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노동신문 논조, 현실과 선전 사이 ‘갈팡질팡'”

[주간 北 미디어] "위대성 선전하면서도 어려운 현실 무시할 수 없었을 것"

<편집자 주> 북한 노동신문의 모든 제작은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지도를 받는다. 때문에 노동신문을 통해 북한 정권이 의도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과장과 선전의 거품을 제거하고 들여다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동향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와 노동신문 중 특색있는 기사에 대한 분석을 통해 북한의 속내와 민낯을 파헤치고자 한다.

판문점 회동(6·30) 당시 북미가 비핵화 협상을 재개키로 한 가운데,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이를 보도하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논조가 ‘갈지자’ 행보를 보인다고 10일 평가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이 진행하는 ‘주간 북한미디어’에서 “판문점 회동 이후 북한 매체들은 결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면서 “그렇지만 지난 3일 노동신문이 사설에서 자력갱생 강조해 간부나 주민들들에게 회동 결과가 좋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인상을 줬을 것이다”고 말했다.

노동신문은 당의 방침과 정책, 당원들의 투쟁 임무를 일상적으로 해설하고 당원들을 교양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신문의 ‘자력갱생 강조’를 본 주민과 간부들이 ‘대북제재 완화 요원’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태 전 공사는 또 “미국은 판문점 회동 이후에도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되기 전까지 대북제재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노동신문이 이런 미국의 발언을 의식해 자력갱생을 다시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음날 노동신문은 판문점 회동 성과를 언급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업적이라며 한껏 치켜세우는 기사를 내보냈다. 판문점 회동의 성과가 미흡할 것 같다는 인상을 준 전날 기사와 정반대 분위기의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태 전 공사는 “지난 4일 노동신문에 ‘급상승’이라는 기사가 실리면서 북한의 지위나 힘이 동북아에서 급상승하고 있고 미래도 밝다는 내용이 보도됐다”며 “이는 북미 회동이 잘 돼 ‘대북 제재가 곧 풀릴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신문이 판문점 미북 정상회동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력갱생을 너무 (계속) 강조하면 주민들 속에서 판문점 회담 결과가 별로 좋지 못한 것 같다는 여론이 나올 것을 두려워한 것 같다”며 “이 때문에 다음날 북한의 미래가 좋아질 수 있다는 방향의 기사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태 전 공사는 ‘선전’과 ‘현실’ 사이에서 노동신문의 논조가 갈팡질팡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태 전 공사는 “미국과 북한의 정상들 사이의 회동과 친서 교환이 잦아지는 상황에서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의 위대성을 보여주고자 미북 협상이 성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줘야 한다”며 “그러나 대북제재가 계속돼 경제적 현실이 어렵고 하니 다시 자력갱생을 강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신문은 지난 5일에는 북미 판문점 회동을 김 위원장의 성과를 치켜세우는 기사를 내보냈으며 6일에는 다시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북미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만났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다음은 태 전 공사의 분석 내용 전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태영호입니다.

오늘은 지난 7월 3일 노동신문 1면에 실린 ‘현실발전의 요구에 맞게 자력갱생 교양을 더욱 심화시키자’는 사설과 7월 4일부 3면에 실린 ‘급상승’이라는 기사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노동신문 7월 3일부 1면에 ‘현실발전의 요구에 맞게 자력갱생 교양을 더욱 심화시키자’는 제목의 사설이 실렸습니다.

이 사설은 좀 길지만 거기에 ‘난관 앞에 주저앉아 남을 쳐다보거나 제재가 풀리기만을 기다리는 것 자체가 곧 투항이고 변절이다’, ‘남에 대한 의존심과 기술신비주의, 보신주의에 빠져 앉아 뭉개거나 형식주의, 본위주의를 부리는 것과 같은 온갖 부정적 현상들에 대하여 그것이 크든 작든 제때에 강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 등의 내용이 있습니다.

아마 7월 3일 이 기사를 읽은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은 금방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회담 결과에 만족을 표시했다고 보도들이 나왔는데 이렇게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기사가 다시 나오는 것을 보니 회담결과가 좋지 않았던가보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다음 날인 7월 4일 노동신문 3면에 ‘급상승’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 기사에는 이런 내용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우리 공화국이 오늘과 같은 지위에 확고히 올라서기까지의 로정(노정)은 말 그대로 급상승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세계는 한 나라의 그런 비상한 발전속도를 아직 목격한 적이 없다’, ‘많은 인구와 드넓은 령토(영토), 방대한 자원과 재부의 축적과 같은 물질적 조건들에 기초하여 정치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우위를 차지하는것이 인류가 보아온 강국에로의 로정이였다고 할수 있다’, ‘하지만 우리 공화국이 세계앞에 그려보이는 강국에로의 길은 나라와 민족을 이끄는 령도자의 위대성에 기초한 완전히 새로운 발전로정이다’, ‘탁월한 실력가, 바로 여기에 우리 원수님의 위대성이 있다.’, ‘경애하는 원수님의 위대한 혁명령도사에서 우리 인민은 끝없이 부강번영할 내 조국의 찬란한 래일(내일)을 보고있다’

북한의 지위나 힘이 동북하에서 급상승하고 있고 미래도 밝다는 것인데 대북제재가 인차(이제) 풀린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지금 북한 TV는 매일 같이 북한에 대해 적대시 정책을 실시하던 미국 대통령이 북한 영토에 첫발을 내디뎠다고 크게 떠들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회담 결과에 대해 만족을 표시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판문점 회동에 대해 다르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번 판문점 회동을 통해 앞으로 북핵 폐기를 위한 실무 회담이 열리게 되어 있고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되기 전에는 대북제재가 계속될 것이고 하고 있습니다.

판문점 회동은 있었지만 이것을 의식해 7월 3일부 노동신문도 자력갱생을 다시 강조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판문점 미북 정상회동이 방금 끝난 때에 자력갱생을 너무 강조하면 주민들 속에서 판문점회담 결과가 별로 좋지 못한 것 같다는 여론이 나올 것이 두려워 북한의 미래가 좋아질 수 있다는 방향으로 급상승이라는 기사가 나온 것 같습니다.

어쨌든 최근 미국과 북한의 정상들 사이의 회동과 친서 교환이 잦아지면서 북한 노동신문도 김정은의 위대성을 보여주자면 현재의 미북 협상이 성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주어야 하고 그러나 실지 대북제재가 계속되어 경제적 현실은 어렵고 하니 다시 자력갱생을 강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신문도 좀 갈팡질팡하는 모습입니다.

명백한 것은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은 한 북한 인민들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고 북한의 미래도 밝지 못하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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