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로 돈버는 北 철도노동자들의 신풍속

5월11일은 북한의 철도절이다. 김일성이 1954년 5월11일 교통운수부문 모범일꾼 회의를 소집해 ‘교통운수부문 일꾼들의 당면과업에 대하여’를 발표한 것을 기념해 1963년 제정됐다.


북한당국은 “철도는 나라의 동맥이며 인민경제의 선행관이다”는 노선을 인민경제의 첫 고리로 삼고 일관되게 견지해 왔다.


그러나 북한의 철도는 경제, 기술부족, 사회주의 시장의 붕괴와 더불어 더욱 침체기에 빠졌다.


현재 북한철도는 대부분 일제강점시기에 만들어졌으며 총 연장길이 5235km이 중 87%에 해당하는 4578km가 표준궤도이고 광궤가 134km, 협궤가 523km, 총 연장길이 중 80% 정도가 전기철도 노선으로 되여있다. 화물의 90%, 여객수송의 65% 이상을 철도가 담당한다.


여기에 10개의 기간노선과 90개의 지선 등 총 100개의 노선이 있으며 이 노선을 통하여 화물·여객수송을 담당한다.


북한의 철도운영에서 가장 큰 문제는 98%이상이 단선이라는 점과 철도기반시설의 노후화, 전기기관차 낙후성 등이 꼽히고 있다.


실례로 평양으로부터 청진까지 거리는 대략 700km로서 시속 30~40km은 운행 속도를 감한하면 19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 그러나 전력난, 기관차부족등으로 인해 3, 4일을 넘기기 일쑤다. 


북한에서 철도 분야는 제2의 군대와 같다. 김일성의 교시에 따라 철도 분야 종사자는 1982년부터 군 징집 방법으로 채용되고 있다.


철도 노동자들은 기관사, 철길 보수, 열차검사, 역 운전지휘 및 조차(객차를 연결하는 일), 화물취급 등 의 여러 가지 부류로 나뉜다.


90년대 이후 철도 분야에 대한 식량배급과 임금 지급이 크게 감소하면서 철도분야 노동자들의 생존방법도 제각각 다양해졌다.

우선 기관사들은 ‘고장’을 핑계로 역이 아닌 곳에 기차를 세워 놓는다. 이때 기관사 조수는 침대칸 등에 탑승한 돈 있는 승객들에게 금전을 요구한다. 열차원들은 화물칸에 사람을 몰래 태우며 돈을 받는다. 또는 여객칸을 돌아다니며 차표가 없는 사람이나 짐이 많은 사람에게 돈을 뜯어 내기도 한다. 


역사에서 근무하는 운전지휘원 및 조차원들은 차량 정비상태가 불량하다는 명목으로 출발 시간을 지연시키면서 열차원들의 책임자격인 여객전무에게 술과 담배 등을 요구한다. 차표가 없거나 짐이 많은 승객들은 이미 열차원과 여객전무에게 ‘뇌물’을 주었으므로 열차 운행이 늦어지면 격하게 항의한다. 이런 사정 때문에 여객전무가 역사 간부들에게 술과 담배를 바치는 것이다.


실례로 2008년 1월 청진청년역 화물취급소 화물원 김 모씨와 최 모씨는 국가 차원에서 계획된 화물보다 뇌물을 바친 승객들의 짐을 먼저 실었다는 이유로 철도검찰소에 적발돼, 6개월간 노동단련대에 끌려간 일도 있었다.


2005년 이후 부터는 철도 분야 노동자들의 돈벌이 방법이 크게 달라졌다.


‘써비차’로 불리는 개인 버스, 화물차들이 등장하면서 북한주민들의 교통수단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각 기업소, 공장들의 버스, 화물차들이 돈벌이를 위해 운행에 나서면서 북한 주민들의 교통수단이 다양화 된 것이다.


각지역 버스역에서 출발하는 이 써비차는 기차처럼 연착되는 일도 없고, 승차요금에 웃돈을 얹어 써비차 차장에게 건네면 차장이 각지역 초소를 통과할 때마다 진행되는 여행증명서 단속도 무마시켜 준다. 청진~평양까지 열차는 3박4일이 걸리지만 써비차를 이용하면 24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다. 


이같은 사정에 따라 철도분야 노동자들의 돈벌이도 한국의 ‘택배사업’ 처럼 물건을 날라주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시장의 발달로 장사꾼이 늘어나고 지역간 물류 이동이 활성화 되면서 한번에 많은 짐을 싣을 수 있는 열차의 장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2007년 8월 청진-무산행 노선을 운행하던 무산 철송기관차대 기관사들이 장사꾼들의 주문을 받아 무산광산에서 나오는 디젤유 300kg을 기관차에 실어나르다가 내부 전기불꽃화재사고로 기관차를 태워먹은 사건이 있었다.


장사꾼들이 열차를 애용하게 된데는 열차검차원들과의 결탁이 용이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북한에서 열차검차원은 각 객차의 고장유무, 안전확인 등을 책임지는 사람으로 객차 하나를 배정받아 열차 운행 전기간 탑승한다. 열차검차원들은 증명서나 열차표가 없는 장사꾼들을 자신들의 전용 객차에 태워주거나 짐을 실어주는 댓가로 돈을 챙긴다.


특히 최근에는 ‘돈 배달’에도 나서고 있다. 청진의 A장사꾼이 무산의 B장사꾼에게 디젤유를 구입할 경우 이들은 열차검차원에게 디젤유를 배달시키고, 그 대금도 열차검차원에게 보내는 식이다. 지난해 11.30 화폐개혁 전까지 한달에 20~50만원씩 버는 열차검차원들이 수두룩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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