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주간 北미디어] “北주민, ‘대북제재’ 전투서 부상당한 전사?”

<편집자 주> 북한 노동신문의 모든 제작은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지도를 받는다. 때문에 노동신문을 통해 북한 정권이 의도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과장과 선전의 거품을 제거하고 들여다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동향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와 노동신문 중 특색있는 기사에 대한 분석을 통해 북한의 속내와 민낯을 파헤치고자 한다.

북한 내부에서는 대북제재에 대항해 ‘자력갱생’이 연일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김정은의 눈에는 대북제재와 경제적 난관 속에 힘들게 사는 북한 주민들이 대북제재와의 전투에서 부상해 희생되어가는 전사들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18일 평가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과 함께 진행하는 ‘주간 북한미디어’ 분석 인터뷰를 통해 “현재 수준의 대북제재 속에서 김정은의 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고 버틸 수도 있을 것이지만 그 속에서 사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위대한 김정은 동지는 우리 국가의 존엄과 위력을 만방에 떨쳐가시는 만고절세의 애국자이시다’는 노동신문 정론(12일자)에서 ‘자력갱생으로 사회주의 강국건설 위업을 실현하자’고 주장한 것과 관련, 태 전 공사는 “해외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경제의 48% 이상을 넘어가는 상황으로 볼 때 실현될 수 없는 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종합적으로 볼 때) 핵을 가지고 끝까지 버텨 보겠다는 것이고, 대대손손 핵억제력을 가지고 대대손손 힘들게 살아가겠다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얼마 전 노동신문이 보도한 것처럼 북한은 지난시기 지원을 주던 베트남으로부터 식량 지원을 받아가는 나라로 전락되었다”고 덧붙였다.

향후 김정은 위원장의 핵 전략에 대해 태 공사는 “‘과거 핵 해체’ 대 ‘제재 해제’로 가자는 것”이라면서 “만일 북한의 이러한 단계적 합의, 단계적 이행안을 미국이 받아 들면 결국 현재 핵 즉 북한의 핵미사일은 1기도 폐기하지 못하고 북한은 기본 제재에서 풀려나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일 3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핵은 물론 현재의 핵무기 해체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3차 정상회담도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제재는 더욱 장기전에 들어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장자강공장기계공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장자강공작기계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 1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시찰에서도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다음은 태 전 공사의 분석 내용 전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태영호입니다.

얼마 전 미북 관계에서 큰 의의를 가졌던 6.12일 싱가포르 합의 채택 1주년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노동신문들에 매우 중요한 기사들이 나왔는데 그 기사들의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북한이 6.12 싱가포르 합의에 대하여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를 들여다보겠습니다.

6월 12일부 노동신문 1면에 ‘위대한 김정은 동지는 우리 국가의 존엄과 위력을 만방에 떨쳐가시는 만고절세의 애국자이시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북한에서 노동신문 1면에 이런 정론이 나올 때 둘레에 두 줄의 액자 틀거리를 넣는 것은 이 기사는 수령의 사상을 그대로 담은 내용이니 그대로 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현행 당정책이라고 하죠.

이 글에서 싱가포르 합의 후 변화된 북한의 현 지위를 평가하였는데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첫째, 김정은이 핵 억제력을 완성하여 북한을 ‘대대손손 전쟁이 없는 나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대대손손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결국 핵을 앞으로도 수백 년 동안 가지고 가겠다는 것입니다.

둘째, 김정은의 위대성에 힘입어 북한이 드디어 세계 정치의 중심국가가 되어 미국, 중국, 러시아 등과 함께 세계열강의 반열에 올랐다는 주장입니다. 이 부문은 그래도 좀 설득력이 있습니다. 국제사회 즉 미국, 한국, 중국, 러시아 등 정상들이 자기 아들뻘인 북한의 김정은이 핵을 완성한 다음 줄줄이 다 만나주었음에도 북한이 아직 핵미사일을 하나도 폐기하지 않았으니 나름대로 핵을 가지고 강대국들과 동등한 지위에 올라섰다고 자랑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기사의 마지막 부분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의식하여 ‘자력갱생으로 사회주의 강국건설 위업을 실현하자’고 주장하는 대목은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핵을 가지고 끝까지 버텨 보겠다는 것인데 물론 현재 수준의 대북제재 속에서 김정은의 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고 버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사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은 더욱 힘들어질 것입니다. 김정은의 눈에는 대북제재와 경제적 난관 속에 힘들게 사는 북한 주민들이 대북제재와의 전투에서 부상해 희생되어가는 전사들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대대손손 핵억제력을 가지고 대대손손 힘들게 살아가겠다는 것인데 얼마 전 노동신문이 보도한 것처럼 북한은 지난시기 지원을 주던 베트남으로부터 식량 지원을 받아가는 나라로 전락되었습니다.

세상에 북한처럼 20여 년째 외국으로부터 식량 지원을 받아가는 나라가 없습니다. 해외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경제의 48% 이상을 넘어가는 북한이 자력갱생으로 번영하는 나라를 건설하겠다는 것은 실현될 수 없는 꿈이며 지금처럼 계속 암흑 속에서 살겠다는 것입니다.

최근 김정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또다시 친서를 보냈으나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신문들에는 그 내용이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자, 그렇다면 김정은은 왜 또다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으며, 앞으로 미북 간 핵협상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김정은의 목적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현재 개인적인 관계를 좋게 유지하여 3차 미북정상회담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추가 제재를 취하지 못하도록 견제하자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면 김정은의 향후 핵 협상 전략은 무엇일까요 ?

북한 노동신문 5일자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대변인담화’가 발표되었는데 이 담화문에는 ‘쌍방이 서로의 일방적인 요구조건들을 내려놓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자’는 내용이 있습니다.

북한이 요구하는 셈법을 바꾸라는 것은 미국이 북한의 핵폐기에서 선결공정인 핵목록신고와 비핵화 노정도 등 큰 그림을 먼저 그리자고 하지 말고 단계적으로 쌍방이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겁니다. 다시 말해 북한의 견지에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제기한 핵미사일을 생산하는 데 이용된 핵시설 5개 등 과거 핵은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 미국도 일괄합의를 주장하지 말고 ‘과거 핵 해체’ 대 ‘제재 해제’로 가자는 것입니다.

만일 북한의 이러한 단계적 합의, 단계적 이행안을 미국이 받아 물면 결국 현재 핵 즉 북한의 핵미사일은 1기도 폐기하지 못하고 북한은 기본 제재에서 풀려나올 수 있습니다.

문제는 미국이 핵미사일 1개도 해체하지 못하고 북한의 숨겨진 핵물질 생산 시설 몇 개를 더 내놓는 대가로 제재를 풀어주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만일 3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핵은 물론 현재의 핵무기 해체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3차 정상회담도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제재는 더욱 장기전에 들어갈 것입니다.

이번 주 노동신문을 보니 김정은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북한에서 사는 주민들의 고통은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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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