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굴복은 안되지만 지혜로운 협상 필요하다

▲ 아프가니스탄에서 봉사활동을 위해 이동 도중 무장단체에 납치당한 일행들의 지난 13일 인천공항을 출발하기 전 모습ⓒ연합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의 꽃다운 젊은이들이 무장세력의 살해 위협 위기에 놓였다. 이들을 납치한 탈레반과 한국 정부는 긴박한 협상을 벌이고 있고, 1차 시한을 넘기는 긴장된 시간이 흐르고 있다.

납치된 독일인들 중 한 명이 살해되었다는 소식은 가족들과 보는 이들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

탈레반은 하루 정도를 연장해 다음 날 밤 11시 반까지를 2차 시한으로 못 박았다. 그들이 납치한 젊은이들의 숫자만큼 탈레반 수감 대원들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오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테러 정세는 최근 들어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탈레반은 미국의 공격으로 2001년 권좌에서 축출된 후 산악 지대에 은거해 꾸준히 재기의 기회를 노렸다. 미군 1만명과 나토군 3만 7000명이 주둔하였지만 이들에 대한 완전 소탕이 성과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서 탈레반의 세력은 안정을 찾았고 본거지였던 아프가니스탄 동남부 지역을 다시 장악하기 시작하였다. 이번에 우리 젊은이들에 대한 납치 사건도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의 거점인 칸다하르로 이동하던 중에 발생하였다.

전열을 정비한 탈레반의 총공세는 2006년 한 해 동안 민간인 1000여 명을 포함 4000여 명이 희생되는 충돌로 치달았다. 자살폭탄테러는 물론 테러 공세를 높이던 탈레반은 외국인 납치 테러까지 자행하기 시작하였다.

지난해 아프간에서 평화축제 추진 무산

올 3월에는 이탈리아 기자를 납치하였으며 4월에는 프랑스인을, 6월에는 독일인을 납치하였다. 다행히 이탈리아 기자와 프랑스인은 석방되었다. 작년에 납치된 독일회사 직원 알바니아인 4명은 결국 살해되었으며 인도인 2명도 수개월 후 목이 잘린 채 발견되었다.

이번 사건은 예고된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한국 교회의 무리한 선교 활동에 대한 우려는 그동안 한 두번이 아니었다.

지난해에도 한국 정부와 아프가니스탄 선교 교회 측은 끊임없는 갈등을 빚었다. 교회 측은 8월 5일 이른바 ‘아프가니스탄 평화축제’를 계획하고 실제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7월 28일부터 1500여 명에 달하는 기독교인들이 아프가니스탄 평화축제를 위한 대대적인 봉사활동을 전개하였는데,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불허로 본 행사인 평화축제는 결국 취소되고 말았다. 이같은 조치에 항의해 행사 주최 교회측은 당시 외교통상부 수장으로 있던 반기문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선출을 반대하는 등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2007년 들어 한국 교회는 2007년을 ‘1907again’으로 기념하며 한국 교회 선교부흥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이에 따라 10만 명의 선교사를 최전방지역에 보낸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지난 6월에는 전국적으로 도시를 돌며 비전 실현을 위한 연합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으로 아프가니스탄은 여행제한국에서 여행금지국으로 격상되었다. 이전까지 한국 정부는 이라크와 소말리아를 여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두고 있었다. 한국 정부는 국민의 위험국 여행 제한과 관련, 여행유의국과 여행자제국, 여행제한국, 여행금지국 등 4단계로 나눠 ‘계도’를 하고 있다.

무리한 선교활동 테러단체에 역이용 될수도

여행 제한국의 경우 가능한 급한 용무가 아닌 이상 여행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아프간에는 파병된 한국군을 제외하고 교민 38명, 한국국제협력단원(KOICA) 7명, NGO(비정부기구) 소속 86명, 그리고 여행객 100여 명 등 200여 명의 한국인들이 체류하고 있었다.

그동안은 여행제한국이나 여행금지국을 방문하는 국민에 대해 어떤 법적제재를 가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오는 7월 27일부터 정부의 허가없이 위험국가를 방문할 경우 법적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새 여권법과 여권법 시행령이 발효된다.

새 법은 위험국가나 지역으로 지정된 장소에 허가없이 방문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부 한국 교회는 이 법에 격렬히 반대하였다. 심지어 한국 정부의 종교탄압정책으로 까지 비난 수위를 높였다. 한국 교회의 헌신적인 해외 선교는 유명하다. 특히 이번 경우처럼 수일에서 수개월 기간에 이루어지는 단기해외선교활동이 발달하여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에게 아프가니스탄은 대표적인 선교 지역이다. 특히 분쟁 지역에서 구호활동을 병행함으로써 종교적 사명감을 증대하고 선교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일부 한국 교회는 크게 반성하여야 한다. 사실 분쟁 지역에서 그들이 보인 헌신성은 놀라운 것이다. 그러나 상황과 조건을 무시한 무분별한 언동은 테러세력에 역이용 될 수 있음을 잘 알아야 한다.

사건발생의 원인 규명을 떠나 우선 우리 젊은이들을 무사히 구출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한국 정부는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테러 세력에 굴복해서 안 되겠지만 강경책만이 능사도 아니다.

정부의 지혜로운 대처가 젊은이들의 목숨을 살리는 최선의 방법이다. 탈레반이 납치 외국인을 선별 석방했던 사례도 검토해야 한다. 여행제한국으로 설정하였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이들이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가도록 방치된 데는 우리 정부의 책임이 없지 않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