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절 앞둔 북한 가정주부들의 주간 계획표

해마다 이맘때면 북한의 여성동맹(여맹, 가정주부)원들은 바빠진다. 농촌지원이 많고,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4월15일) 행사준비에 동원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최대명절 중 하나인 김일성 생일을 한 달 전부터 준비한다. 각종 정치행사와 체육·문화행사를 연일 진행하면서 경축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여기에 여맹원들이 대거 동원된다.


정상적으로 식량배급이 실시되던 1995년 이전에서 여성들이 여맹활동을 하는데 별다른 불편이 없었다. 주 1회 학습과 강연회에 참여할 뿐이었다. 대(大)아사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한 90년대 중반엔 먹는 문제 해결로 여성들이 여맹활동에 참가하지 않아도 문제시 되지 않았다. 당시엔 학습과 김매기 등에 동원될 뿐이었다.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여성들에 대한 국가적 통제(여맹활동)가 대폭 강화됐다. 북한 전역에서 탈북자가 급증했는데 이들의 대다수가 여성들로 가정주부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당국의 틈새 없는 조직생활이 강요된 것이다.


3, 4월 여맹원들의 한 주간 생활을 보면 월, 화, 수요일 3일은 의무적인 부식토 생산과 농촌지원전투, 목요일은 정규 학습강연회와 영화문헌학습(김정일 관련 기록영화 등), 기념강연회로 오전, 오후 모두 참가해야 한다.


금요일은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노인율동체조와 건강태권도, 토요일은 오전엔 주 생활총화, 오후엔 수기연습(붉은 색과 흰색의 수기로 먼 곳의 상대방에 신호를 보내는 훈련, 태양절 당일 행사에 빠지지 않고 진행된다)에 동원된다. 일요일 하루 휴식이 차려지지만 한 주간 갖은 모임에 끌려 다녔던 만큼 이날은 먹는 문제로 생활전선에 나서야 한다.


그렇다고 여맹활동에 빠지기도 어렵다. 월간 진행되는 정규행사나 학습에 2회 이상, 분기에 4회 이상 참가하지 않을 경우, 분기 생화총화와 연간결산총회에서 사상검토를 받아야 한다. 특히 김일성, 김정일과 관련된 특별강연회, 영화문헌학습 등의 행사에 불참하면 ‘무조건성의 원칙’을 들어 정치·사상적 문제로 보기 때문에 생활이 어려워도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


부식토생산과 농촌지원도 예외가 없다. 여맹원 1인당 연간 퇴비생산계획으로 1.5t의 과제가 할당되며 마지막 총화단계도 파종시기인 4월로 돼있어, 이를 수행 못하면 사상비판을 받은 후 강제로 농촌지원에 동원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태양절을 맞아 김일성을 찬양·선전하는 ‘충성의 노래모임’도 진행된다. ‘충성의 노래모임’에 참가하는 여맹원들은 농촌동원을 면제해 준다.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갖은 행사에 동원되기 때문에 가정주부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2010년 입국한 탈북자 이금란(45) 씨는 “요즘 북한의 주부들은 ‘편히 집안에서 노래 부르면 좋은 줄 누가 모르는가? 놀고 싶어도 못 놀고 죽고 싶어도 못 죽는데 언제 노래하며 웃을 새가 있겠나’ 식의 푸념을 대놓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학습, 강연회 등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돈을 지불하기도 한다. 북한의 경제적 기반이 무너진 이후 대부분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농촌지원에 나가지 않기 위해 담배, 술 등을 해당 간부들에게 주고 면제받는 경우도 많아졌다. 


농촌지원에 태양절 준비까지 북한의 가정주부들은 허리 펼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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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