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육 도우미’ 조휘제 교사

“정년퇴직을 하면 전국을 돌며 통일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또 기회가 된다면 통일 이후 북녘 학생들과 통일수업을 하는 게 꿈입니다.”

‘통일교육 도우미’를 자처하는 조휘제(59) 서서울생활과학고등학교 교사는 2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통일을 이루려면 학교에서의 통일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별명은 ‘통일 선생님’이다. 올해로 13년째 이 학교에서 통일교육을 하는 조 교사는 ‘주경야독’으로 박사 학위까지 딴 학구파다.

그는 “현장에서 통일교육을 하다 보니 노하우는 늘어났지만 전문지식 부족을 많이 느꼈다”며 박사 학위에 도전한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2002년 동국대 북한학과 박사과정에 입학, 각고의 노력 끝에 5년 만인 지난해 8월 ‘통일 대비 학교통일교육 활성화방안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수업하랴 공부하랴 힘이 많이 들었다”며 “늦은 나이에 무리하게 공부해서인지 녹내장과 백내장이 찾아와 두 눈을 각각 두번씩 수술해야 했다”며 힘들었던 시기를 회상했다.

조 교사는 원래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은 사회 과목 교사였다.

하지만 1996년 통일교육 수업을 맡으면서 “전국에서 제일 가는 통일교육 교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연구에 매진, 10년 넘게 통일교육 ‘한우물’을 팠고, 지난해에는 아예 전공 과목을 통일ㆍ북한 관련 내용을 더 많이 가르칠 수 있는 윤리 과목으로 바꿨다.

다행히 학교측도 평소 통일교육을 강조해 온 터여서 통일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관련 수업을 늘리는 등 조 교사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가 일선 교육현장에서 느끼는 통일교육의 현실은 ‘위기’ 수준에 가깝다.

조 교사는 “요즘 학생들은 통일에 대해 관심도 없고 기본적인 내용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북한의 ‘대통령’으로 부르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북한의 국가명칭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기인 ‘인공기’를 모르는 학생은 무척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통일이 안 됐으면 좋겠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진 학생도 많다고 그는 우려했다.

박사 논문을 준비하며 전국 20개 고교의 학생 1천887명과 교사 4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도 비슷하다.

고교생들에게 가장 관심있는 것을 묻자 55%는 ‘수능시험’이라고 답했고, 그 다음은 ‘외모'(12%)였지만 ‘통일’이라는 응답은 0.2%에 불과했다.

그는 “비록 분단된 상황이지만 북한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은 알아야 한다”며 “그래서 학교 통일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사는 통일교육원이나 전국의 학교에서 ‘통일교육 전문강사’로도 맹활약 중이다.

또 2006년부터는 북한 영어 교원(교사) 출신의 통일교육 강사와 짝을 이뤄 ‘남.북한 선생님 공동수업’도 한다고 밝혔다.

“통일교육 수업에 시큰둥한 학생들도 이 수업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는 게 조 교사의 설명이다.

그는 “학생들은 북한에서는 두발 단속을 하는지, 학생들 사이에 이성교제가 가능한지, 남녀 합반을 하는지, 학생들은 도시락을 싸 가는지, 북한에도 과외가 있는지, 대학에 가는 방법은 어떤 게 있는지 등 갖가지 궁금증을 물어본다”고 말했다.

조 교사가 근무하는 서서울생활과학고교 역시 통일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높은 학교다.

이 학교는 1996년부터 통일교육을 실시해 2000년 서울시 교육청 지정 통일교육 시범학교가 됐고, 2001년에는 통일교육 연구학교로 지정됐다.

또 1997년부터 교내에 통일안보전시관을 만들어 운영하다 이 전시관은 지난 8월 통일부의 지원을 받는 ‘통일관’이 됐다.

통일관은 각종 전시물과 영상자료 등을 통해 남북관계를 학습하는 체험장으로 전국에 13개가 지정, 운영 중이며, 서울의 통일관은 서서울생활과학고가 유일하다. 이 학교의 통일관은 개관 이래 3만5천여명이 관람했다.

이밖에 남북한 언어 비교, 북한 바로알기 등의 내용이 담긴 ‘통일노트’를 전교생에게 배포해 교육하고 있고, 1997년부터 매달 15일을 ‘평화통일 염원의 날’로 정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북한학생 사랑나누기 성금’을 모금한다.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 때는 학생들이 동전을 모아 조성한 430만1천원을 “북한에 전해달라”며 청와대에 전해 북으로 보내기도 했다.

학생들은 통일연구반, 통일보컬반, 통일사물반, 통일정보검색반 등 다양한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한다.

조 교사는 최근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논란에 대해 묻자 말을 아끼면서도 “통일교육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되지만 정권이 바뀌었다고 너무 갑자기 바뀌어도 안 된다”며 “잘된 것은 잘된 대로 놔두고, 보완할 필요가 있는 것은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통일교육 원칙은 ▲건전한 안보관 ▲객관적인 북한관 ▲미래지향적인 통일관 등 3가지다.

이는 “튼튼한 국가 안보를 토대로 객관적인 모습으로 북한을 바라보되 통일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자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조 교사는 “통일교육 내용은 해마다 바꿀 게 많아 힘이 든다”면서도 “통일교육 노하우와 정보를 여러 사람과 공유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뿌듯해했다.

또 “수업 시간에도 인사를 ‘통일’이나 ‘평화’라고 한다”며 “학교측의 관심과 지원도 높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교사는 “오는 2011년 8월이 정년이니 앞으로 퇴임까지 3년 반 정도 남았다”며 “남은 기간 학교에서 열심히 통일교육을 하고 이후에는 전국의 초.중.고교를 다니며 통일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는 ‘통일교육 도우미’ 역할을 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통일이 되면 북한에 가서 북한 학생들을 상대로 진정한 통일 수업을 하고 싶은 게 꿈”이라며 “그런 날이 빨리 오도록 통일교육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그는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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