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대담] 김정은도 강조한 ‘부정부패’ 척결, 근본 해결책은?

[북한 정상국가로 가는 길-사회편①] "가장 큰 체제 위협요인…민주주의·시장경제 전환돼야"

2017년 초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북한 규찰대가 길 가던 주민을 단속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당과 대중의 혼연일체를 파괴하고 사회주의 제도를 침식하는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의 크고 작은 행위들을 짓뭉개버리기 위한 투쟁의 열도를 높여야 하겠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부정부패 근절을 강조했다. 이후 평안북도에 당 중앙검열위원회 검열단이 파견돼 관료들의 부정부패 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이 이뤄졌고, 군 내부에서도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부패 근절에 대한 김 위원장의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16년 12월 사상 처음으로 전국 규모의 초급당위원장 대회가 열렸을 당시에 하부 당 조직까지 부정부패가 만연한 것을 강하게 질타한 바 있으며, 2017년 신년사에서도 “일심단결의 화원을 어지럽히는 독초인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한 투쟁을 드세게 벌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서는 ‘김 위원장이 이미 사회 전반적으로 구조화돼있는 부정부패 행위를 근절하는 것에 진정성 있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나오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현 북한의 체제에서는 근본적으로 부정부패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간부들을 처형하기 위한 명목으로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운 것’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북한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부정부패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이며, 이를 근절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도는 과연 있는 것일까.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은 최근 ‘북한 정상국가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와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소장과의의 대담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대담에서는 북한 사회 내 부정부패 실태와 원인이 무엇인지 진단하고, 북한 사회발전에 부정부패가 미치는 영향과 척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이에 데일리NK는 ‘북한 정상국가로 가는 길-사회편(Part 1)’의 핵심 내용을 문답식으로 정리해 소개하고자 한다. 태 전 공사와 윤 소장의 대담 전체 영상은 국민통일방송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태 전 공사와 윤 소장의 대담 일문일답.

태영호(이하 태): 현재 북한이 내세우고 있는 정치구호 중 하나가 부정부패 척결이다. 김정은 본인도 북한 사회를 위협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로 부정부패를 보고 있음에 틀림없다고 보는데.

윤여상(이하 윤): 북한은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 부정부패 척결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부정부패는 먹고 살기가 힘들 때, 특히 정치적 권력의 정당성이 약할 때 발생한다. 정치권력의 권위가 약하고 특히 배급을 주는 사회에 배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기본적 생존이 되지 않는다. 생존을 위한 과정에서 부정부패가 심화되고 그 과정에 권력이 참여하기 때문에 권력적 부정부패로 번지면 더 큰 규모의 문제가 발생한다.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 부정부패로 인한 문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도 그런 측면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강하게 언급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태: ‘북한은 뇌물의 백화점이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김정은 집권 이후에 부정부패를 없앤다면서 당적으로 회의도 많이 했다. 그러나 부정부패는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윤: 일차적으로는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당한 권력, 정당한 권위가 없기 때문에 부정부패가 확산되는 것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그 권력을 다른 형태로 사용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래서 권력은 반드시 통제받아야하는 것인데, 북한에서는 당이 가진 권력, 최고통치권자가 가진 권력을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다.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서 권력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데다가 통제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더구나 최고통치권자를 제외하면 북한의 웬만한 간부들도 당이나 국가로부터 받는 월급으로는 기본적인 삶을 유지할 수 없다. 뇌물을 받지 않으면 생활이 안 되는 것이다. 북한에서의 부정부패는 실질적으로 정의로운 사회가 만들어지고 충분하게 국가의 배급체계가 작동해야 단속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경제적 문제, 통제받지 않은 권력의 문제가 종합적으로 북한의 부정부패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봐야 한다.

태: 군부 내에서의 부정부패도 조명하고 있다. 도덕 기준인 군대에도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됐다는 것인데.

윤: 북한의 군대는 우리(한국)와 상황이 다르다. 외화벌이 일꾼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회사가 군부 내 회사들이다. 외화벌이 회사가 군부 산하라, 군이 달러를 많이 가지고 있다. 군부가 해외에서 달러를 벌어왔는데, 그것을 직접 사용할 수 없도록 통제하고 이를 내각이 직접 관리하기 위해 부정부패라는 명목으로 군부 장교들을 처형했다. 실제 군부 내에 부정부패도 있겠지만, 군부가 벌어들인 달러를 내각으로 회수하는 과정을 부정부패로 선전하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

태: 북한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생계형 부정부패’, ‘권력형 부정부패’라는 이야기도 있다.

