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칼럼] 북한의 노림수가 드러나고 있다

7일 북한을 방문하여 김정은을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김정은과 ‘상당히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었다’고 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첫 검증 수용’이란 진전을 이루어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방북에서 미국이 지금까지 주장해온 북한 비핵화의 초기 조치인 ‘핵시설 신고’ 문제가 논의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미국에 검증을 받겠다고 내놓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은 지난 5월 북한이 ‘비핵화 선행조치’라며 전문가 없이 외신기자들만 불러 폭파 행사를 치른 곳입니다.

북한이 해체하겠다고 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은 6·12 미북 정상회담에서 이미 폐쇄를 약속하고 해체를 시작한 대상입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필요 없는 대상이지만 사찰을 수용했다는 것 자체가 ‘진일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이 주장하는 ‘가능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하나씩 해결하자’는 일종의 ‘살라미 핵폐기안’을 받아들이게 되면 그것은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주고 핵군축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입니다.

핵협상에는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는 비핵화협상과 핵위협을 감소시키기 위한 핵군축 협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나라에서 진행된 핵무기폐기과정은 먼저 핵시설 신고를 받아 놓고 신고서에 기초하여 동시적으로 전면적으로 핵무기를 폐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미국은 소련이 해체된 후 1991년부터 93년까지 2년 동안 우크라이나에서만도 176기의 탄도미사일과 1,800여 기의 핵탄두를 폐기하였습니다. 우크라이나와 같이 세계 제3위의 핵보유국도 2년 동안 핵폐기 과정을 완결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만 있다면 2년 동안에 충분히 비핵화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에 수십억이 아니라 수백억 불의 경제원조를 제공하게 되어 북한으로서도 대단히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김정은의 말대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에 집중하고 싶다면 핵시설 신고를 구태여 피할 이유가 없습니다.

비핵화를 위해서는 모든 핵무기·물질·시설을 먼저 신고하고 이를 검증하는 절차가 출발점이 되어야 하는데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로 우선 종전 선언과 영변을 맞바꾸고, 핵 신고는 신뢰가 형성된 이후로 미루게 되면 결국 잠정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주는 결과를 만들게 됩니다.

지금 문제는 최근 한국이 미국에 핵시설 신고 요구를 미루어 달라고 요구한 후 미국도 북한의 핵시설 신고 문제를 입 밖에 꺼내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북한의 비핵화 방식을 어떻게 정하고 미국에 어떤 요구를 하는가에 따라 향후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질서 구축 방향이 결정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 최근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 발간을 계기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전격 사퇴하면서 한반도 통일을 앞당기는 일에 자신의 일생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북한 체제의 실체를 진단하면서 대(對)북한 전략 구축 및 북한 변화에 일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실상을 폭로하고 통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태 전 공사의 칼럼을 매주 1회 게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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