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독 15주년, 문화적 갈등의 모습들

“정치경제적 통합은 힘의 논리에 의해 좌우되지만, 사회문화적 통합은 서로의 변화를 전제로 하는 대화의 기반 위에서만 가능하다.”

독일 통일 15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날로 심각해지는 동서독 주민 간의 사회문화적 갈등의 양상을 살피고 그 원인을 추적한 3부작 ’통일 독일을 말한다’ 시리즈가 국내 학자들에 의해 출간됐다.

중앙대 한독문화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10여 명의 독문학자들이 모여 통일 독일의 문화적 양상들을 면밀히 살펴, 남북한의 통일 작업에 있어서도 유효한 참고가 될 만하다.

1권 ’머릿속의 장벽’은 통일 이후 동서독 주민 간의 사회문화적 갈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핀 13편의 논문을 모았고, 2권은 독일 통일 15년의 명암을 살피기 위해 독일의 대표적인 지식인들과 가진 인터뷰를 묶었다.

중앙대 한독문화연구소 연구원들이 ’통독 이후 동서독 사회문화갈등 연구’의 일환으로 2005년 한 달 간 베를린 자유대학 동독문제연구소의 협조 아래 동서독 주요인사 20여 명과 인터뷰를 가진 것이다. 동방정책의 설계사 에곤 바, 동독 출신 국회의장 볼프강 티어제 등이 포함됐다.

3권 ’나의 통일 이야기’는 동독의 보통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를 엮었다. 드레스덴 대학 한나아렌트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총 36명의 평범한 동독인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인터뷰 모음으로, 이들은 통일이 동독인의 일상에 가한 충격이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증언한다.

이들 ’통일 독일’ 3부작은 상호 보완적 관계를 맺으면서 통일 독일의 현실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독일 통일 종합 결산서다.

1권이 실증적 자료와 과학적 분석에 의해 통일독일의 현실에 대한 객관적 시각을 보여준다면, 지식인의 인터뷰를 모은 2권은 통독의 현재와 미래를 거시적으로 조망한다.

또한 3권은 통일이 보통사람의 삶에 몰고 온 변화를 구체적으로 증언한다.

저자들이 생각하는 진정한 통일이란 이질적인 정치 경제체제를 통합하는 문제라기보다는 그 체제 속에서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의 문제이고, 또한 그들의 의식과 정서가 서로 소통하는 과정의 문제다.

따라서 통일을 정치의 문제가 아닌 문화의 문제로, 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로 파악하는 인식의 일대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3부작의 기저에 흐르는 철학은 ▲“진정한 통일은 정치경제적 통합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융합에 의해 비로소 완성된다” ▲“정치경제적 통합이 궁극적으로 힘의 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반면, 사회문화적 통합은 오로지 서로의 변화를 전제로 하는 대화의 기반 위에서만 가능하다” ▲“민족의 개념을 앞세우는 낭만적 민족주의 담론만으로는 통일 이후의 사회문화적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다”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인간을 배려하지 않는 통일은 결코 성공할 수 없으며, 통일은 종잇장 위에서 체결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완결되는 것이라는 얘기다.

한울 펴냄. 김누리 외 10명 지음. 각권 363-556쪽. 1만3천-2만원./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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