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외부 정보로 北주민 교육하면 체제 변화 가능”

지난해 7월 한국에 망명한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現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위원)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북한 주민이 더 많은 외부 정보를 접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태 전 공사는 3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내부자가 본 북한’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북한 체제는 공포정치와 외부정보 차단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면서 “우리가 공포정치를 바꿀 수는 없지만, 외부정보 유입 확산은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태 공사는 “북한 주민이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 주민을 교육하면 북한을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김정은 정권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을 포함한 ‘최대의 관여’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동독 주민들이 수십 년 동안 서독 TV 방송을 보지 않았다면 독일 통일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지금은 북한 주민이 남한 방송을 볼 수 있는 선진화된 기술이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그는 북한 아이들이 게임이나 영화 등을 담은 SD카드를 ‘콧구멍 카드’라고 부른다면서 “몸수색 때 이 카드를 콧구멍 안에 숨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태 전 공사는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북한인권 문제를 부각할수록 북한 내부에서도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지난해까지 2년 연속으로 고위급 인사인 리수용 당시 외무상이 참석한 게 대표적인 사례라는 게 태 전 공사의 설명이다. 태 전 공사는 또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권 탄압 지적을 피하기 위해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에게 공사 현장에서 안전모를 착용하도록 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이와 함께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2013년 3월 핵·경제 병진 노선을 발표할 당시 “다가오는 전쟁은 북한과 미국 간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사상과 의지에 대한 전쟁”이라고 발언한 후 대대적인 숙청을 자행했다고 밝혔다.

그해 8월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활동했던 은하수 관현악단 소속 유명 가수 8명이 처형됐고, 이어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이 숙청됐다는 것이다.

특히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의 숙청 작업은 리더십과 정통성이 부족한 데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은 집권 초기에 3남이라 강한 정통성이 없어 간부들이 김정일을 대하는 것과는 달리 자신을 경시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지난 5년간 북한 신문을 살펴보면 김정은은 자신이 유일한 백두혈통이라는 것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또 “김정은이 집권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출생일시와 어머니에 대해 발언하지 않고 있으며, 어린 시절 할아버지인 김일성과 찍은 사진이 없어 보여주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많은 북한 주민은 그가 3남이라는 사실을 모른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경제 개혁보다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매달리게 된 계기가 2009년 화폐개혁의 실패라고 꼽았다. 당시 김정은이 후계자로 임명된 이후 단행한 화폐개혁은 주민들의 저항이 고조될 조짐이 보이자 한 달 만에 박남기 노동당 재정부장을 처형하는 것으로 일단락 된 바 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공개적으로 정책 실패를 인정한 것은 화폐개혁이 처음”이라면서 “김정은은 주민의 경제적인 생존을 위협하면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화폐개혁 실패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집착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태 전 공사는 망명 계기에 대해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북한의 모순을 알았고, 이중적인 삶을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면서 “여기서는 당연하다고 느끼는 자유가 아이들에게 내가 준 최고의 선물이자 최고의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태 전 공사는 1일 미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도 ‘내부자가 바라보는 김정은 정권’을 주제로 공개 증언을 한다. 그의 이번 미국 방문은 에드 로이스(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올해 초에도 태 전 공사의 방미가 성사될 뻔 했지만, 지난 2월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신변 안전 우려가 커지면서 일정이 미뤄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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