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도 없는 北인권정책…말로만 반성했나?

통일부는 26일 진행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실용’과 ‘생산성’에 기초한 올해 대북정책 방향을 밝혔다.

통일부는 이날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진행된 업무보고에서 ▲‘비핵∙개방3000 구상’ 이행 준비 ▲상생의 경제협력 확대 ▲호혜적 인도협력 추진 등의 3대 목표와 그에 따른 12대 과제를 책정해 제시했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 앞서 “새로운 출발에 앞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통일은 국민적 합의와 단결을 기초해 추진돼야 하는데 지난날 통일부가 우리 사회의 이념적 갈등을 해소하고 통일을 향해 국론을 모아나가는데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자인한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지 않고 눈높이를 맞추지 못함으로써 남북관계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면서 “그런 국민적 비판과 우려에 깊은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반성했다.

그는 이어 “통일부는 새 정부 국정철학인 창의와 실용정신을 남북관계에도 담겠다”며 “분명한 원칙을 따르되 상생과 공영의 남북관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정부의 ‘일방적 퍼주기’ 대북정책에서 벗어나 새 정부의 ‘실용주의’ 국정운영 방향에 코드를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통일부는 국민적 동의, 비용 대비 성과, 북한주민의 삶의 질 향상, 북한의 발전적 변화촉진, 평화통일 기여 등의 기준을 제시했다.

통일부가 ‘그 동안 국민 뜻 경청 안한 것에 반성한다’든지, ‘대화를 위한 대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든지, ‘북한 인권문제 등을 인류보편적 가치에서 접근하겠다’든지 하는 반성적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서는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대북정책 이행에 있어서 구체적인 실행계획 제시는 불분명하다. 즉 알맹이는 빠지고 ‘남북대화를 통해…’, ‘범정부적 추진기구를 구성해…’, ‘남북상사중재위원회를 조속 가동해…’ 등의 전제조건만 가득하다.

통일부 당국자도 “일단 북한 당국자와의 대화가 재개되어야 이 같은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도 할 텐데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대화)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호혜적 인도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국군포로 및 납북자문제 해결,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강화, 대북지원의 분배투명성 제고, 고령 이산가족의 상시 상봉과 북한인권 개선 노력 등의 과제를 제시했지만 구체성은 떨어진다.

탈북자 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문제는 남북간의 협의과정을 통해야만 구체적인 진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전 정부의 정책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철저히 북한의 태도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진전이 될 수 없는 계획뿐이다.

북한인권 문제만 하더라도 “인권문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차원에서 적극 추진하고 국제사회 및 NGO활동에 협력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정책대안은 찾아볼 수 없다. 때문에 “대통령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자 구색 맞추기에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행계획을 보면 국민여론을 수립하고, 관련 연구자료를 체계화하고 북한에 국제사회의 우려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여론 수렴 방식과 연구자료 체계화 방법, 남북대화를 통한 우려 전달 등에 구체적 계획도 찾아볼 수 없다.

이와 관련, 홍양호 차관도 “아직까지 납북대화 계획은 없다”면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고 권고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직접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때문에 북한인권 단체들은 민(民)-관(官)의 역할분담론을 오랫동안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책대안이나 의지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간의 햇볕정책에 익숙해진 공무원들의 사고의 전환이 미흡하다는 얘기다.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국가의 기본책무라고 규정,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여전히 북한이 국군포로.납북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그 동안 이명박 정부는 북한인권과 관련, “할 말은 하겠다”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날 통일부 업무보고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외교통상부와의 통합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통일부가 아직도 ‘코드’ 설정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김 장관이 앞서 밝힌 것처럼 “새로운 출발에 앞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는 말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햇볕정책의 잔재를 과감하게 털어버리고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확실한 의지가 필요할 때다. 과거로부터의 관성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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