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육, ‘6·15선언’ 한계 지적…‘北인권’은 빠져

정부가 초.중.고교 교사들이 학생 통일교육에 활용하는 ‘지침서’에 지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6·15선언’과 ‘10·4선언’의 한계와 부작용을 명확히 밝혔다.

북한이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새 정부를 ‘역도’ ‘파쇼정권’ 등의 격한 표현을 통해 비난의 강도를 높이면서 두 선언에 대한 이행을 촉구하고 있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주목된다.

이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햇볕정책’의 한계를 학생들에게 교육시킴과 동시에 북한의 핵개발에 따른 안보위협도 강조해, 북한문제와 통일과 관련해 이념적 편향성을 극복하고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이 19일 펴낸 ‘통일교육 지침서 2008·학교용’은 6·15남북공동선언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추진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는 점과 함께, 6·15공동선언문 속의 ‘우리민족끼리’의 협력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부분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고 기술했다.

또한, 10·4남북정상선언에 대해서도 “북핵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북한의 변화가 미미한 가운데 합의∙추진된 남북간 교류와 협력, 대북지원 등은 국민적인 합의와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크게 미흡하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침서는 ‘이 주제를 다룰 때의 강조점’을 통해 교사들에게 “역대 정부의 노력을 긍∙부정적 평가를 곁들여 균형 있게 설명할 것”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 2007년판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다양한 분야와 수준에서 남북 당국간의 대화가 진행됐고, 다방면에 걸쳐 남북간 교류협력이 크게 증대하였다”고 기술하고, 동시에 교사들에게 ‘햇볕정책’ 계승론을 펴면서 “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2008년 지침서의 한계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2007년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공개총살’ ‘정치범 수용소’ 등의 인권유린 실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다만,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설명하면서 “북한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와 지속적으로 제기하겠다”고만 말하고 있다.

지침서는 “북한은 통일 동반자임과 동시에 경계의 대상”이라며 “북한사회의 전반을 객관적이고 균형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대량 아사사태의 원인이나, 심각한 인권유린 상황에 대해서는 기술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사회·문화 교육과 관련해선 “북한의 경우 한국 고유의 문화전통이 사상통제의 수단으로 전락하여 왜곡되어 있음을 이해하고, 그 결과 남북한 간의 문화적 이질감이 심화되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2007년판에는 교사들에게 “유사점과 차이점을 파악해야 한다”고만 주문했다.

북한의 개혁·개방과 관련, 2007년에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지원해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탐색해보도록 지도한다”고 적극적으로 표현했으나, 2008년에는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고만 돼 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대해서도 2007년에는 단지 ‘우려’로 표현되어 있으나 2008년에는 ‘심대한 안보위협’로 기술해, 안보문제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교양함에 있어 2007년판은 “주변국들이 상이한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음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는 반면, 2008년판은 “북한의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개발∙보유가 남북화해와 통일에 장애요인임을 이해시킨다”고 되어 있다.

2008년 지침서에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남북교류협력의 현황은 삭제됐다. 대신 ‘비핵·개방3000’구상 등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자세하게 소개됐다.

끝으로 지침서는 2007년과 달리 “한반도 주변국들의 적극적 협력은 통일의 달성을 위한 필수적 외부 조건”이라고 명시해 ‘국제관계’를 중시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문대근 통일교육원 교수부장은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하도록 통일 환경과 안보 현실, 북한 실상 등을 사실 그대로 교육하고, 이념 지향성으로 인한 오해의 소지를 배제한 것이 지난해 교육 내용과 크게 달라진 점”이라고 말했다.

학교용 지침서는 19일부터 전국 1만여 초.중.고교에 배포돼 국어, 도덕, 사회 시간 중 통일교육을 위한 교사용 교재로 활용된다. 통일부는 유사한 내용으로 일반용 지침서도 만들어 각 지역 통일교육협의회 등에 배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