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학생들 ‘두번째 엄마’ 이성희 전담코디네이터

한국에 정착한 2만 5천여 명의 탈북자 중 약 10%(2500여 명)가 청소년이다. 2500여 명의 탈북 청소년들은 북한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데다 탈북 과정에서 교육이 단절돼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 관련자들의 지적이다.


북한교사 출신으로 탈북 청소년들의 학교 적응을 돕고 있는 이성희(사진, 2010년 입국) 씨는  문화적 차이로 남한 아이들과 서로 동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이들의 부적응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이러한 부적응이 학업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이씨의 지적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탈북학생 전담코디네이터로 근무하는 이 씨는 ‘두 번째 엄마’라 불린다. 이 씨는 1:1 학습지도부터 진로상담, 방과 후 학습, 문화현장 체험에 이르기까지 탈북학생들의 생활 면면을 엄마처럼 세심히 챙겨주고 있어 얻은 별칭이다.


이 씨는 탈북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선생님, 친구들과의 소통”이라고 말했다. 탈북학생들은 ‘북한에서 왔으니 나를 다르게 생각할거야’라고 스스로 자신감을 잃고 한국 선생님과 친구들을 대하다보니, 먼저 말을 거는 등 다가가기를 꺼려한다는 것.


이 씨는 “문제는 이러한 소통의 어려움이 학습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면서 “마음 편하게 대화하고, 고민을 나눌 상대가 없으니 학교생활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결국에는 공부 자체에 흥미를 잃어버리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씨는 북한의 독특한 교육방식을 적용했다. 그는 반에서 성적이  1, 2, 3등인 학생이 뒤에서 1, 2, 3등인 학생들의 공부를 돕게 하는 방식을 통해 탈북학생들과 한국학생들을 자연스레 이어줬다.


또한 이 씨는 탈북청소년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지역 경찰서의 후원을 받아 음악을 좋아하는 탈북학생 11명과 한국학생 9명이 함께하는 남북청소년 음악단을 결성했다.


특히 이 씨는 한국의 선생님과 학생, 학부모들에게 남북한 문화 차이를 이해시키는 노력도 벌였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이 씨는 탈북자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을 바로잡는 데 적게나마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이 씨의 노력에 주위 학생들과 교사들의 반응은 뜨겁다. 어떤 학생은 우유 곽에 연필로 자신의 이름을 써 몰래 놓고 가는가 하면, 또 어떤 학생은 “단 것 먹고 힐링 하루 되세요”라며 수줍게 사탕을 내밀기도 한다.


이 씨는 “아이들이 일기장에 ‘오늘은 마치 선생님이 엄마 같았다’ ‘선생님이 엄마처럼 나를 이해해주는 것 같다’라고 써 놓은 것을 보면서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씨의 동료 교사 박 모 씨는 “탈북학생들은 마음을 온전히 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선생님은 학생 및 학부모와의 ‘소통’에 있어서 중간다리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사장 김일주)은 다수의 탈북청소년이 재학하고 있는 학교에  ‘탈북학생 전담코디네이터 사업’을 올 4월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재단은 현재 서울, 경기 등 전국 13개 학교에 14명의 탈북교사를 전담코디네이터로 배치해 탈북학생의 상담과 학습을 돕고 있다. 특히 이 씨처럼 탈북교사의 경력 및 전문성을 활용해 탈북청소년들에 대한 맞춤형 교육을 벌이고 있다.


재단은 전담코디네이터로서 기본적인 소양과 임무수행에 필요한 기초 실무 교육을 위해 4, 5일 이틀간 2013년 탈북학생 전담코디네이터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했다. 이날 오리엔테이션에서 탈북청소년 교육지원제도에 대한 소개와 탈북학생 기초학습 지도, 가정방문, 체험학습 프로그램 실시 및 수업참관 등 관련 기초 실무에 대한 교육이 진행됐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김일주 이사장이 5일 진행된 탈북학생 전담코디네이터 오리엔테이션에서 “탈북 교사의 역할과 통일 한국의 준비”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사진=재단 제공