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대박’을 이끌 초대 평양 시장을 찾습니다

북한을 무대로 한 거대한 상상이 시작됐다. 언어적으로는 이미 만들어졌지만 우리의 눈앞에 시각화되지 못한 것들이다. 인간의 능력은 오묘한 구석이 있어 언어로 상상한 것들을 곧이곧대로 현실화시켜왔다. 공상과학 소설이 어느덧 우리의 삶 속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것처럼 ‘통일은 대박’이라는 언어적 상상이 곧 현실화되리라는 것도 짐작 가능하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먼저 상상하고 실천하는 이들이 바꿔온 문명 한복판이다.


상상이 현실화되는 통일이 다가오면, 초대 평양 시장을 비교적 합리적 방법인 선거로 선출하게 될 것이다. 마치 미국의 흑인들이 자신들과 피부색이 유사한 인물을 대통령으로 마주하게 되는 날이 왔듯이, 평양의 시민들도 자신들과 비슷한 아픔을 공유하고, 동시대적 과제를 가슴에 품은 진정한 인민의 지도자를 선출하게 되는 날 말이다. 그럼 초대 평양 시장은 누가 되고 어떤 인물이 될 것인가? 평양의 주민들 또한 통일 시대 사정에 따라 잠시 제한을 받을 수 있겠지만 훌륭한 상상력으로 미래를 이끌 지도자를 선택할 것이다.


통일 시대를 맞이하지 않고서야 북한 전역에 민주적인 선거는 가능하지 않다. 북한을 하나의 독립적인 체제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체제와 국가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북한이라는 체제가 독립적인 기능이 가능할지 몰라도 국가로서 남한과 북한은 하나가 될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에서 (이미 많은 고통을 겪은 학습의 효과로 인하여) 통일은 곧 새로운 선거의 시작이고 정치적 역량을 가진 지도자의 등장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때문에 초대 평양 시장이 될 인물은 남북한이 통일되는 과정에서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보여주고 북한 주민들에게 상상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일종의 ‘통일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을 겸비해야 할 것이다.


남한 출신 인사가 통일시대 북한에서 정치 리더로 활약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부 기회주의자들만 제외 한다면, 통일 시대 북한의 경제발전을 이끌 역량을 가진 지도자가 남한에는 많다. 다만 누가 자신을 희생해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남는다. 북한 내부의 대안적 정치 리더 및 세력을 발굴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남한의 인물이나 세력이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 그러나 통일시대 북한 내 다양한 세력이 등장하고 이들 간의 다종다양한 이합집산(離合集散)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남한의 유능한 인물이나 세력이 이들을 제대로 이끌지는 미지수다. 그만큼 통일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예컨대 석박사 학위를 받은 전형적인 학자나, 대북전문가 그리고 남한에서의 정치적 경험만 풍부한 사람이 이러한 리더가 되기 어렵다. 일단 북한을 경험해보지 못한 리더들이 북한 주민들의 정치적 성향과 그들의 원하는 것을 정확히 가늠하고 이를 해소해줄 수 있는 리더십을 갖기 어렵고 무엇보다 다종다양한 이합집산 과정에서 남한 출신 리더나 세력이 실력발휘를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통일시대에는 능력 있는 사람보다 진정성을 갖고 북한 주민들을 대하는 태도나 감성에 따라 남한 정치인들에 대한 지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탈북자들의 지적도 있다.


결국 평양 시장을 비롯한 북한 전역에서 탄생할 새로운 정치 리더는 전적으로 북한이나 남한만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은 아닐 것이다. 남한의 수준 높은 자유민주주의이념과 북한의 개혁개방 등 체제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 혜안(慧眼)을 가진 인물이 가장 적합하다. 북한을 일종의 무력 진압과 통제가 필요한 곳으로 보거나 북한주민을 단순한 계몽 대상으로만 보고 체제 개혁을 하려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통일은 대박이라는 상상이 현실화되려면 남북한 역량을 결집해 통일시대를 성공적으로 이끌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 우리에겐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