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에 ‘대담한 결단’ 입장 北간부, 돌연 ‘도망자’ 말바꿔”

북한 당국이 최근 한국에 망명한 태영호 전 주(駐)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에 대한 비난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태 전 공사가 외부에서 김정은 체제를 선전해오던 고위층이라는 점에서 ‘선전맨도 탈출’이라는 파장 확산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평양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태영호에 대한 비난이 간부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일부 간부들은 ‘골프 등 부화방탕한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돈을 외화자금에서 충당했다’ ‘배은망덕의 전형’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지난 가을 태영호가 탈북했다는 소문이 났을 때 간부들은 ‘참 대담하다’는 말로 은근히 부러워하기도 했다”면서 “그런데 최근에는 갑자기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인간’이라고 비난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같은 비난 여론은 보위부 등 권력기관 간부들의 입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되며 위(중앙당)에서 지시했다는 소문도 있다”고 설명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도 “태 공사의 탈북을 ‘대담한 결단’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 도급 기관의 한 간부는 ‘자신의 향락을 위해 외화자금을 탕진한 것이 들통난 후 (한국으로)도망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면서 “태 공사의 탈북을 비난하는 그 간부의 씁쓸한 눈빛에서 진심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소식통은 “요즘 연말총화에서 간부들이 하는 첫 마디도 태영호의 탈북을 비난하는 말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얼핏 봐도 조직적으로 비난여론을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고위층에서는 돌연 비난의 입장으로 돌아섰지만, 일부 주민들은 당국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 속에서는 “일반 탈북과는 차원이 다른 고위간부의 탈북으로 구겨진 체면을 세우려는 속셈 아니겠나” “ 때문에 당사자의 비리를 꾸며내고 있는 것”이라는 말들이 무성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어 그는 “간부들 속에서 급속도로 퍼지는 비난과 반대로 대다수 주민들에게는 여전히 ‘대담한 결단’으로 통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태 공사는 자신의 망명 이유에 대한 북한 당국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거듭 밝히고 있다. 19일 국회 정보위와의 비공개 면담에 참석한 태 공사는 “북한에서 자금 횡령 등 범죄를 저지르고 처벌이 무서워 도주했다고 비난한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북한에서 그렇게 모략할 줄 알고 귀순 전에 대사관 내 자금 사용 현황을 정산하고, 사진까지 촬영해 놨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한 고위 탈북민은 “북한 당국이 태 공사에 대해 국가자금을 횡령하고 국가기밀을 팔아먹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지난 6월에 이미 소환지시를 내렸다는 것에서 모순이 드러난다”면서 “북한 당국은 조그마한 잘못이나 사소한 기미라도 보였다면 즉시 본인이나 자녀를 소환하곤 했을 것이다. 그동안 가만히 내버려뒀다는 점에서 태 공사의 결백을 북한 당국이 입증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