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국가 디자인’ 이효원 교수

“그동안 남북관계와 관련해 원칙적, 추상적 얘기가 많았다면 이제는 실무가들을 중심으로 보다 구체적, 각론적 얘기가 많이 나와야 합니다.”

유일한 검찰 출신의 서울대 법대 교수이자 헌법과 통일법, 남북관계법의 전문가인 이효원(43) 교수는 2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실무가 출신답게 실용적 관점에서 남북관계의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1991년 사법시험(33회)에 합격한 뒤 서울지검 북부지청과 통일부 파견, 독일 연수, 서울중앙지검, 법무부 특수법령과 등을 거쳐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으로 일하다 작년말 ‘검찰 역사상 첫 서울대 교수’로 임용됐다.

검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법무부와 대검, 서울중앙지검 등 ‘엘리트 코스’를 모두 밟으며 해외연수 기간을 포함해 줄곧 남북관계, 공안, 기획 분야에서 일했고 정부의 남북교류협력법령 제개정 과정과 통일대비 법제연구에 빠짐없이 참여해 학계에서 보기 드문 `실무형’ 전문가다.

이 교수는 최근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간 교류협력에 대해 “우선 남북관계를 단단하게 다져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는 “남북관계를 잘 풀어나가려면 국내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미국, 중국, 일본과의 관계 같은 국제적 요인이 더 중요하게 취급된 게 사실”이라고 말하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남북관계가 단단하지 못하면 주변 환경에 휘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남북관계가 잘 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남북 교류협력에서 법.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는 것.

현재 남북관계를 규율하는 법들은 남한 법률(남북교류협력법, 남북관계발전법, 개성공업지구지원법)과 북한 법률(북남경제협력법, 개성공업지구법, 금강산관광지구법), 남북간 합의서(남북경협관련 합의서, 개성공단관련 합의서)로 크게 나뉜다.

그러나 현행 체계는 허점이 많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

그는 “양측 법률과 합의서에 의해 남북관계가 규율되는데 남한의 법은 북한 것과 많이 다르고, 합의서도 구체적 규범체계로는 부족한 점이 많다”며 “이 세 법.제도가 서로 부정합(不整合)적인 모양을 보인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지구에서 일어나는 형사사건 처리 ▲남북상사중재위원회 구성 ▲새터민이 북한에 남은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한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의 세부규정 미비 등을 구체적인 사례로 꼽았다.

그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이 시작된 후 최근까지 형사 사건만 30건 이상 발생했다”며 “각종 사건사고가 일어나지만 신병인계, 피해보상, 조사, 접견 등 구체적 처리절차는 미비점이 많다”고 말했다.

남북상사중재위는 합의서를 체결하고 6개월 안에 위원회를 만들어 남북간 경제 분쟁이 생기면 처리하기로 했는데 위원회가 2년째 구성되지 않아 제자리걸음 하고 있는 점도 그는 지적했다.

이 교수는 “남북관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북한과 합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 많다”며 “이벤트성으로 하나씩 내놓기보다는 지속적, 단계적으로 회담을 진행해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한편 법률가 입장에서 볼 때 남북한의 법.제도 사이에 있는 큰 차이를 해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이 2004년 이후 중국과 베트남에서 개혁.개방을 통해 법치주의가 진전된 것에 영향을 받은 듯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법률을 만들고 그 내용을 구체화하는 등 이른바 ‘법치주의’ 관점에서 “일부 개선된 모습”을 보였지만 “북한의 법은 불명확하고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우리 법 수준과는 괴리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 남한은 교류협력의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하며, 북한과 교류협력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해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자신의 연구의 장기적 목표로 “통일국가를 디자인하는 것”을 삼았다는 이 교수는 “통일이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기초로 한 국가공동체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본다면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남북교류협력 규범체계를 확립하고 이를 토대로 법.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구체적 관심 분야”라고 설명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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