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바뀐 수령의 직함도 제대로 모르는 노동신문?”

[주간 北 미디어] "헌법-매체 사이서 혼돈...北당국이 제대로 밝혀야"

북한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제1차회의에서 개정된 헌법과 이후 보도된 노동신문 등 매체 사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함에 대한 혼돈이 일고 있다면서 당국이 이를 명명백백하게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16일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이 진행하는 ‘주간 북한미디어’에서 “헌법에 명기된 김정은의 직책도 명백하게 북한 주민들에게 공개하지 않다 보니 내부에서도 김정은의 직책이 최고사령관인지 총사령관인지 좀 혼돈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일 대외선전 매체 ‘내나라’가 공개한 북한 개정 헌법에 따르면, 제102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총사령관으로 되며 국가의 일체 무력을 지휘통솔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4일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유럽지역 련대성모임 참가자 일동’이 김 위원장 앞으로 보낸 편지를 보도하면서 김 위원장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으로 표기한 바 있다.

이에 태 공사는 “북한에서 김정은의 직함을 틀리게 명기하면 큰 비판 감”이라면서 “언젠가 노동신문에서 ‘조선로동당 총비서’인 김정일의 직함을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총비서’로 보도하여 그날 신문 발간을 담당했던 신문사 내 간부들과 기자들이 수령의 직함도 모르는 불경죄에 걸려 다 해임철직되는 사건이 있었다”고 전했다.

‘수령의 권위를 훼손시켰다’는 죄목으로 이번 사건에서도 담당 간부들이 비슷한 처벌을 당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셈이다.

태 공사는 또 “앞으로 북한 노동신문이 지금처럼 김정은을 최고사령관으로 보도할지 아니면 개정된 헌법에 맞게 총사령관으로 보도할지 궁금하다”면서 “북한도 다른 정상국가들처럼 헌법을 북한 주민들도 알 수 있게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하는 것이 이러한 혼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무위원장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모두가 국가를 대표한다고 명시한 점에 대해 태 공사는 “결국 북한에서 국가를 대표하여 활동하는 사람도 2명인 셈”이라면서 “한국,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등의 중요 정상들과의 정상외교나 종전선언, 평화협정 같은 중요조약은 김정은이 직접 한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전원회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4월 1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당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다음은 태 전 공사의 분석 내용 전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태영호입니다.

오늘은 지난주 북한이 공개한 새로 개정된 사회주의헌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7월 11일 북한 대외선전 인터넷 매체 ‘내나라’가 올해 4월 11일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에서 개정된 북한의 사회주의헌법을 공개함으로써 지금까지 베일에 가리워 있던 북한 헌법 개정판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번까지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지난 7년 동안 헌법이 4번 개정되었습니다.

아마 이렇게 자주 헌법을 개정하는 나라는 없을 것입니다.

지난시기에도 그러하였던 것처럼 이번에도 북한은 주민들에게 헌법이 개정되었다는 소식만 보도하였지 헌법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아직도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최고인민회의 이틀 후인 지난 4월 14일자 북한노동신문에 김정은을 ‘조선인민의 최고대표자’라고 명기한 표현이 처음 나와 많은 사람이 김정은의 국무위원장 직무를 국가를 대표하는 직책으로 개정하지 않았을까, 만일 개정했다면 김정은이 이제부터 법률적으로도 북한의 ‘국가수반’으로 되는 것이라고 추측했을 뿐입니다.

이번에 개정된 헌법에 국무위원장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직책을 명백히 규정하였습니다.

새롭게 개정된 북한 헌법 제 100조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령도자이다’로 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들은 국가수반(head of state) 표현을 쓰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국가수반이라는 표현 대신 최고령도자라는 이상한 표현을 쓴 것을 보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국력이 약한 나라 지도자들일수록 스스로 황제니 왕이니 혁명의 지도자니 민족의 태양이니 하면서 요란한 칭호를 붙이기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102조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총사령관으로 되며 국가의 일체 무력을 지휘통솔한다’로 되어 있는데 지금까지 ‘최고사령관’이라고 부르던 직책이 ‘총사령관’으로 바뀌었습니다.

사실 총사령관이란 표현은 중국식 표현이어서 북한이 쓰지 않던 표현입니다. 그런데 최고사령관이란 표현은 김일성과 김정일이 쓰던 표현이어서 새로운 직책을 좋아하는 김정은의 구미에 맞게 종전의 최고사령관에서 총사령관으로 바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103조에는 ‘다른 나라와 맺은 중요조약을 비준 또는 페기(폐기)한다’로 되어 있는데 이것도 새로운 것입니다.

그리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의 직능을 명문화한 제116조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며 다른 나라 사신의 신임장, 소환장을 접수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결국 북한에서 국가를 대표하여 활동하는 사람도 2명인 셈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한국,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등의 중요 정상들과의 정상외교나 종전선언, 평화협정 같은 중요조약은 김정은이 직접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헌법에 명기된 김정은의 직책도 명백하게 북한 주민들에게 공개하지 않다 보니 북한내부에서도 김정은의 직책이 최고사령관인지 총사령관인지 좀 혼돈이 생기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4일부 노동신문에 지난 6월 29일 헬싱키에서 진행된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유럽지역 련대성모임’ 참가자 일동이 김정은 앞으로 보낸 편지가 보도되었는데 거기에 김정은의 직함을 ‘조선로동당 위원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으로 표기하였습니다.

회의가 진행된 날자(날짜)가 6월 29일이어서 헌법이 개정된 후 진행된 행사인데 개정된 헌법 내용을 북한 대사관들에 미리 내보내지 않아 외국인들이 종전의 직함인 최고사령관이란 표현을 그대로 사용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근 북한 노동신문도 김정은이 공화국 무력의 최고사령관이라고 보도하였습니다.

제가 영국에서 북한공사로 근무할 때 외국인들이 김정은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직함을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으로 밝혀 보내어 오면 다시 찾아가 ‘중앙위원회’를 빼서 수정하여 평양에 보내곤 하였습니다.

북한에서 김정은의 직함을 틀리게 명기하면 큰 비판 감입니다.

언젠가 노동신문에서 ‘조선로동당 총비서’인 김정일의 직함을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총비서’로 보도하여 그날 신문 발간을 담당했던 신문사 내 간부들과 기자들이 수령의 직함도 모르는 불경죄에 걸려 다 해임철직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북한 노동신문이 지금처럼 김정은을 공화국 무력의 최고사령관으로 보도할지 아니면 개정된 헌법에 맞게 총사령관으로 보도할지 혹은 최고사령관이란 표현이 주민들에게 익숙하여 헌법을 최고사령관으로 개정하겠는지 궁금합니다.

북한도 다른 정상국가들처럼 헌법을 북한 주민들도 알 수 있게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하는 것이 이러한 혼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생각됩니다.

<편집자 주> 북한 노동신문의 모든 제작은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지도를 받는다. 때문에 노동신문을 통해 북한 정권이 의도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과장과 선전의 거품을 제거하고 들여다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동향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와 노동신문 중 특색있는 기사에 대한 분석을 통해 북한의 속내와 민낯을 파헤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