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판 설치 北주민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를 이겼다”

▲북한 평양시 개선동의 한 아파트. 한 동에 여러 집들이 태양열판을 설치한 것을 알 수 있다. 사진은 작년 여름에 촬영했다. /사진=강미진 데일리NK 기자

정유년(丁酉年) 새해를 맞은 북한 주민들의 소망은 무엇일까. 당국의 방치 아래 만성화되고 있는 전력난에 따라 1년 365일을 암흑 속에서 살아야 하는 처지에서 탈피하고자, 햇빛판(태양광판) 구입을 새해 목표로 잡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예전에는 햇빛판이 있는 집에서 돈이나 음식을 주고 충전해왔던 주민들도 이제는 구입을 꿈꾸고 있다”면서 “자꾸 부탁하는 게 껄끄럽다고 느끼면서 먹는 것도 줄여가면서 ‘올해는 꼭 사자’는 마음으로 돈을 모으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양강도 혜산 농민시장에서는 30W용 가격은 북한 돈으로 23만 5000원, 50W용은 30만 원 가량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현재 시세로 쌀 50~70kg을 살 수 있는 돈으로, 일반 주민들에게는 거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한번만 큰돈을 들이면 태양을 이용해서 전기를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은 주민들이 돈을 아껴서 구매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원인으로는 전력난을 해결하지 못하는 북한 당국의 무능력이 꼽힌다. 북한 김정은이 줄곧 전력생산을 강조, 발전소 현지시찰도 진행하고 있지만 정작 공공재 부문에서 혜택을 받지 못한 주민들이 이제 당국에 의지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대부분 김정은 일가(一家) 우상화 건물과 군수분야, 군부대, 국가정권기관 및 ‘혁명의 수도’ 평양에 우선 공급하는 모습을 지켜본 주민들은 이제 ‘자력자강’을 깨닫고 자체적으로 전력난을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소식통은 “몇 년 전에는 중앙기관이나 1, 2급 기업소, 무역관련 회사에 주로 설치됐던 햇빛판이 이젠 일반 가정집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요구가 지속적으로 많아져서 그런지 혜산과 위연 장마당의 햇빛판 매대에도 상품이 가득 쌓여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주민들은 햇빛판으로 집안을 밝히는 것은 물론이고 전기 밥가마(밥솥) 등 각종 전자제품을 사용할 때도 유용하게 활용한다”면서 “특히 몰래 남조선(한국) 영화를 보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햇빛판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상황은 북한 체제에 대한 주민 신뢰를 하락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주민들은 “국가에서 하는 말을 믿으면 낭패 보지만 돈 벌고 싶다면 돈을, 전기가 필요하면 전기를 줄 수 있는 장마당을 믿으면 손해는 없다”고 말한다. 

소식통은 “태양광판을 설치한 일부 가정들은 걱정 없이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일부 주민들은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를 이겼다’고 말한다”면서 “위(당국)에서는 자본주의가 나쁘다고 선전해도 주민들은 콧방귀를 뀐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