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기르기’ 운동 부활시킨 北…주민들은 “주객전도” 불만 표출

토끼
청진토끼종축장에서 수의방역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최근 북한 당국이 ‘풀 먹는 집짐승 기르기를 군중적 운동으로 벌리자’고 강조하면서 토끼사육을 장려하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은 이 같은 당국의 정책에 상당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에 “‘고난의 행군’(1990대 중반 대량아사시기) 이후에 초식가축 사육 정책이 장려되면서 토끼 기르기에 대한 요구가 있었는데, 최근 들어서 (당국이) 다시 토끼를 많이 기르라고 하고 있다”며 “그 탓에 산과 들에 풀 원천이 감소돼 주민들의 불평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토끼사육에 대한 당국의 과제를 받아든 주민들이 토끼 먹이로 쓸 아카시아나무 잎을 다 따가, 마치 겨울인양 나무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국의 정책이 나무의 생육에 지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북한 당국은 자체적으로 주민들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고 부가적인 경제적 효과를 얻겠다는 계획 아래 축산물 생산을 늘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로 인해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자 자력갱생의 일환으로 과거 김일성·김정일 시대에 추진했던 토끼 기르기 운동을 다시 꺼내 든 모양새다.

실제 노동신문은 지난 1일 ‘축산물생산을 전군중적으로’라는 제목의 당정책해설 기사를 싣고 “전군중적으로 축산물생산을 늘일 데 대한 당정책은 온갖 예비와 가능성을 다 동원하여 짧은 기간에 축산물에 대한 인민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게 하는 정당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달 7일자 기사에서는 “풀 먹는 집짐승 기르기를 군중적 운동으로 벌리고 협동농장들의 공동축산과 농촌세대들의 개인 축산을 발전시키며 어디서나 축산열풍이 일어나게 하여야 한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풀 먹는 집짐승을 대대적으로 기르는 것은 우리 당이 축산업발전에서 일관하게 견지하고 있는 정책”이라고 했다.

특히 신문은 그중에서도 토끼 기르기를 강조하고 있다. 신문은 지난 4월 2일자 ‘축산업발전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키자’는 제목의 사설에서 “풀 먹는 집짐승을 많이 길러야 한다”며 “토끼 기르기를 전군중적 운동으로 힘있게 벌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보다 앞선 3월 21일자 ‘전군중적운동으로 힘있게’라는 기사에서는 “오늘날 토끼 기르기는 단순한 경제 실무적인 문제이기 전에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의 유훈을 관철하기 위한 책임적이고도 중대한 사업”이라며 토끼사육이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압록강변 모습. / 사진=데일리NK

그러나 정작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정책이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소식통은 “당국의 토끼 수 증가 요구를 따르려면 경지(경작지)에 토끼풀을 심어야만 하는데, 주민들 속에서 주객이 전도됐다는 불평이 나온다”고 전했다. 사람이 먹는 농작물 경작용 토지를 가축이 먹을 풀을 심는 용도로 써야 하는 상황이 되자 주민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소식통은 “초(草) 자원이 비교적 많은 산간지역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산이 적고 그마저도 다 벌거숭이가 된 평야 지역에도 꼭같이 과제를 줘 (토끼사육을) 강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이 지역별 토끼사육 환경과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토끼를 많이 기르라고 강요하고 있어 주민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 축산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원은 “서해안 벌방지대의 경우에는 산이 얼마 없는 데다 있는 산이라고는 대부분 민둥산이 됐고 들에도 풀이 거의 없어 토끼 기르기 정책 과제를 수행하기 힘든 조건”이라며 “정책을 펴더라도 지역과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해야 하는데 북한에서는 일방적으로 강제성을 띠니 주민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토끼 기르기는 김일성 시절인 1960년대 초 북한이 경제적으로 가장 힘들었을 때 강조된 후에 잠잠하다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들어 또 한 번 강조됐다. 이것이 지금에 와서 다시 강조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북한의 사정이 어렵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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