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북한은 김정일이 내세운 선군정치를 통해 군사독재를 넘어 노예사회와 같은 체계를 수립했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14일 언론에 공개한 그의 첫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태영호 증언’을 통해 “주민에게는 인간의 기본 권리인 의사표시의 자유, 이동의 자유, 생산수단을 보유할 자유, 자기 자식을 자기가 관할할 수 있는 자유조차 없다”면서 “단언컨대 오늘의 북한은 현대판 노예사회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노예사회의 특성은 김정은 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면서 “장성택 총살 사건, 은하수 관현악단 배우 총살 사건 등을 보면 고대 노예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현상은 고대 로마 폭군 네로황제나 21세기의 탈레반이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나 감행할 일이지 정상국가의 지도자가 할 일은 아니다”며 “권력투쟁 과정에 자기 고모부나 이복형을 죽이는 것은 봉건사회나 노예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또 “지금 북한에서는 김정은이 쏴, 하고 명령하면 바로 총살이 이루어진다”며 “김정은은 대규모 건설사업이나 국가적인 기념사업을 벌이면서 꼭 한두 명씩 처형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2년 말 금수산기념궁전 화단을 만드는 과정에서 흙을 지시만큼 파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장 한 명이 총살됐다”고 전했다.
다음 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태 전 공사는 북한이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저서에서 “김정은은 권력 획득 과정에서 카리스마를 창출하지 못한 것에 대해 태생적인 콤플렉스가 있다”며 “신격화는커녕 지도자로서의 정통성과 명분이 부족한 김정은은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그리고 공포정치를 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카리스마를 형성하고 신적인 존재가 되지 않으면 체제는 물론 김정은 자체가 무너진다”며 “김정은이 그토록 핵과 ICBM에 집착하고 장성택 숙청으로 대표되는 공포정치를 휘두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외교관을 하면서 경험한 다양한 일화도 흥미롭다.
1992년 중국 주재 이탈리아 대사와 대표단을 초청한 자리에서 기쁨조 공연을 펼쳤다가 ‘기생공연’을 보고 싶지 않는 이유로 핀잔을 받았던 일, 2015년 김정은의 형 김정철이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의 공연을 보기 위해 런던을 방문했을 때 그를 수행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또한 당시 자신의 아이들이 “일반 주민에게는 썩어빠진 자본주의 음악은 들으면 안 된다. 외국 노래를 들으면 대학에서 추방까지 시킨다”고 비판하며 “인민들에게는 ‘고난의 행군’을 강요하면서 김 씨 가문은 하고 싶은 일이란 일은 다 한다”고 말해 자신도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소개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2016년 8월 우리나라로 망명으며 탈북 외교관 중 최고위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