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돼도 국방비 줄어들 가능성 매우 희박하다

통일의 난제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

통일이 북한주민들의 자주성이나 자립심을 훼손시킬 수 있다. 북한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각하고 자주적으로 노력하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열정적인 자세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남북의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본능적으로 남한의 경제적인 지원과 힘에 의존하려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힘이 세고 발전단계가 높은 존재와 차이가 많이 나는 존재가 만났을 때는 아무리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선의가 있다고 해도 강한 존재가 약한 존재의 자주성을 훼손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남북한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가 어렵다. 북한의 재건비용, 기본적인 SOC(사회간접자본) 건설만 해도 많은 비용이 들 텐데, 통일 이후 남한에서는 이 비용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생겨날 것이다. 남한은 남한대로 많은 것을 희생해서 북한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생길 것이고,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의 처지가 곤궁한데 이것밖에 지원을 안 해주느냐는 불만이 생길 것이다. 서로 다른 나라가 아니다 보니 그런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게 더 어렵다. 갈등을 조절하는 안전망이나 완충망이 없다.

남북한의 발전단계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도 어느 정도 비슷해야지, 너무 심하게 다르면 이해가 어렵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 이해하고 포용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서 집단적으로 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흐르면 심각한 정치적 충돌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혼란과 소요사태가 끊임없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당기간 남북간의 이동을 제한하더라도 남북간의 접촉면은 적지 않다. 투자, 기술지원, 인력지원, 관광, 이산가족 등으로 최소 20만명 이상이 북한에 상주하게 될 것이다. 수가 많지 않아도 기술지원이나 교육, 기업관리 등은 접촉면이 매우 넓을 수밖에 없다.

통일비용은 그 자체보다 통일비용과 연관된 정치적 압박과 정치적 소요를 국가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통일비용을 산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쪽에서는 북한재건 비용과 북한유지관리 비용을 계산하고, 또 한쪽에서는 남한의 경제능력, 조세저항, 경제충격, 공적비용 감축의 현실적 가능 정도를 계산해서 그 중간 정도를 적정점으로 정하면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 균형점이 남북 양쪽에서 거센 저항에 부딪혀 심각한 정치적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이 부재할 경우는 통일비용 산출 논의과정부터 혼탁해지고 균형점에서 결정되기보다는 어느 한쪽에 편향되어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정치적 혼란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흔히 통일비용을 이야기할 때 국방비 감축분이 일정 부분 상쇄시켜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국방비가 줄어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우선 감축 반대 의견이 매우 강할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의 정세 불안, 중국과 일본의 강력한 재군비, 영토 분쟁 등 국방비 감축을 반대하는 논리는 얼마든지 많이 있다. 설사 국방비가 감축된다고 하더라도 범위가 소폭일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재건 비용에 따른 정부 적자가 크게 늘어나면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다. 만약 통일 이후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간다면 국방비는 오히려 더 늘 수도 있다. 무엇보다 국방비가 감축되더라도 북한재건비용과 비교도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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