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北, 정상국가되려면 ‘반민주적’ 투표 방식부터 바꿔야”

“北, 민주적 선거 절차 가르치지 않기 위해 학급 반장도 임명하는 사회”


지난 21일 진행된 북한의 도, 시, 군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이후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선거자의 99.98%가 투표에 참가했다’며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의 두리에 굳게 뭉쳐 인민대중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의 참모습을 과시할 애국의 마음을 안고 선거에 참가하였다’고 보도했다. 100%에 가까운 찬성률이 나온 것을 두고 ‘정권에 대한 일심단결의 위력을 보였다’며 정권의 선전선동에 활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23일 데일리NK와 국민통일방송이 진행하는 ‘주간 북한미디어’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선거란 자기의 정치적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이 아니라 오직 수령과 당이 이미 임명해 놓은 대의원들에게 찬성표를 투표함에 넣는 단순 행위에 불과하다”며 “이는 북한 헌법에도 위배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지난 11일 대외선전 매체 ‘내나라’를 통해 공개한 북한 개정 헌법 제4조에 따르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은 로동자(노동자), 농민, 군인, 지식인을 비롯한 근로 인민에게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제6조에는 ‘군인민회의로부터 최고 인민회의에 이르기까지 각급 주권 기관은 일반적, 평등적, 직접적 원칙에 의하여 비밀 투표로 선거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태 전 공사는 “북한에서 선거권은 모든 인민에게 동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며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정치범 수용소에 격리돼 있는 20만 명의 북한 주민들에겐 투표권을 주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정은 정권에 비판적 시각을 가진 인민들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는 것은 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태 전 공사는 “북한에서 선거 결과는 선거 전에 미리 확정 돼 있다”며 “단일 입후보를 결정하고 중앙당에서 후보 명단을 김정은에게 비준 받으면 끝나기 때문에 선거권은 인민에게 있는 것이 아나라 김정은에게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더불어 당국이 투표 과정을 철저하게 감시함으로써 반대 의사를 표시할 수 없다는 점, 노동신문 등 내부 매체를 통해 ‘모두 다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참가하여 찬성의 한표를 바치자’라고 요구하는 것은 비밀 투표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들어 태 전 공사는 “반민주적, 반문명적 투표 방식”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선거에 반대표를 던지거나 참여하지 않으면  정권에 대한 비판과 도전으로 보고 정치범수용소에 보내는 등 정치적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http://북한에서 선거 불참하면 정치범수용소)

태 전 공사는 “북한 당국은 모든 주민들이 선거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 조차도 가질 수 없도록 어릴 때부터 공정하고 민주적인 선거 절차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며 “학급 반장을 교사가 직접 뽑는 것은 물론이고 소년단, 청년동맹, 직맹, 여맹, 노동당 등 각종 세포 조직 책임자들을 뽑는 선거도 당이 책임자를 직접 임명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정상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헌법에 명시돼 있는 대로 일반적, 평등적, 직접적 원칙에 따라 비밀 투표로 선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정은 선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경남도 선거장에서 지방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투표를 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다음은 태 전 공사의 분석 내용 전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태영호입니다.

오늘은 지난 7월 21일 일요일 북한에서 진행된 도, 시, 군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노동신문 7월 23일자에 따르면 21일 진행된 도, 시, 군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99.98%가 선거에 참가하여 100% 찬성 투표하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선거란 어떤 역사적 과정을 통해 나온 정치적 권리 행사인지 잠깐 돌이켜 보겠습니다.

고대 아테네에서는 모든 주민들이 광장에 모여 모여 법률을 만들고, 정책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모든 사안마다 국민들이 한 장소에 모여 논의하고 투표하여 정책을 결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지금은 고대 아테네에서와 같이 모든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들의 대표자를 뽑아 그들에게 정치를 맡기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것을 대의 정치, 또는 간접 민주주의라고 합니다.

