보면서 ‘저분이 어디서 왔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2. 지금 근무하고 계신 공릉사회복지관은 ‘대한민국 1호 하나센터’ 입니다. 공릉사회복지관의 간단한 소개와 공릉사회복지관이 대한민국 1호 하나센터가 될 수 있었던 이유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릴게요.

현재 한국에는 종합사회복지관이 약 400여개 정도 있습니다. 종합사회복지관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거주해서 살고 있는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내에 거주민들을 돕는 전문기관입니다. 영구임대 단지에 탈북자분들께서 전입해 오시고 거주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탈북자분들에 대한 사업도 생각하게 됐습니다. 사업을 시작하게 된 데는 또 하나의 계기가 있습니다. 노원구에는 사회복지학으로 유명한 서울여자대학교가 있는데 그 대학에서 저희 공릉종합사회복지관에 탈북자들과 관련된 사업을 함께 할 것을 제안했고, 이에 기관장님 이하 모든 직원들이 함께 할 것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1호 하나센터가 되기까지는 물리적인 여건이 필요했습니다. 예를 들면 탈북자분들이 많이 살아야 한다는 조건 같은 것입니다. 하지만 많이 거주한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이 부분에 대해 탈북자분들에게 복지 서비스와 한국 사회 정착을 위한 사회복지적 개입이 중요하다는 기관의 인식이 있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15년의 역사를 돌아보면 주변에 참 좋은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탈북자분들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은데 조금씩 알려갈 때 지역 교회들, 기업들, 대학교 학생들, 지역 주민들 등 다양한 분들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얘기를 하자면, 북한을 가보지 않은 사람으로서 북한을 상상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이때에 탈북자분들이 가진 어려움이 무엇인가를 느끼고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사회복지사들의 도전정신도 하나의 조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3. 15년 가까이 일을 해오면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으셨을 텐데요. 가장 속상했던 순간이 언제셨나요?

없지는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많지는 않았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진심으로 탈북자분들을 만나고 그분들을 위한 일을 했는데 그 진심이 탈북자분들에게 전달이 되지 않았을 때, 그 마음의 상처가 굉장히 컸습니다. 한참 시간이 지나고, 북한 사회를 제가 알고 나니 저에게 상처를 주셨던 그분들의 마음이 이해가 됐습니다. 타인이 무언가를 제공할 때 진심으로 무언가를 해주기 어려운 북한이라는 사회, 표면적으로 내뱉는 언어들이 굉장히 제한적이고 형식적인 체제에서 제가 굉장히 친절하게 여러가지를 제공하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이익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후에 이런저런 마음이 통한 다음부터는 어려운 일은 거의 사라진 것 같습니다. 남과 북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대외적으로 나타나는 표면적인 것과 진심들은 차이가 있는 것 같고, 진심과 진심이 닿으면 좀 더 긴밀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4. 속상한 일만 있으셨다면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탈북자들의 한국사회 정착을 돕지는 못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보다 보람된 순간이 많으셨을 텐데요. 가장 보람됐던 순간은 언제셨나요?

사회복지사라는 직업 또는 사회복지라는 것이 인간이 굉장히 잠재력이 많은 존재라는 것을 믿는 것인데, 일시적으로 위기상황이나 어려움이 있을 때 누군가가 도와준다면 그것을 극복하고 잘 살수 있다는 그런 믿음입니다. 하지만 탈북자분들을 만나면서는 변할 것 같은데 변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변화가 오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습니다. 그래서 ‘내가 지금 굉장히 무의미한 일을 하는 건가?’, ‘내가 이분들의 필요에 맞는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고 있지 못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에 괴로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탈북자분들께서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한 단계 달라지거나 새로운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을 제가 보고 느꼈을 때 큰 희열을 느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계단을 오를 때 힘을 모았다가 점프를 해서 한 계단 올라가는 것처럼 탈북자분들이 잠재적으로 성장과 변화를 준비했지만 그게 일정기간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들고 그 시기가 지나니까 점프를 해서 완전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고 그게 너무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5. 최근 한국사회의 가장 큰 화두인 취업문제. 탈북자들도 무관하지 않을 텐데요. 탈북자들의 취직율이 어떻게 되나요? 또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겠지만, 어떤 분야에서 탈북자들이 일하고 있나요?

북한이탈주민의 고용율은 53.1%라고 합니다. 이것은 남북 하나재단이 2014년도에 탈북자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에서 나온 결과인데, 이 결과는 대한민국 일반 국민과 비교했을 때 약 7% 정도 차이가 나는 수치입니다. 고용율은 7%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고, 실업률은 한국 국민이 3.2%이고 탈북자들은 6.2%입니다. 약 3% 정도 차이가 납니다. 실업률이 그만큼 높다는 건데 저는 이 수치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일정 정도의 학력과 주변의 다양한 사회적 자본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 60%인데 북한에 모든 연고를 두고 온 탈북자 모집단을 조사했을 때 53.1%라는 것은 굉장히 높은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7%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고무적인 부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정부에서는 정착 초기에 있는 탈북자들에게 생계급여라는 기초 생활에 필요한 생활비를 지원하는 것이 있는데, 그 지원 대상자도 전체 약 3만명 중에 30% 밖에 되지 않습니다. 10명 중 7명은 본인이 경제활동을 해서 자신의 생활을 꾸려간다는 것인데 나머지 30%에 해당되는 분들도 초기 정착하신 분들, 노인분들 또는 지금 학생이기 때문에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볼 때는 탈북자분들께서 자활·자립 능력이 있다고 저는 해석합니다.