윤: 북한에서 생계형 부정부패와 권력형 부정부패는 구분할 수 없다. 북한 사회 전체에 부정부패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권력을 갖지 않은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뇌물을 받아야 하는데, 거기에도 낮은 권력은 있어야 한다. 조금 더 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돈주의 뒤를 봐준다. 북한이 계획경제라고 하고 배급제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배급도 주어지지 않고 계획도 안 된다. 돈을 가진 전주들이 공장도 운영하고 시장에서 매대도 운영하는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뒤를 봐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권력이 큰 사람은 더 많은 힘을 가지고 더 많은 뇌물을 받는다.

그러나 어떤 측면에서는 (부정부패가) 북한 사회를 활발하게 바꾸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생계형이든 권력형이든 모두 바람직하지 않지만, 북한에서는 사실 정치범수용소에 가야할 사람도, 교화소에 가야할 사람도 뇌물을 주고 빠져나온다. 인권 측면에서 부정부패가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면이 있다. 또 시장에서 뇌물을 주고 장사하는 사람들로 인해서 주민들의 시장 접근성이 강화되고 있다. 북한에서 부정부패가 완전히 없어져서 깨끗한 사회가 된다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아사에 빠지게 되고 사회가 작동되지 않을 수도 있다. 부정부패가 갖는 부정적 측면도 있지만 그것이 낮은 단계에 있는 사람들의 생계를 이어주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태: 실제로 북한에서는 권력이 없는 사람들도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머리를 짜내서 뇌물을 받곤 한다.

윤: 주는 사람도 잘못됐다 생각하고, 받는 사람도 불법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그것이 뇌물인 것이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주는 사람도 뇌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받는 사람도 당연하게 받기 때문에 이것이 불법이라거나 부정부패라는 인식을 갖지 않는다. 이것이 잘못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 않는 것이다.

태: 부정부패가 만연한 지금의 현상이 앞으로 북한 사회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윤: 북한 사회가 붕괴된다면 부정부패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될 것이다. 일반 농민부터 고위 관료까지 부정부패를 하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다. 지금은 내가 벌어서 내 것을 가지고 있다. 내가 돈을 벌어 내 집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북한 사회가 변화됐는데, 부정과 부패로 인해 나보다 더 큰 힘을 가진 사람이 권력으로 사유재산을 빼앗아가고 뇌물이라는 이름으로 착취하면 엄청난 저항과 반감이 발생할 것이다. 이런 것을 막으려면 중앙 배급제가 작동해야 한다. 그런데 배급을 주지 못하니 부정부패를 막을 수도 없다. 부정부패가 심화될수록 주민들의 충격이나 상실감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 체제의 최대 위협은 부정부패가 될 것이다.

태: 부정부패 없앨 수 있는 현실적 방도가 있을까.

윤: 지금의 북한 사회 구조에서 부정부패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본다. 권력이 정당성을 갖고 이에 따른 통제와 감시, 견제가 가능한 자유 민주주의 사회로 체제가 변화돼야만 지금의 부정부패 연결고리를 자를 수 있다. 배급제 사회에서 배급을 줄 수 없는데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고 하면 거기에 반드시 부정부패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사회에서 도덕과 법률, 규정을 지키라고 한다? 성인군자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 주민 2400만 명이 먹고 살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고, 배분도 정당하게 이뤄진다면 부정부패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로 전환될 때 가능하다. 그 외 지금 북한 체제에서 부정부패를 끊을 방법은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편집자 주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대외에는 평화와 관계 개선을, 내부적으로는 경제개발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한 비핵화 진전과 내부적인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정상국가 건설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고 유화적 태도도 대북 제재를 해제하기 위한 꼼수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북한이 이야기하는 정상국가와 우리가 바라보는 정상국가 개념이 상이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은 태영호 전(前)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와 각 분야(정치, 사회, 경제, 인권, 통일 등)별 전문가와의 대담을 통해 북한이 개혁해야 할 문제들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해법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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