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육, 北주민 실상부터 그대로 보여줘야

전화벨이 울렸다. 인천에 있는 문성정보고등학교 선생님이었다. 얼마전 전북 관촌중학교에서 했던 통일교육, <북한바로알기> 기사를 신문에서 보고 전화를 했다고 한다.

선생님은 일년에 한 번 학생들에게 통일안보 교육을 해오고 있는데, 학생들이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심한 경우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육 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잔다고 했다. 관촌중학교에서 했던 <북한바로알기> 교육을 이 고등학교에서도 해줄 수 있는지를 물어왔다.

필자는 아이들과 만나서 북한과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무척 즐겁다. 또한 전교조의 6.15공동수업 내용이 일방적으로 편향돼있어 이 시기에 학생들에게 북한 바로알기 수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던 터라 쉽게 제안을 받아들였다.

“물론이죠. 가능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교육은 언제 진행하죠?”

전화를 끊고 나서 현재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통일교육의 내용과 형식에 대한 자료를 대략 훑어 보았다. 아이들이 통일 교육에 흥미를 보이지 않고 책상에 엎드려 자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첫째, 여전히 과거의 반공 안보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한 통일 교육이 문제였다. 과거에 비해 크게 줄긴 했지만, 공산주의를 비난하고, 북한의 남침에 대비해 안보 태세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수준에만 머물러 있었다. 고리타분한 훈계형 교육이 공부에 지친 아이들을 꿈나라로 몰아갔던 것이다.

현재 통일교육 북한 주민 실상 알리는 데 소극적

둘째, 재미 위주의 이벤트 형식으로 감싼 편협한 이념 주입 통일 교육도 문제였다. 전교조는 6.15공동선언 7주년을 맞이해 남북공동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6.15선언의 역사적 의미를 알리는 CD를 틀어주고, 한반도기를 그리고, 3행시를 짓고, 아이들에게 통일사탕과 통일호박엿을 나누어 준다.

아이들은 실천과 이벤트를 결합한 수업에 흥미를 보인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이벤트식 통일교육이 아이들에게 남기는 것은 ‘재미’뿐이다. 교육 이후 아이들이 6.15선언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애매하고 막연하다. 그마저도 친북통일운동 세력의 편협하고 과장된 정치해석을 반복 주입 받은 결과일 뿐이다.

낡은 반공안보교육이나, 이념주입과 이벤트를 결합한 전교조의 통일교육이 공통적으로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학생들에게 북한의 실상과 북한 주민의 생활을 정확히 알리는 것이 통일의 교육의 첫걸음이라는 사실이다.

<북한 바로알기> 강의를 시작할 때 학생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남녀의 사랑은 무엇에서부터 시작될까요?”
중간쯤에 앉아 있던 학생이 대답했다. “서로를 알아야 합니다.”

너무나 단순한 진리가 아닌가. 통일교육의 출발은 북한의 실상과 북한 주민의 생활을 정확히 알게 하는 것이다.

15일 문성정보고등학교에서 <북한 바로 알기> 교육이 진행됐다. 굶주림과 가난에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어린아이들의 생생한 사진을 본 아이들의 입에서는 안타까움과 슬픔이 섞인 한숨이 흘러나왔다. 세계 최악의 개인숭배와 군사독재사회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이 화면에 비칠 때는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통일의 동반자인 북한 주민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본 학생들에게, 통일은 더 이상 ‘환상’이 아니었을 것이다. 반세기 넘는 분단 역사가 빚어낸, 하늘과 땅만큼 큰 남과 북의 차이를 넘고 또 넘는 지루한 과정이 곧 통일임을 어렴풋이 느꼈으리라.

삼행시도 없고, 통일 사탕이나 통일 호박엿도 없었지만, 평소에는 상상도 해볼 수 없는 가슴 아프고 충격적인 북한 주민들의 생생한 모습 앞에서 책상에 엎드려 자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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