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지정 해제 日 아소정권 강타

북한에 대한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로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 정권이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아소 총리는 이번 사태에 대해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서도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논의할 수 있다. 수단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야당이 “일본 외교의 수치”라며 정권교체를 역설하는 것은 물론 여당에서도 미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어서 대미외교를 가장 중시하는 아소 총리의 입지에도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일본 정부가 그동안 “우선 해결”의 목소리를 높여 온 납치 문제 해결이 늦어질 경우엔 비판의 화살이 아소 총리에게로 집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일본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는 테러지원국 해제 사실의 사전 통보 시점이다.

13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토머스 쉬퍼 주일대사가 일본 외무성 간부에게 이런 사실을 알린 것은 11일 밤 8시다. 미국의 공식 발표 4시간 전이었다. 이미 언론을 통해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방침이 알려진 이후였다.

당시 쉬퍼 대사는 당황한 목소리로 “조지 부시 대통령이 아소 총리와 통화를 하고 싶어한다”면서 미국의 방침을 전달했다. 이에 이 간부는 “급하게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제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쉬퍼 대사는 “부시 대통령은 일본의 지적을 모두 알고 있고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오히려 설득하는데 주력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어 부시 대통령이 아소 총리와 통화를 한 것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발표 30분 전인 12일 밤 11시 30분께였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전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해제 문서에 서명하고 3시간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 아소 총리는 하마마쓰(浜松)시를 방문, 청년회의소 간부 출신들과 간담회를 하던 중 연락을 받고 다른 방으로 옮겨서 10분 정도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정들이 알려지면서 일본내에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측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을 “일본 외교의 패배”로 규정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미일 동맹에 대해 여당 내에서도 불신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사장은 “일본 외교의 커다란 수치다. 중대한 문제를 막판까지도 알지 못했다.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자주 총리가 바뀌니까 미국도 누구를 믿어야 될지 모르는 것 같다”고 여권을 비난했다.

간 나오토(菅直人) 민주당 대표대행도 “일본은 모기장의 바깥에 있는 것처럼 내부 사정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가세했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중이던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재무금융담당상은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동맹국인 일본과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한 것이냐”고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자민당 간사장 대리도 “당돌한 일이다. 혼란스런 틈을 타서 한 것 아니냐”고 미국을 비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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