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와의 전쟁’ 아프간의 숱한 과제들

미군을 포함한 나토(NATO) 연합군이 지난달 13일부터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에서 탈레반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작전에 나섰다. 연합군은 탈레반의 주요 요새인 남부 헬만드 주 마르자를 주된 공격지로 삼았다. 마르자 공세는 2001년 아프간 전쟁 이래 최대 규모로, 지난해 12월 미군 3만 명의 아프간 증파 결정 이후 처음으로 추진되는 대규모 작전이다. 작전 개시 이후 15일째 연합군은 탈레반을 축출하고 마르자에 주둔, 치안확보에 나서고 있다. 


마르자 공세는 기존의 공격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이전에는 무인 공격기와 미사일을 동원한 공습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3500명의 미 해병대원들이 앞장선 가운데 지상 병력이 마르자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기존의 정책이 현상 유지에 주력했다면, 이번엔 근거지에서 탈레반을 축출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미군 2명당 1명꼴로 아프간군이 배치돼 공동 작전을 펼치는 것도 특징이다.


새롭게 수립된 미국의 아프간 전략과 그에 따른 탈레반 소탕 작전에 따라, 이번 기회에 아프간 곳곳에서 탈레반을 완전히 축출하고 안정적인 아프간 재건을 다시 시작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01년 ‘테러와의 전쟁’ 이후 2010년 아프간의 현재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해 10월 8일 미국과 동맹국들은 오사마 빈 라덴과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을 상대로 아프간의 주요 도시에 있는 군사 시설을 공습했다. 탈레반은 공습 개시 후 한 달 만에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못하고 물러났고, 12월 22일 다국적 평화유지군의 경비 속에 아프간 과도정부가 출범했다.


이후 전 세계는 아프간의 성공적인 재건을 기대했다. 하지만 과도정부가 수립된 지 약 8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프간의 상황은 세계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수년 안에 안정될 것으로 보였던 치안은 여전히 불안정했다. 미군과 아프간 정부의 정치적, 행정적 통제력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축출됐던 탈레반은 다시금 아프간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최근에는 치안 상황까지 크게 악화되고 있다. 2010년 2월까지 아프간 미군 전사자가 1000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이 중 500명이 2009년 한 해 동안 사망했다. 미군 사망자의 급격한 증가는 아프간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미국 ABC 방송이 2009년 아프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군이 효과적인 안전을 제공해준다’는 응답이 42%로 나타났다. 2006년 조사에서는 67%였다.


이는 곧 탈레반 무장 세력의 ‘역습’이 강화됐다는 것을 뜻한다. 국제 싱크탱크인 국제안보개발협의회(ICOS)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미 아프간 국토의 97%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실제 활동하고 있다. 나토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탈레반은 아프간 34개 주 가운데 11개 주를 장악하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아프간 34개 지방 가운데 무려 33개 지방에서 반군세력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민간인 사망자수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 유엔 아프가니스탄지원단(UNAMA)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간 전쟁 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 사망자는 2천412명에 달했다. 이는 2008년의 2천118명에 비해 14%가량 늘어난 수치이며, 개전 이후 최악의 피해다. 사망자 가운데 70%인 1천681명이 탈레반 등 무장 세력의 공격 과정에서 발생했다. 서방 군대 및 아프간 정부군의 작전과정에서 숨진 사람은 25%인 595명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일 새로운 아프간 전략을 발표했다. 미군 3만 명을 추가로 파병해 탈레반과 극단주의자들을 퇴치하고 각 지역의 안보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파병 속도도 빨라졌다. 마르자 공세를 시작으로 올 상반기 병력을 증원 배치할 계획이다. 탈레반 축출 이후 치안과 안보 책임을 아프간 정부에 이양하기 위한 국면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다. 이같은 전략이 성공을 거둘 경우, 계획대로라면 2011년 7월부터 미군 병력은 철수를 시작하게 된다.


탈레반 소탕과 아프간의 치안확보를 위한 과제


그러나 승부수를 띄운 미국의 아프간 전략이 승리하고 효과적으로 아프간의 치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축출된 탈레반의 재입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상존한다. 연합군이 현재 탈레반의 최대 근거지인 마르자를 해방하기 위한 작전에 나섰지만 현지 주민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과거에도 연합군이 여러 차례 탈레반 근거지를 탈환한 적이 있지만 번번이 병력을 철수해 탈레반이 다시 장악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탈레반 축출 후 치안 확보와 재건에 주력할 현지 군, 경찰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2월부터 미군 훈련교관 1000명을 아프간에 배치해 현재 9만 4000명인 아프간 병력을 올해 10월까지 12만 4000명으로 증강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달 28일 열린 아프간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회의에서 국제사회는 아프간 정부군이 3년 이내에 총 34개주 가운데 절반의 치안을 맡고, 5년 이내에 아프간 전역의 치안을 담당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합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계획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아프간 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집권 2기에 들어선 카르자이 대통령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는 그다지 높지 않다. 수년째 고질병으로 지적되어온 부패에 대한 척결의지를 보이지 않을뿐더러, 통치력에도 의문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 재건기금도 부패한 관료들에 의해 유용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아프간 정부의 부패와 무능함이 극복되지 않는 한 미군이 병력과 자금을 투입해봤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도 시급하다. 9년째 전쟁 중인 아프간에서 오폭에 의한 민간인 사망은 아주 민감한 사안이다. 또한 이는 외국군에 대한 아프간 주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의 마르자 공세에서도 폭발물 소지자로 오인 사격해 1명이 사망하는 등 최소 16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이에 따라 연합군은 민간인 사망에 대한 대응책으로 지난 14일 민간인 사망자를 낳은 경량다연장로켓발사기(HIMARS) 사용을 아예 중지시켰다. 또한 민간인 사망자 발생을 막기 위해 연합군이 작전을 수행하기 전에 반드시 지역 지도자들과 면담을 갖도록 했다.


막대한 예산 확보도 관건이다. 나토 참가국들은 매년 2억 5천만 달러를 아프간 군에 지원해왔다. 아프간 공권력을 빠르게 강화하려면 25억 달러가 추가로 필요하다. 또한 아프간에 3만 명의 미군이 추가로 증강되면 한해 전비도 75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스헤페르 전(前)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 동맹국들이 아프간에서 병력을 유지하는 데 어마어마한 돈을 쓰고 있는데, 매년 20억 달러를 어떻게 조달할지 방법을 찾기 힘들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아프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과 관심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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