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볼라벤으로 北 대형 철도 터널 붕괴”

지난달 말 북한을 거쳐간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양강도 운흥군 생장노동자구에 위치한 령하굴(터널)이 붕괴됐다고 북한 내부소식통이 전해왔다.


양강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태풍 15호(볼라벤)로 인해 양강도에 있는 ‘령하굴이 무너져 지금까지 평양-혜산간 ‘1열차’가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령하굴은 함경북도 길주와 양강도 혜산을 잇는 ‘백두산청년선(線)’이 통과하는 곳으로 총 길이 1.6km의 대형 터널이다. 평양에서 출발해 혜산청년역(驛)을 종착역으로 하는 ‘1열차’와 혜산청년역에서 출발해 평양을 종착역으로 하는 ‘2열차’가 이 구간을 통과한다.


사고는 지난달 29일 새벽 15호 태풍 볼라벤이 이 곳을 지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폭우로 인해 토지하중이 높아지면서 령하굴 중앙부분 400여 미터가 무너져 내린 것이다. 당시 이 곳을 통과하던 열차가 없었던 탓에 인명피해가 없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이 정치적으로도 매우  중요시 여기는 1·2열차가 20일째 운행을 중단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그 피해정도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곳은 평양을 비롯한 북한 중동부 지역의 노동당원, 군인, 대학생들이 김일성 일가의 ‘혁명위업’을 배운답시고 떠나는 ‘백두산혁명 전적지 답사’의 주요 루트 중 하나다. ‘혁명의 수도’ 평양과 ‘혁명의 성지’ 백두산을 연결한다는 의미에서 북한 철로에서 첫번째로 꼽히는 노선이다.


소식통은 “현재 혜산철도국 산하 철길대, 기동대 뿐 아니라 인근부대 군인들까지 동원되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터널은 단선(單線) 철로용으로 건설되어 폭과 높이가 각각 4m, 4m정도에 불과해 포크레인 등 중장비 투입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복구작업에 투입된 사람들이 손수레와 들것을 이용해 터널내 유실 토사를 밖으로 나르는 식으로 일을 하다보니 복구시간이 계속 지체되고 있다.  


소식통은 “중앙에서는 오는 25일 최고인민회의 전까지 복구를 완료하라고 다그치고 있지만 몇 일이 더 걸릴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25일 예정된 최고인민회의 제 12기 6차회의에 소집되는 양강도지역 대의원들을 자강도 방향으로 우회시켰다. 혜산청년역을 출발, 동쪽으로 만포역(혜산-만포청년선)을 통과해 평양으로 내려가는 ‘4열차’에 탑승시킨 것이다. 양강도지역 대의원은 지난 19일 혜산청년역을 출발해 20일 오후 6시 현재 평양을 향해 남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이번 사고를 “속도전 경쟁이 빚어낸 인재(人災)”라고 분석했다. 고속도로, 철로, 터널 등 대형 토목공사를 벌일 때마다 ‘공사 품질’보다 ‘완공 속도’를 우선하는 풍토 탓이라는 것이다.


경제난으로 인해 기본 자재와 건설 기계가 부실한 점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소식통은 “시멘트나 모래, 건설 장비 모두 부실하기 짝이 없다”면서 “경제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까 보수공사도 제때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3일 조선중앙통신은 6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북한 철도분야에서만 “1만 7150여㎡가 유실되고, 300여 개소가 파묻히는 피해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당시 보도에서는 령하굴 붕괴와 같은 구체적인 피해사례는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