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지원국 해제’ 김정일 등장과 관계있나

`우연히 겹친 것일까, 아니면 모종의 관계가 있나’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 시점(10월11일)과 와병설 속에 두달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찰 사진이 공개된 시점(10월11일)이 비슷해 별개로 보이는 두 사안이 연관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없었지만 김 위원장이 축구경기를 관람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한 시점(10월4일)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 협상이 마무리된 직후다.

특히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모습은 지난 8월14일 군부대 시찰에 대한 보도가 나온 이후 보여지지 않았는 데, 이날은 북한이 관계국들에게 핵시설 불능화 중단을 통보하고 위기지수를 막 올리기 시작한 시점과도 정확하게 겹친다.

즉, 날짜상으로만 보면 북핵 위기지수가 한껏 올라갔던 지난 두달 간 김 위원장이 공개활동을 중단했고 위기상황이 해소된 시점에 다시 등장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같은 분석은 김 위원장의 은둔이 건강이상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미국과의 핵협상과 관련해 장고에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관측과도 맥이 닿아있다.

또 이번에 공개된 사진상 김 위원장의 모습에서 건강이 크게 나빴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불능화 중단 및 핵시설 복구 등으로 북핵 위기가 높아지면서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만약에 있을지 모를 미국의 표적공격을 피하기 위해 은둔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2003년 2∼4월에도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를 선언(1.10)하고 이라크전이 발발(3.20)하는 등 위기지수가 한껏 올라간 상황에서 49일간 종적을 감춰 미국의 암살을 우려해 은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떠돌기도 했다.

물론 이같은 분석들은 모두 이번에 공개된 사진들이 실제 최근 김 위원장의 활동상황을 담고 있었다는 전제하에 가능하다. 일부에서는 사진 속의 풀과 나무에서 가을보다는 여름 분위기가 나는 점 등으로 미뤄 최근이 아닌 7~8월 쯤에 촬영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보 당국의 한 관계자 역시 “김정일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분석한 결과, 연도는 알 수 없지만 사진에 나타난 자연환경으로 미뤄 7~8월께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박사는 “김 위원장의 등장에 북핵협상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건강 문제때문에 잠적했을 가능성이 더 높고 미국 등 관련국들에 정상적인 통치에 의한 결정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대외적인 측면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북한이 김 위원장의 정상적인 통치 행위를 선전하기 위해 과거에 찍은 사진을 ‘국가 중대사’인 테러지원국 해제 시점에 맞춰 공개했을 수도 있음을 짐작케 하는 상황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