6. 탈북자에 대한 정부정책에 관해서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탈북자 지원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또한 실제적으로 탈북자들을 위해, 정부의 정책방향은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탈북자들이 증가한 역사를 약 15년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제가 가장 크게 한계라고 느끼고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지나치게 초기 정착 중심적이라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이 말이 의미가 컸습니다. 초기단계에서 정착을 잘 못하시면 이것이 장기화되고 정착 부적응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초기단계에서 강화를 시켜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이제는 그런 대상 집단이 어느 정도 안정화에 들어서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지나치게 탈북자 정책이기 때문에 탈북자만 변하고 개선돼야 한다는 당사자 중심 방식의 정책 방향, 이 두가지가 핵심적으로 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변화할 방향성을 얘기하자면 초기 정착 부분은 굉장히 꼼꼼하고 체계적으로 잘 돼있는데 대상자 별 특성화된,

또는 전문가를 육성할 수 있는 방향들. 조금 더 정리를 하자면 전문화되고 개별화된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하나는 누구나 알듯이 당사자들만 변해서 될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탈북자들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드렸는데 이분들이 지역에 나가고 회사에 출근하고 나면 마음에 상처를 너무나 많이 받고 돌아오셔서 회사를 그만 다니고 싶고, 이사를 가고 싶고, 북한 올라가고 싶고 이런 식의 말씀을 하십니다. 이걸 보고 느꼈던 게 당사자들의 정착 수준을 높여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분들이 살고 있는 지역과 대한민국 환경 자체가 사회통합을 이끌어 줄 수 있는 방식으로 정책의 방향이 전환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인데요. 탈북자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한국 사회의 편견과 선입견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현장에서 일 하시면서 탈북자에 대한 한국사회의 편견, 느껴보신 적 있으신가요?

굉장히 많이 느꼈습니다. 저도 같이 울기도 했고 상황을 개선해보려고 노력도 하는데 사람의 생각이 변한다는 게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보다는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고용주와 주민들의 편견이 있습니다. 쓰레기 분리수거가 안 돼 있고 아파트 어딘가에 낙서가 돼있으면 이건 다 탈북자가 한 것이라는 식의 편견이 많았는데 그간의 다양한 노력들에 의해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8. 이런 편견들을 해소시키기 위해서, 민간 부문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요?

지역사회 단위안에서 활동하는 것이 민간 기관이기 때문에 저희가 첫 번째로 생각하는 것은 일단 탈북자분들과 남한 국민이 만나서 접촉의 기회를 늘린다. 두 번째는 단순 접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과 마음에 있는 고민들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 다음에 북한의 문화와 다양한 특성들을 남한 주민이 자연스럽게 접하게 한다는 형태입니다. 저는 두 번째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을 통해서도 탈북자분들이 많이 나가니까 국민들이 체감하기에 탈북자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은 듭니다. 하지만 이분들 머릿속에 어떤 생각, 고민이 있고 생활방식은 어떤지 등을 깊게는 모릅니다. 그룹이든 개별적이든 한번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몇 개월씩 꾸준히 만날 때 그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관이나 주변 하나센터에서는 남북한 주민들이 동아리 같을 것을 합니다. 운동 동아리, 사진 동아리, 음악 동아리 등을 하는데 그 구성비가 남북한 주민들로 이뤄져 있고 이것이 한번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이어가게 됩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상당히 의미가 큽니다.

9. 말씀을 듣다 보니까, 이렇게 좋지 않은 환경 속에서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해서 성공한 탈북자분들을 보니 ‘참 대단한 분들’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대표적인 탈북자분들 소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대한민국에서 70%의 탈북자분들, 스스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분들 모두가 성공 모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야별로 얘기를 하자면 한의사 부부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도 한의사가 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이 부부는 우리나라의 정규교육과정인 한의대를 졸업하고 부부가 같이 한의원을 개원해서 사회봉사활동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분들이십니다. 또 북한에서 의사활동을 하다 오셔서 대한민국의 의사고시를 합격해서 외과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의사선생님도 계십니다. 또한 저에게는 아주 친근한데, 대한민국에 와서 사회복지과 4년제를 졸업을 하고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정규직으로 승진한 분이 있습니다. 이분은 또 남한 남자를 만나서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시어머니를 모시면서 10년 째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분은 나아가 사회적 기업을 생각해서 창업을 한 형태입니다.

10. 부장님께서 통일이 되면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사회복지학과’를 만들어서 그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씀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 그 꿈을 조금 먼저 이루게 도와드리겠습니다. 북녘에서 듣고 계실 청취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굉장히 떨리네요. 한국은 복지국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이미 대한민국에는 본인의 경제적 소득이 높든 낮든 많은 국민들이 복지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북한주민들도 모두 복지 서비스를 받아야 할 분들입니다. 하지만 북한에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만한 기관이나 전문 인력이 없습니다. 물론 남한에서 잘 훈련 받은 남한의 사회복지사와 사회복지기관들이 북한을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데, 저는 절충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탈주민들도 최근에 사회복지를 공부하시는 분들이 늘었지만 우리 북한주민들도 정식적으로 사회복지를 배우고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과정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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