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육원장 빈 자리 ‘원칙’대로 선발하면 군말 없다

통일부 산하에 ‘통일교육원’이라는 국민교육 기관이 있다. 문자 그대로 對국민 통일교육을 실시하는 공공기관이다.

교육과정은 학생 대상인 ‘학교통일교육과정’을 비롯해서, 사회교육기관 및 지역사회에 올바른 통일관을 교육하는 ‘사회통일과정’, 공직자 및 남북교류협력에 따른 통일교육 과정이 있다. 특히 학교통일교육 과정에는 갈수록 통일에 무관심해져 가는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대북관, 통일관을 심어주기 위해 일선교사들이 다양한 교수기법을 공유하는 교육프로그램도 있다.

통일교육원의 ‘교육목표’는 무엇인가. 통일교육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정확히 나와 있다.

“국민으로 하여금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민족공동체 의식 및 건전한 안보관을 바탕으로 통일을 이룩하는데 필요한 가치관과 태도를 함양”하는 것이 목표다. 교육목표가 매우 뚜렷이 적시돼 있는 편이다. 각각의 통일교육과정은 이같은 교육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코스이다.

그렇다면 이 교육기관의 수장(首長)인 통일교육원장은 어떤 사람이 적합할까? 그것은 통일교육원의 교육목표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즉, 1)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있어야 하고 2)민족공동체 의식이 있어야 하며 3) 건전한 안보관을 갖춘 사람이 적합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따져본다면 무엇보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뚜렷해야 하고, 이 신념에 바탕해서 민족공동체 의식과 건전한 안보관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아닌 체제로 통일을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거나, 북한당국이 ‘우리는 김일성민족’이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김일성민족과 통일할 수 없으며 북한과 통일하면 우리가 손해’라고 생각하거나, ‘누가 뭐래도 무력에 기반한 북진통일이 옳다’거나, 또는 ‘모든 통일은 선(善)이니까 북한이 주도하든 남한이 주도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통일교육원장이 되면 곤란할 것이다. 요약하면, 통일교육원장은 자유민주주의-남북공동체-평화통일이라는 3가지 신념이 뚜렷해야 한다는 이야기이고. 이 3가지 중에서도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기본바탕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통일교육원장이라는 자리는 구체적인 대북정책이나 대북전략을 수립하는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통일의 원칙에 충실한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통일교육’ 전문가와 ‘대북정책’ 전문가를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6.15 공동선언의 가장 잘못된 부분이 통일방안과 대북정책(특히 남북경제협력)을 비빔밥으로 섞어놓은 것이라는 점은 전문가라면 다 알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6.15 선언 제2항 ‘남측 연합제와 북측 낮은 단계 연방제가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라는 대목은, 대한민국 국회에서 비준을 받고 국민 대표성이 인정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아니라, 김대중씨 개인 통일방안에서 비롯됐다는 것도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만약 6.15 선언 제2항의 ‘남측 연합제-북측 낮은 단계 연방제의 공통성’이 최종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통일’을 의미하지 않는 것이라면 당연히 폐기되는 것이 정당하고, 또 그것이 통일교육원의 3가지 교육목표인 자유민주주의-남북공동체 의식-평화통일이라는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6.15 선언 3, 4, 5항 및 부칙이 일정 부분 ‘대북정책’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고, 또 제1항은 선언적 의미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한다 해도, 제2항의 최종목표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통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더구나 앞으로 통일교육원장이 누가 되더라도 제2항을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대북정책, 대북전략까지 포괄해서 연구하는 통일연구원장과 통일교육만 전담하는 통일교육원장은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통일교육원장 자리에는 더욱 ‘바른 통일’에 목숨을 거는 원칙주의자가 필요한 것이다.

신임 통일교육원장이 4월 20일 이후 아직까지 후임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떠돌고 있다.

노무현 정부까지 통일교육원장 자리는 통일부 관료가 맡았었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작은 정부’ 기조에 맞춰 2년 계약의 외부 개방직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행정안전부가 후임자를 공개모집하고 통일부가 면접 평가점수까지 매겼다고 한다. 말하자면, 통일교육원장에 누가 적합한지를 두고 ‘시험’까지 친 것이다. 그 결과 평가점수에서 앞선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 소장이 당초 내정됐다고 한다. 그런데 ‘홍관희 소장 내정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일각에서 그가 6∙15공동선언을 비판한 사실을 놓고 공연히 시비를 걸고 나왔다. 홍 소장은 통일연구원(총리실 산하) 재직시 6.15 선언을 공개비판한 후 자진해서 연구원을 사직한 원칙주의자다.

홍소장 내정이 보도되자 즉각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는 6월 6일 홍소장의 통일교육원장 내정 철회를 요구했다. 여기에 발맞춰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언론분과위원회’는 6월 12일 홍소장을 겨냥, “극악한 친미극우 반통일분자를 통일교육원장으로 앉히려 한다”며 “이번 통일교육원장 내정책동은 남조선 내부문제가 아니라 북남관계 발전에 대한 입장과 태도문제로서 우리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대결선언”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통일교육원장은 통일부장관이 임명하게 되어 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당국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고 남북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이 되자, 통일부 장관이 홍관희 소장 임명을 미루는 게 아니냐는 일부 의혹도 있다고 한다. 물론 통일부 장관의 현실적인 고민(?)을 짐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저것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을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원칙’대로 하는 것이다.

첫째, 통일교육원장은 정부가 바뀌어서 대북정책, 대북전략이 바뀌더라도 통일교육원의 교육목표에 부합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통일교육원의 교육목표는 위에 언급한대로다. 따라서 6.15 선언 비판이 문제되어서는 곤란하다. 만약 6.15 선언, 특히 제2항을 비판한 것이 통일교육원장 임명에 문제가 된다면, 그 다음에는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통일관’이 곧바로 도마에 오르게 되며, 이것은 논리적으로 볼 때 필연적 귀결이다. 즉 ‘통일부 장관은 6.15 선언 제2항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혀라’라는, 제2항 해석을 둘러싸고 장관직을 건 대논쟁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둘째, 우리의 통일 대상은 김정일 수령독재정권이 아니라, 2천3백만 북한 형제들이다. 김정일 정권은 언젠가는 끝나지만 2천3백만 형제들을 포기할 순 없다. 따라서 북한당국의 입장을 고려해야 할 이유가 없으며, 여기에 부화뇌동하는 남측의 일부 단체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최종적으로 북한 형제들과 통일하려면 인권-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라는 원칙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통일교육원장은 이같은 가치에 목숨 거는 사람이 필요하다.

셋째, 통일교육원장이 남북협상이나 남북대화에 나서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북한당국이나 남한 일부단체가 통일교육원장을 트집잡아 남북대화에 꼬투리를 잡는다 해도 무시해버리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넷째, 통일교육원장을 이번에 처음 외부 개방직으로 뽑는다. 당연히 선발 원칙이 있었을 것이고, 평가 기준과 점수가 있었을 것이다. 평가란 ‘시험’이다. 시험을 쳐서 결과가 더 좋은 사람을 선발하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만고불변의 원칙이다. 더욱이 첫 외부 개방직인 만큼 원칙을 세운다는 측면에서도 시험 점수가 좋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 이런 원칙을 제쳐두고 자잘한 정치적 고려에 신경 쓴다면 누가 대한민국을 공평한 사회로 보겠는가?

김하중 통일부장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