그리고 국민들이 자신들을 대표하여 활동하게 될 소수의 대표자를 뽑는 것을 선거라고 합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국회의원이라고 하지만 북한에서는 대의원이라고 하는 이유도 대의원들이 주민들을 대표하여 활동한다는 의미입니다. 북한의 헌법을 보면 북한의 선거제도나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선거제도나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북한이 지난 4월 11일 개정한 「사회주의 헌법」 제4조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은 로동자, 농민, 군인, 지식인을 비롯한 근로 인민에게 있다. 근로인민은 자기의 대표기관인 최고인민회의와 지방 각급 인민회의를 통하여 주권을 행사한다”라고 명시되어 있고, 제6조에는 “군 인민회의로부터 최고 인민회의에 이르기까지 각급 주권 기관은 일반적, 평등적, 직접적 원칙에 의하여 비밀 투표로 선거한다”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헌법상으로 보면 북한의 주권이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에게 선거란 자기의 정치적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이 아니라 오로지 수령과 당이 이미 임명해 놓은 대의원들에게 찬성표를 투표함에 넣는 단순 행위에 불과합니다.

그렇게 볼수 있는 이유는 첫째로,북한에서는 모든 주민들이 다 선거에 참가하는 것이 아닙니다. 북한체제에 대해 비판했거나 혹은 그런 입장을 취한 사람의 가족들은 정치범수용소라는 곳에 갇혀 선거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공위성으로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있는 주민수가 20여 만명을 넘는다고 합니다.

둘째로, 북한에서 선거결과는 선거전에 미리 확정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북한에서 최고인민회의 든 지방 주권기관이든 매 단계의 인민회의마다 미리 간부, 노동자, 농민, 지식인, 군인, 여성 대의원 비율을 정해 놓습니다. 그런 다음 각 선거구마다 그 비율에 맞게 해당 당조직들에서 단일 입후보를 정하여 중앙당에 보고 하며 중앙당 간부부에서는 입후보 명단을 김정은에게 비준 받습니다.

이런 절차를 밟으니 북한에서는 위에서 이미 결정한 단일 후보 만이 입후보 할 수 있는 단일 입후보 선거제도입니다. 대의원으로 선거될 결정권은 인민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김정은에게 있습니다.

셋째로, 선거 투표 과정을 보아도 주민들이 자기 의사를 비밀리에 표시할수 없게 전 과정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습니다. 선거 절차를 보면 모든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모여 일렬로 자기 선거표 순서에 따라 쭉 들어가면서 투표를 합니다.

선거표는 가족단위 순서로 되어 있으며 순서도 다른 사람과 바꾸어 서면 안 됩니다. 유권자들이 투표장 입구에 들어서면 선거 위원석에서 시민증을 통해 선거자 명부를 대조 확인한 뒤 유권자 번호를 찍어 선거표를 주면 유권자는 그것을 받아 투표함에 넣습니다.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북한 사회에 대한 반대 의사 표시로 간주되기 때문에 불참은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북한선거에서 찬성률이 100%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넷째로, 북한은 매번 선거때 마다 당 조직과 선전선동 수단을 동원하여 주민들에게 무조건 찬성 투표할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선거가 진행되는 당일인 21일 북한 노동신문은 1면에 사설 ‘모두 다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참가하여 찬성의 한표를 바치자’고 요구하였습니다.

당 기관지가 주민들에게 찬성 투표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일반적, 평등적, 직접적 원칙에 의하여 비밀투표로 선거한다”라고 규정돼 있는 북한 헌법에도 위반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북한의 선거 제도는 북한이 헌법에서 명시한 비밀 투표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전대 미문의 반민주적 반문명적 투표 방식인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주민들에게 선거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 조차도 가질수 없도록 초등학교 때부터 철 없는 애들의 학급 반장을 뽑는 것 조차도 교사가 직접 뽑으며 소년단, 청년동맹, 직맹, 녀맹, 노동당 등 각종 세포 조직 책임자들을 뽑는 선거 조차도 조직 성원들에게 자기 조직 책임자를 뽑으라고 하지 않고 ‘집행부의 안’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당에서 책임자를 직접 임명하는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여러분!

북한이 정상국가로 가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헌법에 명시돼 있는 대로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며 그러자면 헌법에 명기한 것처럼 주민들이 ‘일반적, 평등적, 직접적 원칙에 의하여 비밀 투표로 선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편집자 주> 북한 노동신문의 모든 제작은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지도를 받는다. 때문에 노동신문을 통해 북한 정권이 의도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과장과 선전의 거품을 제거하고 들여다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동향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와 노동신문 중 특색있는 기사에 대한 분석을 통해 북한의 속내와 민낯을 파헤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