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남북 화해 협력 관계에 장애가 될 수 있다며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활동 제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민주당(새천년민주당, 현 더불어민주당 전신)이 이번에는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강연을 대북 적대 행위라고 비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경협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17일 외통위 회의에서 “태 전 공사가 기자회견 하면서 북한에 대해서 적대적인 행위를 내질렀다”며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도 “북한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 시국에 (태 전 공사를) 국회에 불러서 이런 걸(출판 기념 기자회견) 해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자신의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태영호 증언’ 출간 기자회견을 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김정은 위원장의 “성격이 대단히 급하고 즉흥적이며 거칠다”고 평가했고, “북한은 비핵화로 포장한 핵 보유국이 되려 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의 이번 발언은 2000년 6월15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故(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에 대한 활동 제한 조치를 떠올리게 한다.
황장엽 전 비서는 2000년 11월 성명을 통해, ‘국정원(원장 임동원)에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외부강연과 책 출판, 정치인-언론인 접촉 등을 금지 당했다’고 발표해 파문이 일었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은 황장엽 비서의 활동 제한 문제가 논란이 되자 “민족협력이라는 역사적 흐름을 위해 황 씨는 언행을 자중해야 마땅하다”고 성명을 냈다.
또한 “황 씨의 언동이 남북 화해 협력 관계에도 장애가 될 수 있고 자신의 신변 보호 차원에도 문제가 있다고 당국이 판단했을 것”이라며 “당국의 활동 제한 조치는 적절한 것이다”고 평가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6일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 선언을 비방·중상하는 놀음도 버젓이 감행하게 방치해 놓고 있다”고 태 전 공사를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